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24비트/96kHz 이상의 고음질 음원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며, 그에 따른 하이엔드 사운드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덕분에 고음질 음원의 광대역 재생을 위해 새로이 개발된 헤드폰·이어폰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서로 다른 HRA 마크를 달고 나온 제품들로 시장이 한층 더 풍성해진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휴대용 헤드폰 앰프까지 가세하여 고품질 사운드에 힘을 실고 있는데, 최근 출시되는 제품들을 보아도 그 경쟁이 예사롭지 않다. 물론 요즘 대부분의 헤드폰들이 고감도·저임피던스로 설계되고 있어 굳이 번거롭게 헤드폰 앰프가 필요할까 의문을 가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볼륨 부족이나 구동의 문제가 아니라 사운드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실제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고 소리를 들어보면, 저역, 다이내믹, 사운드 스테이지, 해상도, 분리도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면모를 보여준다. 아마 누구나 한 번 경험하면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웬만한 헤드폰·이어폰 교체보다 더 큰 극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신생 브랜드 역시 이런 포터블 헤드폰 앰프에 주목했다. 스마트폰과 연결하여 음의 퀄러티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토니 오디오의 첫 번째 프로젝트, 메렝게(Merengue)를 소개한다.
제품을 처음 받자마자 제법 멋진 디자인에 주목하게 된다. 첫 제품임에도 특별한 과장 없이 세련되고 심플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알루미늄을 정성 들여 가공한 모습인데, 블랙 톤과 잘 맞물려 좋은 질감을 선사한다. 또한 ‘Made in Korea’ 제품으로, 중국 제조의 값싼 마감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무게 역시 휴대용을 고려하여 경량을 추구하는데, 110g 정도이니 일반적인 보조배터리보다 가벼운 셈이다. 크기(WHD)도 대략 6.4×10×0.9cm로 명함보다 약간 더 큰 사이즈. 요즘 포터블 헤드폰 앰프들이 스마트폰 이상의 크기에 무게 역시 만만치 않아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는데, 그야말로 실용적인 크기와 무게의 제품이 출시된 셈이다.
부속품 역시 제법 풍성하다. 제법 굵은 일본 카나레 오디오 케이블(L-2E5)을 2종 제공하는데, 10cm와 60cm의 길이로 나뉘어 있다. 짧은 것은 스마트폰과 결합하여 휴대할 때, 긴 것은 거취형으로 사용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 역시 기본 제공한다. 재미있게도 고무 자석과 고무 철을 크기 별로 제공한다. 스마트폰과 헤드폰 앰프를 자석으로 부착한다는 것인데, 확실히 고무줄이나 타이로 고정하는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보기 좋다.
이들이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메렝게(Merengue)의 뜻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탄생한 라틴 리듬을 의미한다고 한다. 흥겨운 리듬 속에서 자연스럽게 춤이 만들어지듯, 역시 음악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TAM-01, 토니 오디오 메렝게, 첫 번째 시스템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사실 헤드폰 앰프이지만, 포터블 어쿠스틱 사운드 시스템라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헤드폰 앰프가 단순한 증폭보다는, 사운드 업그레이드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덕분에 이들의 메인 타이틀도 ‘More Deep, More Stereo, More Clear’이다. 좀더 깊게, 좀더 스테레오 이미지로, 좀더 깨끗하게 사운드를 업그레이드시켜 준다는 것이다.
완충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걸리고, 구동 시간은 10시간으로 제법 넉넉한 편이다. 전원 버튼이 따로 없는데,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연결하면 자동으로 켜지는 설계이다. 특이하게도 볼륨 노브가 없다. 대신 로우, 미드, 하이의 증폭 구성을 나누어 놓았는데, 톤 컨트롤을 설정하듯 조합하여 자신이 원하는 사운드를 찾아가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감상은 미드만 설정하여 듣는 것이 제일 좋았는데, 영화 감상을 한다면 3가지를 모두 활성화시켜 두면 괜찮을 것이다.
소리에 대한 이야기. 처음에는 그리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미 고가의 헤드폰 앰프들을 제법 듣고 있던 상황이라, 특별한 비교점을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품을 연결하고 음악을 듣는 순간 앞선 생각들이 일순에 사라진다. 확실히 잘 만들고, 잘 튜닝한 헤드폰 앰프라는 생각이다. 신생 브랜드의 제품들이 증폭에만 너무 많은 신경을 쓴 나머지, 노이즈마저 처리 못한 윤기 없는 무대를 선보인 경우가 많았는데, 이 제품은 그런 결점들도 찾을 수 없다. 기본적으로 미드만 활성화하여 음악을 들어보았는데, 중역의 질감과 공간감을 살리는 맛은 그야말로 최고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음색을 변화시키면, 왜곡이라는 느낌이 날 법도 한데, 실제 무대가 그랬다는 것처럼 굉장히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깊이감과 온도감 역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데, 마치 오랫동안 에이징시킨 진공관 앰프를 걸어놓은 것처럼 굉장히 따스한 이미지를 선사한다. 요즘 헤드폰 앰프들이 조금은 차가운 느낌의 속도감을 강조하는 이미지를 펼쳐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은 그와 정반대로 중역의 질감을 극도로 살리고, 음에 온도감을 실어줄 수 있는 여유를 보여준다. 특히 어쿠스틱 음원에서는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도 하는데, 악기 하나하나의 울림과 보컬의 청량한 미음들이 특별한 감흥으로 전해진다. 왜 제작자가 어쿠스틱 사운드 시스템이라 이름 붙였는지 알 것 같다.
제조원 토니오디오 (070)4158-4673 가격 18만5천원 주파수 응답 20Hz-20kHz THD 0.00015%
구동 시간 10시간 충전 시간 3시간 크기(WHD) 6.4×0.9×10cm 무게 110g
<월간 오디오 2017년 1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