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NZA
특히 하이파이맨의 고음질 플레이어들, 즉 DAP들을 보면 이래저래 휴대성이나 편의성 등에 대해 말이 많아도 절대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들의 음악과 음질에 대한 튜닝 기술이다. 오디오라는 것은 스테이징이 넓을수록 하이파이적이며, 소리에 실리는 힘이 크고 강할수록 멋진 소리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 하이파이맨에서 최근 360만원에 달하는 들의 플래그십 헤드폰 HE1000을 내놓았는데, 좀더 많은 이들이 그 무시무시한 소리를 즐길 수 있게 배려한 것일까. 220만원의 가격에 에디션 X라는 이름으로 아웃도어가 가능한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과연 그 굉장한 소리를 집안이 아닌 바깥에서도 들고 다니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몹시 궁금해진다.
에디션 X의 디자인은 놀랍다. 상식을 깨뜨린 신선한 충격이다. 마치 보통 이 나이대의 남자들이라면 한 번쯤 해봤을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의 캐릭터 베가가 생각난다. 무언가 날카로울 것 같고 의미심장한 소리가 숨어있을 것만 같은 이 헤드폰을 덥석 집어 들어 iBasso Dx80에 연결해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베토벤 5번 교향곡 ‘운명’을 들어본다. 그리고 음악이 흘러오자마자 충격에 휩싸인다. 얼마 전에 들었던 스탁스 신형 헤드폰 SR-L500이 무궁한 투명함의 눈부심이었다면, 에디션 X는 구름이 드리워지듯 - 마치 오디지 LCD-X의 저음과 유사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해상력이 좋은 - 헤드폰 배경 뒤에 전체적으로 깔리는 검은색의 짙은 배경이 필자를 압도한다. 이는 자칫 잘못하면 짙은 채색이 되어 음악 감상을 크게 왜곡할 수 있으나 에디션 X는 이상하 모를 멋과 자신감이 느껴진다. 마치 아주 멋있는 디올의 가죽 재킷을 걸친 것과 같다.
이렇게 보면 뭔가 어두운 음색 같은데, 드로트닝홀름 바로크 앙상블의 연주로 비발디 사계, 겨울을 재생했다. 쉬운 말로 깜짝 놀랐다. 고음이 생글생글, 소복소복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도 고음역대의 생기와 밸런스를 잃지 않은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켈틱 우먼의 전 멤버 메이브(Meav)의
이쯤 되면 <다크나이트 라이즈> OST를 들어볼 차례다. 이제야 이 헤드폰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세상 가장 광활한 음악들을 소화하기 위해 태어난 헤드폰인 것이다. 어둠의 사도이지만 밝은 정의를 수호하는 다크나이트의 추락과 상승이 에디션 X에서 고스란히 그려진다. 보통 평판형 헤드폰들이 소리의 반응 속도가 느리다고 알려져 있는데, 에디션 X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정말 하이파이적인 음색이 그 덩치만큼이나 장엄하게 그려지는 느낌이다.
완벽해 보이지만 단점은 없을까. 단점은 밖에서 착용 시 누음, 바깥으로 음악이 새는 양이 조금 많다는 것과 220만원이라는 그래도 아직은 높은 가격대라는 점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필자가 접해본 이 정도의 가격대 평판형 헤드폰 중에는 가히 최강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뭐니 뭐니 해도 오디오와 스피커의 본질인 좋은 음질이라는 가치를 잘 지켜내고 실현하고 있는 하이파이맨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사랑스럽다. 그리고 이런 헤드폰으로 인해 음악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일이 더욱 위대해지리라. 이 헤드폰을 개발한 하이파이맨 개발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리뷰를 마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220만원 주파수 응답 8Hz-50kHz
감도 103dB 임피던스 25±3Ω 무게 399g
<월간 오디오 2016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