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NZA
지금껏 들어왔던 헤드폰들에게서 느꼈던 투명함과 현장감들은 모두 거짓이 되고 말았다. 귀와 머리에서만 소리의 감동이 울리는 것만은 아니다. 온몸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돋는 소름은 살갗을 뚫고 나올 지경이다. 헤드폰에게서 이런 소리가 나와도 되는 것인가. 스탁스의 신형 헤드폰과 헤드폰 앰프 SR-L500과 SRM-353X를 듣는 순간이다.
헤드파이 시장이 무서운 속도로 커지고 있다. 층간 소음과 육아 문제, 혼자 사는 세대가 늘어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다. 거치형 하이파이에 비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웬만한 하이엔드 소리를 뛰어넘는 음질을 방해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스탁스라는 브랜드가 적은 비용의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합리적 가격대로 무장한, 하지만 그들 이름값으로 대변되는 최강의 투명함과 섬세하고 사실적인 현장감으로 돌아온 것이다.
SR-L500의 디자인은 가벼워 보이지만 특유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이 있다. 마치 ‘너에게 기존의 음악에게서 안 들리던 모든 소리를 듣게 해주겠다’ 고 선포하는 것과 같다. 무게가 가벼움과 적당함 사이를 잘 파고든 설계가 돋보인다. 헤드폰의 오랜 음악 감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게이니까.
SRM-353X 전용 앰프 또한 가격은 내려갔지만 성능이 기존의 스탁스 전용 앰프들보다 훨씬 업그레이드됐다. 클래스A 회로 구성으로 DC TR 앰프이며, 초단에 오리지널 저 잡음 듀얼 FET를 채용해 기존 제품의 가장 아쉬웠던 점이었던 저역대를 개선했다. 소스기기로 Fiio X7을 라인 아웃 RCA로 연결 후 <다크나이트 라이즈> OST부터 들어본다. 기존의 404나 4070에서 들었던 곡이 아니다. 저역대의 단단과 웅장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는데, 어안이 벙벙해 정신을 잃을 수 있으니 이 헤드폰을 들을 때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 곧바로 켈틱 우먼에 속해 있었던 천상의 목소리 메이브(Meav)의
그렇다면 락/메탈 장르는 어떨까 하다가 오스트리아 전설의 고딕 메탈 에스태틱 피어(Estatic Fear)의 ‘Somnium Obmutum’을 골랐다. 공기마저 하얗게 얼어붙을 듯한 허공 위로 차갑게 펼쳐지는 극한의 기타 리프가 이루지 못한 꿈의 처절함이 더해져 헤드폰 안에서 용솟음친다. 가히 형언할 수 없는 해상력과 현장감이다. 음악과 작곡가…. 디지털 포맷과 레코딩 엔지니어가 의도하는 바에 한 음도 아니고 수십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다. 음악 감상이 끝나고 헤드폰을 벗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투명함이라는 단어에 대한 재정립이 끝나는 순간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제조사들의 헤드폰이 세상에 나올지 모르겠으나 이 스탁스의 투명함과 압도적인 현장감을 견제하려면 뼈를 깎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괜히 귀에다 얹는 소형 스피커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스탁스는 이미 헤드폰이 아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SR-L500
가격 68만원 유닛 타입 푸시풀 일렉트로스태틱 임피던스 145㏀
음압 101dB 주파수 응답 7Hz-41kHz 무게 465g
SRM-353X
가격 85만원 재생주파수 특성 DC-90kHz THD 0.01% 이하 최대 출력 전압 400V
입력임피던스 50㏀ 크기(WHD) 15×10×36cm 무게 3kg
<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