글 월간오디오
오늘 소개하는 칵테일 오디오의 X40은 현대 기술력의 진수를 듬뿍 담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숙성된 디지털 및 아날로그 관련 기술은 물론, 첨단 네트워크와 IT 기술을 활용해 인간이 음악을 듣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질서정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편의성의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품의 탄생 배경에는 칵테일 오디오의 실질적인 데뷔작 X30이 있다. X30은 일반적인 인티앰프 정도의 크기에 튜너 및 인터넷 라디오, CDP, 하드 디스크 서버, 네트워크 플레이어, DAC, ADC(디지털 녹음기), 그리고 인티앰프까지 집약시켜 놓은 혁신적인 올인원 기기였다. 발매 초기부터 - 아직은 시장에서 자리 잡기에 이르다는 일부 의견에도 불구하고 -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에는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애호가나 딜러 관계자 등 많은 이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몸소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기능이 많아 생경하게 느꼈던 애호가들은 아마도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실로 현대 기술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편의성’의 극치를 느끼게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X30은 앰프까지 포함된 올인원 기기였기에 처음 오디오를 시작하는 애호가들에게 또는 서브시스템으로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미 오랫동안 오디오를 즐기던 애호가들의 메인 시스템에 편입되기는 힘들었다. 애호가들은 X30의 첨단 요소를 자신의 하이엔드 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전문적인 소스기기의 형태로 원했고, 이에 대한 칵테일 오디오의 화답이 X40으로 구현된 것이다. 즉, X40은 X30과 거의 동일한 모습에 앰프부가 생략되면서 나머지 부분이 세부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으며,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는 등 음질 면에서나 성능 면에서 더욱 고급화된 제품이다. 5인치 TFT LCD 디스플레이에 표시되는 알기 쉬운 그래픽 운영체제는 X30과는 다른 새 버전이며, X30에서는 지원되지 않던 DSD와 DXD 포맷을 지원하게 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이제 X40이 갖는 다채로운 기능에 대해 브리핑을 해 보자. 먼저 자체 소스로서 CDP, FM 튜너, 인터넷 라디오가 한몸에 내장되어 있다. X30의 CDP나 튜너의 음은 단품으로도 써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이 소스 요소들을 계승한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 라디오는 기기를 꺼 놓은 상태에서도 예약 재생이나 디지털 녹음 등이 가능한 아기자기한 기능들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 FM 튜너에서 선국이나 메모리 기능도 좋고 수신 성능도 뛰어나며 방송을 디지털 녹음할 수도 있다. 특기할 것은 X40에 MM 포노 앰프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첨단 디지털 기기에 아날로그 포노 앰프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어필하려는 X40의 출시 목적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기기가 고해상도 디지털 녹음기로도 훌륭하게 동작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포노 앰프는 유럽 딜러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개발되어 탑재되었다고 한다.
아날로그 출력은 언밸런스 한 조와 밸런스 한 조. 특히 언밸런스 단자는 일반적인 기판 장착용이 아니라 섀시 고정형 고급품으로 까다로운 오디오 애호가들의 기호를 충족시킬 듯. 전술한 포노 입력 외에 언밸런스 아날로그 입력을 한 조 갖고 있는 것도 반가운데, 볼륨 조절이 가능하므로 아날로그, 디지털 입력을 완비한 프리앰프로 보아도 좋을 정도다. 애호가가 프리앰프를 사용할 것을 고려해 볼륨 조절은 고정 게인으로 바이패스 시킬 수도 있는데, 이는 볼륨 중첩에 따른 음질 열화를 피하려는 메이커의 배려다.
X40은 DAC로도 톡톡히 한몫을 한다. 중요한 DAC 칩은 요즘 한창 각광받는 ESS 사브레(SABRE)의 레퍼런스인 ES9018K2M이며, 32비트/500MIPS 성능의 XMOS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다. 광 입력, 동축 입력을 하나씩 장착하고 있으므로, 셋톱박스나 TV 등의 소리를 고음질로 듣는 데 요긴하게 사용될 것이다. USB A 타입(호스트) 단자는 세 개가 지원되는데, 메모리나 외장 하드에 담긴 음원 파일을 재생시킬 수 있다. 음원 파일의 태그 정보나 음반 사진은 전면 LCD 스크린에 예쁘게 표시되며, 우리 기업이 제작했기에 한글은 물론 다른 외국어의 표현에도 전혀 문제가 없다. 메모리 또는 내장 하드 디스크에 사진을 저장해두고 슬라이드 쇼로 감상하면서 음악을 듣는 잔기능을 사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넉넉한 USB 단자에는 옵션인 와이파이 어댑터를 연결하거나 키보드를 연결해 음원 파일의 태그 정보를 입력하고 검색을 쉽게 할 수 있다. HDMI 출력 단자도 제공하는데, 모니터를 연결하면 디스플레이창의 내용을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
X40의 가장 막강한 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하드 디스크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기능일 것이다. X40은 본체 뒷면에 하드 디스크나 SSD를 쉽게 장착할 수 있는 베이를 제공한다. 하드 디스크를 장착하고 음원 파일을 저장해 두거나 CD를 리핑해서 자체 DB를 구축해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CD는 FLAC이나 WMA 파일로 리핑할 수 있으며, 음원 파일은 DSD를 포함해 시중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파일 형식을 재생할 수 있다. 단, DSD는 DIFF와 같은 낱 파일들만을 지원하며 ISO와 같은 통 파일은 지원하지 않는데, 평생 회원권이 500달러인 소프트웨어 - 룬(Roon)에서도 마찬가지이니 탓할 일은 아니다. 음원 파일은 물론 언어 설정 등의 다양성에 있어서도 현존하는 기기 중에서 최고의 호환성이라는 판단이다.
