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누가 뭐래도 사실 앰프는 A급이 좋다. 이미 공인이 되어 버린 이론이고, 현실일 것이다. 그리고 이골이 난 마니아들이 죽자 사자하고 3극 진공관 싱글 앰프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3극 진공관 앰프의 경우 소출력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반도체 A급 앰프도 들락날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A급의 그 막대한 발열, 그와 함께 전력 소모, 트러블 등이 함께 문제점으로 따라 붙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아직도 사실 뾰족한 해결 방안이 없고, 잠시 떴다가 사라지는 A급 반도체 앰프의 운명이려니 할뿐이다.
그런 운명론 속에는 80년대의 전설 뮤지컬 피델리티의 A1이란 제품이 자리잡고 있다. 20W의 출력이지만 기가 막히게 성능이 좋았다, 그러나 계란 프라이를 해 먹어도 될 발열과 잦은 트러블을 이겨내지 못한 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그런 저렴하면서도 소리는 좋은 인티앰프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아마 오디오 애호가라면 공통적으로 가졌을 그런 아쉬움에 대한 해결책이 여기 있다. 아니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기묘하게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세상살이의 기묘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사실이다.
현존하는 작은 인티앰프에서 A클래스 제품은? 아마 서그덴이 유일할 것이고, 지금 서그덴의 이름은 ‘A클래스의 반도체 앰프’와 동급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그덴은 1967년 제임스 에드워드 서그덴이 본인의 성을 브랜드명으로 해서 창립한 영국 오디오 업체인데, 창립자는 전자 과학 장비와 테스트 장비를 연구하는 엔지니어로 그 분야에서 개발과 생산에 종사하다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회사를 창립했다고 소개되어 있다. 서그덴은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탓인지 기묘하게도 그동안 동양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이미 1967년부터 하이파이에서 최초로 A클래스의 반도체 오디오 앰프를 상업적으로 개발·시판했고, 처음 시판된 모델 A21은 현재의 디자인과는 다르지만 순수한 A클래스 방식의 반도체 앰프 제품이었다. 그리고 무려 50년간 처음과 동일한 이름인 A21 시리즈로 오늘날까지 생산·판매되고 있다. 우리는 뮤지컬 피델리티 A1이 첫 A클래스 인티앰프 제품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버지뻘의 앰프가 따로 있었던 셈이고, 50년간 이런 진실이 있었는데도 눈을 감고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다. 생산자의 태만인가? 애호가들의 무지인가?
이 메이커는 현재 오디오 업계에 두 가지의 키워드로 명성을 굳히고 있는데, 시종여일 A클래스의 증폭 설계와 함께 핸드메이드 방식의 수작업으로 제조된 뛰어난 제품 완성도가 그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모든 부품들을 웨스트요크셔에 있는 자체 공장에서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며, 자체적으로 엔지니어링 함은 물론 섀시 제조팀까지 갖추고 있어 외주 설계 및 생산은 전혀 하지 않는데, 아마 그런 일종의 폐쇄성 때문에 소량 생산, 자체 판매 정책으로 굳어져 외부 세계와 교분이 없어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생산 라인의 직원들은 대부분 25년 이상 근무자라고 하니 더욱 그런 분위기가 굳어졌을 것이고, 대량 생산과 과도 홍보가 주는 결과는 결국 도산이라는 산업계의 경고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고수하고 있었던 셈이다. 음식점도 광고를 하려 애를 쓰는 곳도 있고, 오히려 단골들 외에는 알리지 않으려는 곳도 있는데, 그런 곳은 영업도 저녁 4시간으로 한정하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한 달 전에 예약이 필요하다.
지금 이 메이커의 제품은 그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몇 모델로 한정하고 있고, 인티앰프로는 3기종이 있다. 인티앰프는 출력으로 구분이 된다. 본 시청기는 출력이 A급 30W이며, 그 아래 23W 출력의 제품과 상위 기종으로 33W 출력의 제품이 있다. 당연히 본 시청기는 서그덴의 역사를 표방하고 있는 레퍼런스 기종이다.
이 모델은 1960년대 후반에 만들어진 서그덴의 첫 번째 앰프의 후예인데, 그들의 첫 번째 앰프는 싱글 엔디드 퓨어 A급의 출력단과 전류 피드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매우 특별한 설계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상업적 앰프들에서는 볼 수 없던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 것이다. 그후 개발이 끝났어도 10여 년이 지난 이후에 상용화가 되면서 단일 품목의 소량 생산을 지속해 왔고, 그 한 모델에 끊임없는 개량을 거듭해 출력 회로와 현대적인 부품의 조합해 왔고, 내부를 단순화한 필터링, 멀티 이미터 솔리드스테이트 아웃풋 디바이스 등을 조금씩 다듬고 튜닝해 최종 업그레이드된 실로 완벽한 퓨어 A클래스의 인티앰프를 완성품으로 데뷔시켰다. 그것이 본 시청기의 이력이다.
확장된 대역폭과 완벽히 다듬어진 정갈한 고역과 저역의 사운드, 그리고 오리지널 제품에서 정립된 세밀하고 미려한 중역을 변함없이 유지시켜 왔는데, 이 제품으로 음악을 들으면 확실히 보통 인티앰프 제품과는 소리가 구분된다. A급인지 뭔지,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전혀 선입견 없이 들었을 때 느꼈던 느낌이다. 그리고 30W 출력이지만 대부분의 스피커에서는 상관이 없었다. 구체적인 소감은 불필요하다. 왜 A클래스가 필요한 것인지 직접 느껴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420만원 실효 출력 30W(8Ω), 40W(4Ω)
주파수 응답 12Hz-141kHz(±1dB) 주파수 대역 6Hz-280kHz S/N비 90dB 이상
크기(WHD) 43×11.5×36cm 무게 15kg
<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