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오디오 케이블은 그저 굵고 짧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던 소박한 시절이 있었다. 오디오 케이블은 시스템을 구입하면 박스 속에 딸려 오거나 서비스로 받는 것이므로 따로 돈을 들인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고, 값비싼 케이블을 구입하는 것은 사치로 여겨졌다. 시장에서 고급 케이블이라고 할 만한 것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다른 케이블에 비해 특별히 굵어 보이는 미국 M사 제품 정도가 있었을까. 하지만 1990년대 들면서 애호가들은 케이블에 의해 소리가 바뀐다는 - 너무나 당연한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급 오디오 케이블을 제작하는 회사들이 많아졌고, 국내에도 활발하게 제품들이 수입되었다. 애호가들은 시스템에 딸려 오는 플라스틱 몰딩 단자와 고무 외피를 가진 얄팍한 선을 버리고 더 나은 케이블을 구하기 위해 시장을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는 가격…. 케이블은 많았지만 수입품이었기에 가격이 저렴하면서 훌륭한 성능을 가진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열성적인 애호가들은 미군부대에서 통신선으로 사용하던 테플론 은도금선이나 일본산 마이크 선 등을 구입해 자작하기도 했지만, 단말 작업이나 벌크 케이블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혜성과 같이 등장한 오디오 케이블 전문회사가 바로 오디오플러스다. 오디오플러스는 생소하기만 한 ‘케이블 엔지니어링’이라는 용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면서 성능이 출중한 다양한 케이블들을 활발하게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디오플러스의 케이블들은 국내에서 설계와 생산이 이루어졌기에 수입품과 비교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지닐 수 있었으며, 오디오플러스는 순식간에 애호가들 사이에서 ‘저렴하면서도 좋은 케이블’을 만드는 브랜드로 부동의 입지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성장하며 국내와 해외 오디오 시장에서 보기 드문 성공의 역사를 쓰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단지 적시적소에 케이블을 공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디오플러스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 ‘연구 개발’이 담당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오디오플러스는 도체의 재질이나 순도에서부터 피복의 재질, 심선 구조 등 케이블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 개발을 지속해 왔다. 특히 대부분의 케이블 메이커들이 도체의 순도나 피복의 성질에 관련된 기술과 경험만을 갖추고 있는데 반해, 오디오플러스는 이와 더불어 도체의 구조와 배열에 대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오디오플러스에서 특허를 취득한 ‘EVEN-LITZ’ 구조는 세계 최초로 ‘EVEN’ 이론을 ‘LITZ’ 선에 적용시킨 것으로 케이블에서 전 대역의 균일한 밸런스 반응을 유지할 수 있는 도체의 이상적인 묶음 설계 기술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오디오 케이블 메이커가 있지만, 오디오플러스처럼 도체부터 피복, 단자는 물론 단말 작업에 이르기까지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메이커는 매우 드물다.
새로 출시된 다이아몬드 CL3는 화려한 오디오플러스의 역사에서 또다시 한 획을 그을 만한 제품이다. 기존 하이엔드 케이블들 중 상당수를 이루고 있는 트라이-브레이딩(Tri-Braiding) 방식 - 세 선을 꼬아 만드는 방식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혁신적인 구조가 최초로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 CL3 구조는 캐리어 라인이라고 부르는 두 가닥의 직선 라인에 두 가닥의 선재를 교차시키면서 꼬아 만든 크로스바인딩 형태로 되어 있다. 도체 사이가 육각형(다이아몬드)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디오플러스에서는 이 구조를 ‘다이아몬드-리츠(Diamond-LITZ)라고 부르고 있다.