X40처럼 뮤직 서버와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한 몸체에 결합됨으로써 얻는 이득은 극도의 유연성과 편리함이다. 다른 컴퓨터 또는 NAS, 아니면 스마트 기기에 저장된 음원을 랜을 통해 X40으로 받아 와서 재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X40의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음악을 다른 컴퓨터나 외부 기기로 공급할 수도 있게 된다. 태블릿 PC에서 사용하는 UPnP 앱은 보통 어느 곳에 저장되어 있는 음원을 어떤 기기로 재생할지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는데, 음악이 저장된 컴퓨터가 여러 대 있는 경우, 또는 다른 네트워크 플레이어를 X40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매우 쉽고 빠른 전환이 가능하므로, 소위 멀티 룸 기능 - 여러 공간의 음악을 한 곳에서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물론 X40에 저장된 음악을 X40으로 재생하도록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태블릿은 X40의 커다란 리모컨이 된다. 한편 X40은 동축, 광, AES/EBU(밸런스) 디지털 출력을 장착하고 있는데, 이는 고급 DAC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를 배려한 것 같다.
이외에 독특한 점으로는 X40이 전용 프로그램이나 앱 대신 웹 서버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는 X40의 내부 IP를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사파리 등의 웹 브라우저에 직접 입력함으로써 X40을 컨트롤하는 기능이다. 보통의 앱이 특정 운영 체제의 스마트 기기에서만 동작하는데 반해, 웹 서버 기능은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웹 브라우저에서 동작하므로, 운영 체제를 막론하고 스마트 기기나 태블릿 PC, 데스크톱 PC 등에서 모두 사용할 수가 있다(내부 IP는 X40의 설정 창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고, 공유기를 끄지 않는 한 바뀌지 않으므로 전혀 번거롭지 않다).
혹시 신기술에 ‘울렁증’을 갖고 있는 애호가라면 어려운 용어들을 들으며 겁을 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X30이 그랬던 것처럼 X40 역시 요즘 유행하는 네트워크/컴퓨터 베이스의 오디오 중에서 가장 ‘진입 장벽’이 낮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다른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컴퓨터와 네트워크에 대한 지식이 꽤 필요한 데 반해, X30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전혀 몰라도 CD, FM 튜너를 가격대를 초월한 상당한 수준으로 들을 수 있으며, 컴퓨터가 없어도 쉽고 간단하게 CD를 리핑하고 음원을 모아둘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300만 장 수준의 해외 DB 정보를 하드 디스크에 저장해 두고 리핑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데이터 CD까지 제품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이니 이토록 친절한 메이커가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인 소리는 ‘중립’ 또는 ‘과유불급’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느낌인데, 전체 시스템에서 소리의 첫 관문에 해당하는 소스기기로서 바람직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차분한데, 이 느낌은 스피커에 슈퍼 트위터를 추가하거나, 보다 고해상도의 음원을 재생할 때는 고역은 화사해지고 피곤하게 들렸던 중·고역이 차분해지는 바로 그 느낌과 비슷하다. 이는 X40의 고역 해상도가 상당히 좋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되며,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할 때 상당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역과 저역을 살짝 강조해 화려한 느낌을 주는 많은 기기와는 달리 중역이 충실한 플랫 밸런스의 느낌으로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온건하다.
카세트테이프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X40으로 음악을 듣다 보니, 나는 우리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혹은 벌어지고 있다고 믿고 있는 ‘인간미의 실종’이 과연 기술의 발전 때문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어쩌면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예전처럼 열정적으로 음악을 가까이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X40과 같이 편리한 기기에 예전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그리운 음악들을 듬뿍 저장해 놓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쉽게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세상이 더욱 따듯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의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235만원 디스플레이 5인치 TFT LCD 아날로그 입력 RCA×1, Aux×1(3.5mm), Phono(MM) 아날로그 출력 XLR×1, RCA×1, Headphone×1(6.35mm, 500mW) 디지털 입력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USB A×3 디지털 출력 AES/EBU×1(24비트/192kHz), Coaxial×1(24비트/192kHz), Optical×1(24비트/192kHz) 네트워크 지원 CD 재생 지원 지원 PCM 32비트/384kHz, DSD 64/128, DXD 24비트/352.8kHz 튜너 FM 크기(WHD) 43.5×9.8×32.5cm
<월간 오디오 2017년 4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