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x SR-L700·SRM-007tⅡ, 차원이 다른 섬세함과 현장감을 느끼다 Stax SR-L700·SRM-007tⅡ, 차원이 다른 섬세함과 현장감을 느끼다
월간 오디오 2016-01-06 11:43:04

글 양정남



자동차 마니아에게 ‘당신의 드림카가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벤츠라는 브랜드를 피할 수 없다. 해당 분야에서의 오랜 제조 역사와 기술력, 그리고 뚜렷한 운영 철학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몇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더 빠르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신규 회사들이 즐비하지만 벤츠라는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주는 무한한 신뢰감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헤드폰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기 헤드 파이 마니아들에게 드림 헤드폰 브랜드를 물어본다면, 역시 일본의 스탁스가 빠질 수 없다.
1938년에 설립된 스탁스는 콘덴서 마이크와 포노 카트리지 등을 생산해오다 1960년 무렵 전설적인 정전형 헤드폰 SR-1을 출시하게 된다. 이때부터 스탁스는 당사 제품에 대해 헤드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귀에 착용하는 스피커라는 의미로 이어 스피커란 용어를 사용하여 제품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해 왔다. 이번에 리뷰를 진행하게 된 모델 역시 최근 출시된 이어 스피커 람다 시리즈 중 SR-L700이라는 모델이다.
여타 하이엔드 브랜드와는 다르게 포장은 다소 검소하다고 볼 수 있다. 목재 하드 케이스 대신 종이 케이스를 사용하고, 폼을 내부 충진재로 사용하여 제품을 보호한다. 물론 포장이 제품의 성능을 가릴 수 없는 법. 박스를 오픈하니 스탁스 람다 시리즈의 전통적인 디자인이 눈에 띈다. 오픈형의 하우징은 사출물 그릴로 덮여 있고, 그 안으로 커다란 타원형 드라이버 유닛이 보이는 구조이다. SR-L700의 경우 동시 출시된 SR-L500 모델과 다르게 고급 양가죽 이어 패드를 채용하고 있어 장시간 착용에도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또한 인조 가죽을 사용한 헤드 패드는 10단계로 조절되는 클릭 고정형 아크 어셈블리가 장착되어 사이즈를 한 번 조절하면 언제나 편안한 착용감을 유지시켜 준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SR-L700은 오픈형 이어 스피커로 정전형 유닛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다. 이 유닛은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인 SR-009와 같이 엄선된 박막 다이어프램을 사용한다. 또한 열 확산 방식을 사용한 스테인리스 에칭 공법을 사용, 깊은 저역 반응과 섬세한 고역, 그리고 부드러운 중역까지 밸런스 있게 재생된다고 스탁스는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명 헤드폰 회사들이 일부 플래그십 모델을 제외하고 대부분 개발 및 튜닝이 용이한 무빙 코일 타입 유닛, 소위 다이내믹 유닛을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스탁스가 이렇게 정전식 타입의 유닛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음질에 대한 철학 때문이다. 다이내믹 유닛은 보이스 코일 마그네틱이 진동판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 전체에 균등하게 힘이 전달되지 못한다. 덕분에 가장자리로 갈수록 디스토션과 공진음이 발생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전형 유닛은 다이어프램이 얇은 금속 박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금속 박막은 고정자의 두 개 금속판 사이에서 고전압 DC 전원이 발생시키는 정전기장을 통해 진동하고 소리로 표현되게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설계 방식은 음악을 재생할 때 반응 속도가 매우 빠르며 낮은 왜곡률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바이어스 DC 전압을 유닛으로 공급해줘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도 껴안고 있다.
스탁스 SR-L700은 케이블에 상당히 신경을 쓴 모양이다. 580V의 높은 바이어스 전압을 다이어프램으로 전달하기 위해 2.5m의 6N OFC 케이블이 하우징에 연결되어 있고, 이는 동사 플래그십 모델인 SR-009 모델과 동일하게 은도금 처리되어 있다. 연결 커넥터는 기존 스탁스 제품과 마찬가지로 5핀 프로 바이어스 소켓을 채용하고 있다.



SR-L700을 구동하기 위해 스탁스에서 출시된 SRM-007tⅡ 헤드폰 앰프를 연결하였다. 스탁스의 정전형 이어 스피커와 매칭 구동하기 위해 제작된 전용 헤드폰 앰프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감이 생겼다. 박스 포장을 열자마자 제법 큰 몸집 사이로 진공관 4개가 박혀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SRM-007tⅡ는 클래스A FET 방식의 입력부와 6CG7/6FQ7 진공관 4개를 출력부에 사용하여 완전히 새로 설계된 하이브리드 헤드폰 앰프이다. SACD나 DVD 오디오 같은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기 위해 100kHz까지 향상된 재생 능력은 타 기종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스펙이라 할 수 있다.
전·후면 사양을 살펴보자. 완벽히 분리된 XLR, RCA 입력을 모두 수용하며 이는 전면의 입력 스위치로 선택되고, 이렇게 입력된 오디오 시그널은 풀 밸런스 앰핑을 통해 푸시풀 시그널로 이어 스피커의 다이어프램으로 전달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헤드폰 출력은 5핀 프로 바이어스 소켓만 존재한다. 단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전면 볼륨이 좌우 분리 조절하도록 되어 있어 청취 전에 레벨 컨트롤 노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테스트를 위해서 오포 BDP-105D의 밸런스 출력부를 SRM-007tⅡ에 연결하고 전용 헤드폰 소켓을 이용해 SR-L700 이어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그리고 다이내믹 헤드폰과의 비교를 위해 105D 전면 헤드폰 단자에 연결할 몇 개의 헤드폰을 준비해 놓았다. 테스트의 기준은 정전형 헤드폰으로서의 특징이 제대로 표현되는지 음악의 표현과 밸런스에 그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
음원을 재생하자마자 가장 먼저 놀라게 되는 점은 엄청나게 넓은 레인지와 주파수 재생 능력이다. 100kHz까지 재생되는 전용 앰프도 한몫하겠지만 7Hz-41kHz까지의 광활한 주파수 응답 능력을 가진 SR-L700의 역할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완벽히 개방된 구조가 가져다주는 공간감과 이어 패드의 완벽한 밀폐 능력 덕분에 마치 하이엔드 스피커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헤드폰의 태생적 한계인 패닝감만 해결이 된다고 하면 아마 굳이 스피커를 설치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귀에 가져다 놓은 스피커란 뜻의 이어 스피커라는 네임이 결코 무색하지 않은 듯하다. 비교 테스트된 헤드폰에 비해 월등한 저음 표현력, 그리고 기존 시스템에서 느낄 수 없는 손에 잡힐 듯한 음색 하나하나의 섬세함과 현장감이 마치 레코딩 스튜디오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탁스의 플래그십 SR-009 모델의 경이로운 표현력에 매료되었으나 높은 가격 때문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던 소비자들에게 람다 시리즈의 SR-L700과 SRM-007tⅡ 조합은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SR-L700 헤드폰


가격 135만원  유닛타입푸시풀일렉트로스태틱  임피던스 145KΩ  음압 101dB 
주파수 응답 7Hz-41kHz  무게 496g



▲SRM-007tⅡ 헤드폰 앰프


가격 280만원   사용 진공관 6FQ7/6CG7×4   주파수 응답 DC-100kHz
입력 레벨 200mV   앰플리케이션 54dB(×500)   THD 0.01%
입력 임피던스 50KΩ   크기(WHD) 19.5×10.3×42cm    무게 4.7kg


<월간 오디오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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