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우드 하우징의 헤드폰은 확실히 특유의 매력이 있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아날로그적인 풍부한 울림이 요즘의 차갑고 빠른 사운드와는 다른 감성과 감각을 만들어준다. 악기 연주에서의 자연스러운 밀도감, 공간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깊은 잔향, 보컬에서의 진득한 음색, 묵직한 다이내믹 등 특유의 매력들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다. 물론 우드 하우징의 제품들은 사운드 튜닝에 제법 많은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하우징이나 알루미늄 하우징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쉽게 접근하면 착색 심한 비싼 제품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목재를 활용하는 브랜드는 사운드 튜닝에 자신 있고, 제조 역사가 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소개할 브랜드 역시 우드 하우징의 헤드폰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여러 가지 매력의 강렬한 미국 브랜드, 그라도(Grado)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라도는 헤드폰 브랜드 중에서도 단연 독특하다. 아날로그로 출발한 이력도 이채롭지만, 특유의 클래식 디자인과 자신만의 사운드 색깔로 마니아층이 상당하다. 특히 가내 수공 제작을 고수하여, 엔트리 헤드폰에서도 장인 정신을 찾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특히 ‘Hand Built in Brooklyn Since 1953’은 이들의 자부심 중 하나.
그라도 하면 흔히 록·메탈 음원에 특화된 헤드폰이라고 자주 언급되는데, 사실 전 라인업이 같은 사운드 방향은 아니지만, 확실히 개성 강한 사운드 색깔을 보여준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중에서도 우드 하우징 제품들이 각별한데, 그라도에서 수많은 명작 우드 카트리지를 선보였던 만큼, 주목할 만한 우드 헤드폰들이 꽤 출시되어 있는 상황이다. 헤드폰 앰프 역시 우드 섀시로 마감할 만큼, 그라도 가족들의 목재 사랑은 꽤 잘 알려져 있다.
그라도의 우드 하우징 제품은 프레스티지 시리즈보다는 한층 더 고급기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레퍼런스 시리즈의 RS1e와 RS2e, 그리고 스테이트먼트 시리즈의 GS1000e와 GS2000e가 대표적이다. 최근에 특수 목재를 활용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활발히 제작하고 있는데, 이번에 소개할 GH2도 여기에 속해 있다.
우선 GH2 이전 처음 출시된 GH1 제작 스토리는 제법 재미있다. GH는 ‘Grado Heritage’의 약자이기도 한데, 말 그대로 그라도의 유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그라도의 시작점이자, 본사가 있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나무를 직접 가공한 것이다. 바로 선셋 파크에서 자란 단풍나무인데, 특유의 밝은 색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번에 그 후속작으로 GH2를 완성한 것인데, 이번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에 걸맞은 아주 특별한 나무를 사용했다. 바로 이름부터 낯선 코코볼로(Cocobolo) 목재인데, 그라도로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코코볼로 나무는 중앙 아메리카의 우림 지역에서 자라는 것으로, 짙은 색감과 유니크한 나뭇결로 고급 가구나 악기, 만년필에 자주 활용된다고 한다.
GH2를 실제 접하면, 확실히 코코볼로 하우징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진득한 색감과 촘촘한 나뭇결은 확실히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하우징에 새겨진 ‘Grado Heritage’라는 문구는 확실히 가치 있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오픈형의 클래식한 레이아웃은 여전하다. 특유의 이어 쿠션 패드, 커다란 LR 마크, 내부가 보이는 철제 그릴, 더없이 심플한 길이 조절 바, 프로용이 연상되는 굵고 긴 케이블 등 소위 말하는 ‘그라도 베이스’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주파수 응답은 14Hz-28kHz, 임피던스는 32Ω, 감도는 99.8dB이며, UHPLC 구리 보이스 코일과 HPIC 구리 커넥팅 케이블을 적용했다. 6.5mm 골든 어댑터를 포함, 거치형 헤드폰 앰프와 연결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라도의 우드 하우징 라인업 제품들을 좋아하는데, 모양도 모양이지만, 독특한 음색과 아날로그적인 온기가 프레스티지 시리즈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GH2 역시 흔히 이야기되는 금속의 날카로운 느낌보다는 자연스럽고 진득한 질감의 무게감 있는 사운드가 중심에 있다. 특히 자칫 둔해질 수 있는 사운드가 오픈형의 장점으로 기분 좋은 울림으로 변화하는데, 확실히 처음 들어도 GH2의 매력을 쉽게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자기 색깔이 강하다. 지나치게 화려하진 않지만, 빠른 다이내믹과 탄력적인 음을 들려주며, 소리에 확실한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저음이 제법 강조된 제품이지만, 오픈형 특유의 개방감으로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운다는 인상으로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매력적인 고음 역시 특별한데, 프레스티지 시리즈에서 보여준 극한의 접근은 아니지만, 록·메탈에서 충분히 강세를 보여줄 특유의 맛을 갖추고 있다. 일렉 기타나 어쿠스틱 연주에서 빛을 발하는데, 스트링의 표현은 확실히 그라도를 따라갈 브랜드는 없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레퍼런스 시리즈와 사운드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지만, 나무 소재에 따른 사운드 변화를 어느 정도 부각시키고 있다. 레퍼런스 시리즈보다 좀더 적극적인 무대를 만들어주는 편이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기 위한 세팅이 돋보이지만, 역시 록·메탈이나 악기 강조 음악들을 좀더 많이 듣게 되었다. 그라도의 역사를 담아낸 헤리티지 시리즈의 2번째 작품, 확실히 그라도의 매력을 즐기기에 확실한 선택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83만2천원 유닛 타입 다이내믹, 오픈형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14Hz-28kHz
<월간 오디오 2017년 6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