다이아몬드-리츠 구조는 음질에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디오 케이블에서 음질을 저하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는 표피 효과(고주파 신호가 도체의 표면에만 집중되는 현상)와 내부 선재들의 상호 간섭이 있다. 보통 케이블 메이커들은 가는 선재를 꼬는 형태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묶음 바깥의 표피 효과나 선재 간의 근접 효과(전류의 방향이 다른 두 선재가 가깝게 위치할 경우 전류의 흐름이 상대 쪽으로 끌리는 현상)가 발생해 임피던스의 상승이 일어나므로 음질의 열화를 피할 수가 없다. 다이아몬드-리츠 구조는 직-곡선의 리츠 선의 형태로 결합되어 표피 효과 문제를 가청대역 바깥으로 밀어내고, 충분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근접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위상 지연을 줄이고 진폭 감쇠를 최소화하는 이상적인 특성을 갖는다. 특히 위상 지연은 음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데, 100kHz 정현파 신호를 전송하며 위상 지연을 측정해 보면 기존 방식의 케이블에 비해 10분의 1에 불과하다.
도체의 재질이나 피복, 구조와 더불어 오디오 케이블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단자와 단말 작업이다. 기기와 단자, 단자와 케이블 사이의 접점들은 ‘접촉 저항’을 이루게 되므로 접점을 거칠 때마다 음질이 열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CL3에 사용된 RCA 단자는 회전식의 배럴을 통해 여덟 가닥으로 갈라진 (-) 부분을 조여서 접촉 저항을 줄이고 있다. (+) 부분 역시 두 부분으로 갈라져 있어 탄성에 의해 확실하게 접속된다. 그리고 중요한 단말 작업은 숙련된 작업자가 철저하게 수작업으로 수행한다고 한다.
이제 다이아몬드 CL3의 소리를 들어본다. 시원하게 소리가 나오는 것이 통쾌하다. BBC LS3/5a 수준의 작은 영국산 스피커를 통해 들었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스피커가 LS5/9 수준으로 커졌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대단한 음이다. 문득 소스기기를 만드는 제작사들이 경쟁 제품보다 출력 전압을 조금씩 높이던 것이 생각났다. 비교 시청에서 음량이 아주 조금 커지면 음량이 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음질이 좋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케이블을 바꿨음에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소리가 시원하게 나온다는 표현을 썼지만, 소리를 한여름에 등목하듯 ‘왈칵 왈칵’ 쏟아 붓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고역과 저역, 그리고 중역에 걸쳐 튀는 부분 없이 균형 있게 정돈되어 있으며, 소리가 특징적으로 생생하게 톡톡 튀어나온다는 점, 그리고 생동감이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950~60년대 낡은 음반도 좋지만, 에디 히긴스처럼 녹음이 괜찮은 음반이라면 이 생동감은 음악 듣는 즐거움을 확실하게 살려 준다. 한 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케이블이 가진 섬세한 고역이다. 케이블에서 ‘해상도’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상도가 높은 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리슨 발솜의 에서 트럼펫 소리에 아름다운 광채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프렛워크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현은 고음에서 필요한 에지를 잃지 않으면서 감미로운 윤기를 섞어 놓은 절묘한 밸런스. 아르농쿠르의 <바흐 - 음악의 헌정>에서 고악기의 음색이 무척 풍부하게 들리는 것도 고역의 섬세함과 무관하지 않다. 쳄발로는 와이어가 가늘어진 것처럼 울림이 섬세해졌고, 현악기들도 배음과 울림이 정교해졌다. 고역 성능이 뛰어난 만큼, 배경의 투명함이나 음장감 등에 있어서도 흠잡을 곳이 없다.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대단한 케이블이다.
이 케이블의 음을 음반으로 표현하자면 래리 코리엘, 바디 아사드, 존 애버크롬비가 연주한 <3 Guitars>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실제로 들어 보니 맑고 상쾌한 음들이 넓은 공간으로 톡톡 튀는 것이 ‘보인다’. 오디오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다. 리뷰를 하는 내내, 오디오플러스가 국내 회사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후회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니 오디오플러스의 케이블을 - 단지 국산이라는, 또는 저렴하다는 이유로 - 제대로 사용해 본 기억이 없지 않은가? 파랑새는 아주 가까이 있었던 것이다.
문의 금강전자 (02)3272-7100
가격 7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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