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os K5, 책상 위 조그마한 스피커가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 주다 책상 위 조그마한 스피커가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 주다
월간 오디오 2015-12-15 11:00:55


글 김남


세상에는 싸고도 좋은 물건이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싼 것이 비지떡이더라고 다들 말한다. 옳다. 그러나 전부 옳은 것만은 아니다. 굿윌스토어라는 체인망이 있다. 영리 단체가 아니고 장애인을 돕기 위한 모임이다. 이곳은 국내 여러 기업에서 제품을 기증받아 저렴한 가격으로 팔아서 장애인을 돕는 사업을 하고 있다. 1, 2천원짜리 셔츠도 많고, 신발도 비싸 봐야 5천원이니 1만원 한 장으로 한 가족 여름옷을 장만할 수도 있다. 제품도 중국산 짝퉁이 아니고 모두 국내 메이커 제공이다. 한강의 세빛섬에도 점포가 있는데, 친구는 1만원에 멋진 선글라스를 샀다. 모두 사려고 덤볐으나 재고가 하나밖에 없었다. 의류가 많고, 각종 책, 가구, 식품, 주방용품 등 없는 것이 없다. 보는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지금은 오가는 학생들부터 물건 들어오는 날을 기다리는 주부들까지 줄을 잇고 있는데, 세상에는 이런 숍도 있다는 것도 알린다. 나는 2천원짜리 바지 두 벌을 사서 여름 내내 입었다.



오디오에서도 이런 굿윌스토어는 과연 있을까? 숍으로서는 사실 있을 수가 없고, 가능한 곳은 제작사뿐인 것 같다. 스피커의 경우 원가는 기본적으로 3등분이 된다. 유닛과 인클로저, 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어느 곳에 어떤 물량을 투입하느냐가 가격을 좌우하는데, 인클로저야 사실 MDF로 할 경우 가격이 뻔하다. 유닛도 외부 노출이 되어 있는 만큼 가격이 거의 알려져 있다. 유닛은 사실 알고 보면 가격이 싸다. 마그넷이 알리코이고 신기술이 적용되었다는 경우 가격이 좀 올라가지만, 실제 소리에 주는 성가는 미미하다. 오히려 외부에서 볼 수 없는 네트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데, 만약 그 네트워크를 없애 버린다면? 3분의 1, 혹은 그 이상의 원가가 줄어들 것이다. 물론 원가 절감을 위해 네트워크를 없애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풀레인지 유닛을 사용하면 당연히 네트워크가 필요 없어진다. 유닛 하나로 저역에서 고역을 전부 대응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 풀레인지인데, 우리의 오디오 엔지니어들은 지난 수십 년간 네트워크를 집어넣어야 소리가 좋아진다는 신념 아래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 결국 스피커의 가격을 수십, 수백 배로 올리면서 애호가와 오디오 기기 간의 간격만을 벌리고, 음악을 특수한 사람들만이 즐긴다는 괴리를 부추겨 놓았다.
물론 풀레인지의 약점이 있다. 대역폭이 협소해서 저역이 70-80Hz밖에 안 내려가고, 고역도 15kHz 정도에 그친다. 20Hz에서 20kHz가 보편적으로 되어 버린 지금의 스피커들과는 대적이 안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듣는 이에게 다가가는 실질적인 음악의 해석이다. 풀레인지 대역을 벗어난 소리가 대체 음악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속도 150km/h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에서 운전 기술이 높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 슈퍼카를 줘 봐야 아무 소용도 없는 것이다. 진실한 음악은 풀레인지 대역만으로 차고 넘친다.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음악 듣기가 아니라 소리 듣기에 이골이 나있다는 것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연주회장에 가서 보라. 거기에 초고역이나 초저역이 있던가? 오직 음악만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주회장의 소리가 형편없다고 할 수 있을까?



에포스는 그런 측면에서 소중하다. BBC의 LS3/5a의 설계를 담당했던 로빈 마샬이 종래 스피커에 실망하고 진정한 가정용 스피커를 만들고자 1983년에 에포스를 창립, 트레이드마크가 된 검정색의 페이즈 플러그가 장착된 16.5cm 크기의 드라이버를 선보였을 때 당시 오디오의 변방이었던 우리나라에서도 무수한 팬이 생겼고, 그 유닛으로 수많은 자작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에포스의 스피커는 자신들만의 그 풀레인지 유닛 한 발에 트위터 한 발을 부가적으로 부착하고 있는데, 물론 네트워크는 없고 대역 커트를 위해 트위터에 콘덴서 한 개만이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풀레인지 효과를 충족시키고 있는 몇 종안 되는 희귀 메이커에 속한다. 이 에포스의 소리가 얼마나 다정하고 자연스러운가를 써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우리네 옛 마을 돌담이나 흙벽 같은 안온함이 서려 있는 소리인 것이며, 결코 잘난 체 하지 않는다. 소박한 아름다움, 편안함 등이 특징이며, 분해능이나 해상도 해 가며 소리를 재단하려 들지 않고 음악에 충분히 빠져 들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풀레인지의 세계이다.
이 시청기는 제품이 별로 많지 않은 에포스에서 일신하고 완전히 새롭게 출시한 K 시리즈의 하나로, 이전과 다른 세련된 외모와 새롭게 적용된 HVSP(High Velocity Slot Ports) 등의 세심한 기술력을 가진 신 모델인데, 유닛은 더욱 고성능을 내도록 개발했고, 내부 배선재나 단자 등 여러 부품들의 품질도 개선했다. 그리고 이전과 달리 네트워크가 추가되어 있지만 이전과 같은 다정한 소리를 내어 주고 있다. 이런 가격대로 이런 소리를 내는 스피커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86dB의 낮은 감도이지만 저출력의 진공관 앰프로도 잘 울리는 미덕도 큰 장점이다. 친구는 마음 편한 사람이 제일이다. 그런 마음 편한 스피커의 단연 선두가 바로 에포스인 것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68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0.1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5Hz-30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6dB/2.83V/m   파워 핸들링 60W   크기(WHD) 14×25×19cm   무게 3.3kg


<월간 오디오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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