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본 CD 플레이어는 영국에서 출범한 지 이제 35년이 된 중견 메이커 크릭의 대표적인 시리즈인 에볼루션의 중심 제품인데, 이 시리즈 안에는 CD 플레이어 외에도 인티앰프 2가지가 포함되어 있다. 이 세 기종들은 등장하자마자 영국 오디오 전문지에서 올해의 제품상을 받아 유명세를 탔다.
크릭은 초창기에 별 다른 특색이 없는 섀시로 제작된 반면 속 실력은 상당한 것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지금은 날렵하고 멋진 외모로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진일보를 이루었다. 에볼루션 시리즈는 고급스러운 브러시드 마감 처리한 알루미늄 전면 패널을 부착했으며, 중앙에 큼직한 OLED 디스플레이를 부착했고, 말랑말랑한 촉감의 푸시 버튼을 채용해 이전과는 다른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보여 준다.
이 새로운 에볼루션 시리즈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부에도 새로운 점이 많다. 새 회로를 개발·적용해 품질을 높이고 있는데, 이 CD 플레이어는 단순한 CD 플레이어의 수준을 넘어섰다. 디지털 시대의 개념에 충실한 제품이며, 디지털 데이터를 전송 받아 고품질의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시키며, 편리하게 제어할 수도 있는 다양성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주 기능으로 볼 때 D/A 컨버터라고 불려야 하고, 여기에 추가로 CD 트랜스포트가 장착되었다고 보는 것이 지당할 것이다. 동축과 광 입력으로 24비트/192kHz PCM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고, USB 입력으로는 24비트/96kHz PCM 신호를 입력 받을 수 있다.
DAC 작동 방법은, 우선 본체의 SRC(소스의 약자) 버튼이나 리모컨의 DAC 버튼을 누르면 본 기는 일반 D/A 컨버터처럼 다양한 디지털 소스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할 수 있다. 그리고 리모컨의 SEL 버튼이나 본체의 SRC 버튼을 누를 때마다 입력이 바뀌는데, CD에서 USB - 동축 디지털 - 광 디지털 - 다시 동축 디지털 - 광 디지털 입력의 순서로 달라진다. 그리고 본 기는 PC와 USB 입력을 연결하면 PC에서 자동적으로 이 기기를 인식하고 연결이 되며(드라이버 설치 필요 없음), 또한 입력된 모든 디지털 신호를 본 기기에서 다른 디지털 기기로 동축 및 광 출력으로 신호를 보낼 수가 있다.
그리고 리모컨의 필터 버튼으로 5종류의 디지털 필터 옵션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디지털 필터는 각 소스에서 입력되는 디지털 신호를 변환해 아날로그 신호로 재구성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이 5가지 필터는 성능과 초음파 잡음 억제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조합으로 구성되는데, 시스템에 따라서 좌우되기 때문에 가장 좋은 필터는 사용자가 직접 시행해 보고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귀로 듣기에는 미미하며 주파수 특성에 그다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지간한 하이엔드가 아니면 갖출 수 없는 이런 섬세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는 만큼 사용 부품들도 모두 상당한 수준을 가진 신뢰도 높은 것으로 채워져 있다. 새로운 CD 트랜스포트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울프슨의 WM8742 24비트/192kHz DAC 2개를 더블 디퍼런셜 구성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의 중요 부분에 오가닉 폴리머 커패시터를 사용하며, 위마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출력 필터에 사용한다. 전원부에는 고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하는데, 권선을 분리해 아날로그와 디지털 회로에 각각 최적의 전원을 공급한다.
앰프와 이 CD 플레이어 연결 시 주의점은 RCA와 XLR 연결을 동시에 하지 말라는 것. 어느 쪽에 연결을 해도 신호 저하 효과는 없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연결하면 확연하게 성능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만큼 기기의 회로가 민감하다는 증표일 것이다. 그리고 이 기기는 동사의 인티앰프와 세트로 출시되었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면 리모컨을 공유할 수 있다.
이 제품을 본 기의 제 짝인 에볼루션 50A 인티앰프가 아닌 진공관 6550을 4알 사용한 케인의 인티앰프, 그리고 PSB의 이매진 XB 스피커(이번 호 시청기)로 매칭을 했다. 이렇게 섞어 놓은 시스템에서 CD 플레이어 하나만의 소리를 감별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당연히 다른 시청기인 CD 플레이어 2기종과 비교 시청을 해 본다.
확실히 나오는 소리는 기종마다 개성이 있다. CD 플레이어의 일반적인 차이는 소리가 다소 가냘프며 깨끗하지만 실체감이 좀 부족한 경우가 가장 많고, 그럴 경우 당연히 밀도감이 좀 떨어진다. 어떤 기종은 소리가 정확하기는 하지만 기계적이고 건조한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또 저역이 흐릿하게 풀어지는 경우도 있다. 인위적으로 소리를 치장하거나 거친 소릿결이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CD 플레이어를 트랜스포트와 DAC의 결합이라고 보기에는 그 내용의 차이가 심한 것이다.
이 제품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자유롭다. 대부분의 위와 같은 약점들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냉정하게 평가해도 정통 중견 기기 수준 이상이다. 스케일이 크고 윤기와 밀도가 상당한데다 매끄럽고 청량한 현 독주의 쾌감도 인상적. 고급스럽기 짝이 없는 소리가 이런 보급형 제품에서 나오다니…. 이 제품의 가격대를 알고 나면 탄복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흔쾌히 권고하고 싶은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지금까지의 국제적인 반응을 보더라도 신뢰감이 넘친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145만원 DAC 울프슨 WM8742×2, 24비트/192kHz
디지털 입력 Coaxial×2, Optical×2, USB×1 USB 입력 24비트/96kHz S/N비 110dB 이상
출력 임피던스 47Ω 크기(WHD) 43×6×28cm 무게 5.5kg
<월간 오디오 2015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