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어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스피커를 들을 때의 음량이 불과 3-4W 미만이기 때문에 고출력 앰프는 필요 없고, 잘 만든 10W 앰프로 못 들을 스피커가 없다고 괴상한 주장들을 펼치곤 하는데 부질없는 소리다. 빈티지 시절에 일부 풀레인지나 혼 스피커들은 감도가 100dB 전후였기 때문에 소출력의 앰프로도 제어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최하 출력의 제품이라고 해도 300B 싱글의 10W 내외로, 이런 출력으로 그런 전문가들의 권고를 듣고 아무 스피커나 매칭했다가는 그야말로 개고생이고 헛돈 날리기 십상이니 주의를 요한다. 전문가들이 더 헛소리를 많이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그리고 진공관 앰프는 출력이 작아도 반도체 앰프의 3배쯤 힘이 있다는 주장도 당연히 같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출력은 동일할 뿐이다. 300B 싱글 앰프로 감도가 87dB 정도의 스피커를 울리면 당연히 소리는 나온다. 그러나 저역은 나오지 않으며, 중역도 대패로 밀어 놓은 것처럼 얄팍한 소리가 나오는데, 그걸 청량한 소리가 나온다고 운운하는 리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앰프는 300B 출력관을 채널당 한 개씩 가진 A클래스 싱글엔디드 제품이다. 출력은 불과 8W에 그친다. 앞서 설명한 이런 내용을 참고한다면 이 시청기로 들어야 할 스피커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래서 싱글엔디드 앰프의 소리는 최상이지만 스피커를 잘 골라야 한다는 대명제가 필요한 것이다.
세르비아가 원산지인 이 앰프를 만든 제작사의 최신작 EL34 싱글엔디드 제품인 아리에스를 지난 호에 들었다. 그리고 감동하고 감탄했다. 그것 역시 출력이 10W 정도인데, 그런 감탄이 나오게 된 것은 최적의 스피커를 만났기 때문이다. 혼 스피커 전문 제작사인 오데온의 소형기인 오르페오로 감도가 90dB다. 오르페오는 90dB이었지만 마치 95dB가 넘는 것처럼 나긋나긋했다. 스피커의 감도 측정도 완전 신뢰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어떤 3웨이는 90dB를 넘는 수치를 표시하고 있지만 200W 정도의 파워를 넣어야 제 소리를 낸다. 그리고 페이퍼 콘은 수지 제품보다도 더 나긋한 경우가 많으니 기본적으로 소출력 앰프는 페이퍼 콘 우퍼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세르비아는 과거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혹독한 내전을 거쳐 생겨난 작은 국가로, 면적은 남한보다 작고, 인구는 700만 정도다. 이곳에서 사사 코키치라는 트랜스계의 장인이 버티고 있는데, 진공관 앰프가 부활하면서 자체 제작품을 소규모로 만들기 시작, 작고 소출력이며 가격도 보통이지만 트랜스의 효과인지 소리 하나는 탁월한 싱글엔디드 제품을 몇 기종 내놨다. 이런 제품이 국내 수입상의 눈에 띄었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수입상의 행운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측면에서 말이다. 소공방 같은 생산 체제 탓인 듯 홍보는 아직 초보 상태.
시청기는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과 직열 3극관 방식을 채용한 앰프로, 더블-C 코어, 초크 필터, 300VA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300B 출력관, 6SN7 소형 3극관, 5U4G 정류관, 알프스 볼륨, 솔렌의 패스트 커패시터 등 그런 간결한 부품 설명과 함께 소리는 감히 자부할 만하다는 자랑도 곁들이고 있다. 심플하고 무게감도 평범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찬사는 유럽에서 상당한 강세를 이어 가고 있는 중.
출력이 작은 만큼 92dB 이상의 스피커와 매칭하라는 권고는 감동적이다. 어떤 소출력 싱글 앰프는 B&W 801(감도 80dB 중반)을 너끈히 울린다고 자랑하고 있는 것을 봤다. 어떻든 스피커 잘못 만나면 파탄 나는 부부 사이를 능가하게 됨으로 각별한 주의를 요하지만, 잘 맞는 스피커를 만나면 최고의 하이엔드 부럽지 않다. 이미 전 월 호에 오데온 오르페오 스피커(감도 90dB)와 만나 성공한 감동이 생생한 터라 이번 호에는 그 스피커보다 형뻘인 노바 S2(권장 수치보다 작은 감도인 91dB이다)와 서슴지 않고 묶어 본다(이번 호 스피커 시청기 참조 요망). CD 플레이어는 섬세하고 맑은 특성을 가진 뮤지컬 피델리티의 최신작인 M3SCD.
그 결과를 굳이 주저리주저리 설명하지 않으려 한다. 느긋하고 깨끗하며 활기와 투명도 등 모든 면에서 우등생이다. 장학금은 충분히 나오고도 넘칠 것이다. 현 솔로는 머리와 가슴이 아릿할 정도이며, 삽시간에 영화의 플래시백 기법처럼 흑백 시절의 추억 속으로 몰고 가는 마력이 있다. 조지 윈스턴의 ‘September’는 얼마나 맑고 가슴이 툭 트이는 가을인가. 보컬 역시 마찬가지. 침착하라, 침착하라 그런 속삭임이 스며드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뛰어난 제품이며, 근자에 300B를 사용한 기기들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자주 출현하는데, 그런 모델들에게 마치 근엄한 경고를 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청실에 비치되어 있으면서 감도가 엇비슷한 타 기종의 스피커로 옮겨 본다. 메이커의 감도 수치라는 것이 얼마나 작위적인지를 다시 한 번 알게 해 줬다. 파워 부족으로 마치 게으름뱅이가 하품을 하며 일어날 생각도 않고 머뭇거리기만 하는 그런 졸리기 짝이 없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스피커와 매어 둔 채 리뷰기를 썼더라면 뭐라고 헛소리를 해댔을 것이 틀림없다.
화이트 컬러의 몸체가 기이한 아름다움을 주며, 마치 백설공주의 궁전에서 만들어 놓은 풍취를 풍기는데, 이 앰프는 틀림없이 올해의 화제작이 되고도 남겠다. 거듭해서 기립 박수를 보내고 싶은 제품과의 연속 상면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550만원 사용 진공관 300B×2, 6SN7×2, 5U4G×1 실효 출력 8W
주파수 대역 10Hz-45kHz(-3dB) S/N비 75dB 입력 임피던스 100KΩ 입력 감도 0.5V
THD 0.55% 크기(WHD) 43×29×16.5cm 무게 18kg
Monthly Audio
2015.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