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 Yoshino EAR 834P Standard, 파라비치니 디자인의 보석 같은 포노 스테이지 EAR Yoshino EAR 834P Standard, 파라비치니 디자인의 보석 같은 포노 스테이지
월간 오디오 2016-03-07 10:37:43

글 코난



아날로그 LP를 듣는 데는 여러 장비가 필요하다. 턴테이블, 카트리지, 그리고 포노 앰프 등이 그것들이다. 그중 카트리지가 LP의 음구를 읽어낸 이후 그 신호를 보정한 후 이를 증폭하는 일을 담당하는 포노 앰프의 중요성은 시스템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 하지만 적당한 가격대의 포노 앰프를 찾기란 더더욱 어려워졌다. 그중 포노 앰프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기기를 하나 꼽자면 EAR 834P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마란츠 7을 비롯해 이후 수많은 포노 스테이지들이 명멸했지만 EAR 834P는 여러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동일한 회로로 전 세계 아날로그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조그만 사이즈에 매우 심플한 회로 구성의 EAR 834P, 그러나 요즘처럼 엄청난 고가의 포노 앰프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은 포노 앰프의 위세는 떨어질지 모른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포노 앰프에 열광하게 만드는 것일까?



오디오 역사, 그중에서도 파라비치니(Tim de Paravicini)의 존재는 매우 특별하다. 아일랜드 레코드를 위해 레코드 커팅 기기를 디자인하기도 했고, 여러 메이커들의 제품 설계에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컬 피델리티의 최고 히트작 A1은 사실 파라비치니의 작품이었다. 한 때는 일본에서 럭스만의 앰프 설계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영국 쿼드의 QC24P라는 포노 앰프, 그리고 쿼드 Ⅱ/80 파워 앰프의 설계 컨설턴트를 담당한 것도 그였다.
EAR 834P는 그런 파라비치니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컬트 팬을 다수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커다란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앰프다. 사실 이 포노 앰프는 개인적으로도 무척 좋아해 서너 번 구입해 사용했던 모델로서 본인에게도 남다른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EAR 834P는 기본적으로 MM과 MC 카트리지 모두에 대응하는 포노 앰프로서 후면의 MM/MC 전환 스위치로 간단히 조정이 가능하다. 전면 우측엔 전원 노브가 있고, 좌측엔 옵션인 볼륨 레벨 노브가 있어 시스템에 따라 게인을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후면엔 입·출력단 및 MM/MC 전환 스위치와 전원 소켓 등 매우 깔끔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내부엔 쌍3극관 12AX7(ECC83)이 세 알 들어가며 EAR 자체 승압 트랜스가 내장되어 있다. 토로이달 트랜스를 사용한 충실한 전원부와 커브 보정, 증폭 등에 관련된 회로를 중앙 격벽을 두어 완벽히 분리한 간결하면서도 영리한 설계다. 파라비치니의 설계 철학을 보여주듯 최대한 간결한 설계에 신호 전송 구간이 짧고 부품들이 매우 적재적소에 쓰였다. 또한 내부에 MC용 승압 트랜스를 탑재해 MC로 세팅할 경우 70dB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즉,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저출력 MC 카트리지에 대응한다는 의미다.
SME 톤암을 장착한 VPI 턴테이블에 가장 보편적인 저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해 들어보니 잊고 있었던 EAR의 포근하고 윤기 넘치는 소릿결이 시청 룸을 가득 메운다. 카라얀의 베를린 필과 안네 소피 무터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어본다. 전체적으로 중·저역 쪽으로 차분하게 내려온 대역 밸런스에 더해 바이올린의 중·고역이 촉촉하다. 그 어디에도 건조하거나 딱딱한 구석이 없으며 두툼한 중·저역 또한 적절한 양감과 펀치력이 더해져 음악에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
현악이나 피아노 등 어쿠스틱 악기의 녹음에서 특히 EAR 834P의 차분하고 촉촉한 질감이 빛을 발한다. 이런 특징은 진공관을 사용한 포노 앰프 특유의 색채감과 함께 미립자처럼 펼쳐지는 세밀한 입자 덕분이다. 물론 록이나 팝 음악에서도 탄탄하고 충분한 두께감과 에너지감 등이 좋아 뛰어난 재생음을 들려준다. 매우 포근하고 섬세한 질감은 고해상도에 편의성을 강조한 광대역의 최근 포노 앰프들과는 추구하는 바가 매우 다르다. 나는 이 가격대 그 어떤 포노 앰프에서도 이처럼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아날로그 사운드를 들어본 적이 없다.



EAR 834P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진공관 교체에 따른 즐거움이다. 12AX7은 가장 구하기 쉬운 쌍3극관 중 하나로 마음만 먹으면 여러 메이커에서 만든 진공관을 구할 수 있다. 기본 장착된 진공관도 좋지만 텔레풍켄, 멀라드 등으로 교체하면 또 다른 아날로그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다시 조우한 EAR 834P는 다시는 떠나기 싫다는 듯 그 언제보다도 더 매력적인 음질로 애장 LP를 낭랑하게 재생하고 있다. 아날로그 마니아에겐 마치 보석같은 제품이다.


EAR Yoshino EAR 834P의 디럭스 버전.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210만원(Standard, 볼륨 버전), 270만원(Deluxe, 볼륨 버전)


<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