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lab 8300A·8300CD, 전설을 다시 한 번 되살릴 수 있는 실력파 기기 등장 Audiolab 8300A·8300CD, 전설을 다시 한 번 되살릴 수 있는 실력파 기기 등장
월간 오디오 2016-03-07 10:59:34

글 김남



오디오랩의 과거를 잠시 들여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오디오의 세계에서 국한된 시각이지만, 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랩은 필립 스위프트, 데릭 스코틀랜드라는 임페리얼 대학의 학생으로 만난 두 사람에 의해 1980년 초반에 영국에서 창립된 앰프 전문 제작사였다. 그들이 그 당시 창립하면서 내어놓은 성명은 상당히 울림이 컸다. 세계의 오디오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고가품들도 다투어 등장했는데, 그 두 사람은 그것을 비판한 것이다. ‘지금의 장비들은 지나치게 비싸다. 비싸기만 할뿐 소리는 별로인데, 이런 현상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그런 호기 속에 8000A라는 인티앰프가 등장했다. 이 앰프는 오디오 시장을 강타했다. 90년대까지도 이 앰프의 영향은 막강했다. 약간의 푸른빛이 감도는 흑색의 섀시로 제작된 단정하고 단아한 생김새였는데, 아마 그 당시 이보다 더 나은 인티앰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찬사가 이어지면서 세계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오디오랩은 승승장구, 쿼드와 쌍벽을 이룰 정도의 영국 오디오 제작사로 성장을 했다. 90년대 후반에도 판매가가 국내에서 100만원 언저리였는데, 당시의 애호가였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이렇게 깊은 음장감을 내주는 인티앰프란 전무후무했다는 데 공감할 것이다. 국내에선 걸핏하면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전설이라면서 8000A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10년이 넘도록 8000A를 능가하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체가 계속되더니 경영의 어려움이 닥치면서 회사는 결국 2000년대에 다른 경영자에게 매각되고 만다. 새 경영자는 의욕에 넘쳤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앰프 왕국으로 비약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대폭 확장하고 전방위로 업그레이드를 단행해 다양한 모델 출시했고, 거기에 단가를 대폭 인상하는 용단이 섞여지면서 새 출발을 약속했다. 그래서 8000A의 뒤를 잇는 8200A가 등장했고, 또한 인티앰프 단일 기종이 아니라 8200 시리즈로 라인업이 복잡다단해졌다. 8200 시리즈에는 인티앰프를 비롯해 프리·파워 분리형 앰프, CD 플레이어와 여러 기종의 DAC, 홈시어터 제품도 포함되어 있다. 다행인 것은 모두 하이엔드는 아니고 보통의 가격대 제품이다. 더욱이 이 시리즈는 이 가격대에서는 도저히 다른 제작사들이 넘볼 수 없는 파격적인 물량 공세가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심지어 다른 제작사에서는 비슷한 가격대의 CD 플레이어 제품들을 생산 중지하는 결과까지도 나타났다. 그렇다고 해서 오디오랩의 제품이 전 세계 오디오 시장을 독점했는가 하면 그러지는 못했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만회하려는 목표 아래 오디오랩은 다시 새로운 시리즈를 발표했다. 그것이 이번에 소개하는 8300 시리즈이다.
오디오랩의 기본적인 아이덴티티는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저역의 제동력이 좋다는 것이다. 음장감도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악기들의 디테일도 별로 모자람 없고, 두툼하고 해상력이 떨어지는 그런 제품과는 일획을 긋는다. 상당한 섬세함이 받쳐 주고 있는 것이다. 오디오랩이라는 제작사의 명성과 역사가 허튼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동안 전통처럼 지녀 왔는데, 이 새로운 시리즈들 역시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시장의 반응이 기대된다.
8300A 인티앰프는 파워부를 듀얼 모노 설계 방식으로 설계하고, 300VA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탑재해 채널당 75W(8Ω)의 출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아날로그 애호가를 위한 고품질의 MM/MC 포노 앰프도 탑재하고 있다. 또 독자적인 프리앰프, 파워 앰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설계는 어지간한 자신이 없으면 잘 쓰지 않는 방식이다.
8300CD는 CD 플레이어 겸 DAC 기기로, 슬롯 로딩 방식의 메커니즘을 탑재했고, ESS 사브레32 9018 DAC를 사용하고 있어 USB 입력으로 PCM 32비트/384kHz, DSD 256까지 재생한다. AES/EBU, 옵티컬, 코액셜 디지털 입·출력 단자도 지원한다. 8300CD는 상당한 물량의 집합체로 불릴 만큼 선별된 부품의 품질이 우수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이 두 기종이 오늘날의 여타 제품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낫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미 기술 수준이 평준화되어 있으며, 듣는 사람들의 수준 역시 80년대나 90년대에 비해 한 단계 더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디오의 세계에서 전통이 주는 신뢰도와 그것에서 비롯되는 소리의 안정도는 아주 중요하다. 한 번 명기라는 제품을 만들어 낸 분위기가 있으면 그 후광은 굉장히 오래 지속된다. 또한 성능이 한 번 어느 수준에 올라가면 그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쉽지도 않으며, 성능이 올라가는 것은 쉽지만 연구·노력해 하향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디오랩이 새로운 8300 시리즈를 통해 지난 80-90년대에 쌓아올렸던 8000A의 전설을 다시 한 번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크며, 이 두 제품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만한 역량을 지녔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8300A
가격 190만원   실효 출력 75W(8Ω), 115W(4Ω)   디스플레이 OLED 128×64
댐핑 팩터 100 이상  게인 29dB   크기(WHD) 44.4×8×33cm   무게 7.8kg

8300CD
가격 190만원   DAC ESS 사브레32 9018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2, Optical×2, USB B×1
디지털 출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주파수 응답 20Hz-20kHz(±0.2dB)   S/N비 -98dB 이하(RCA), -100dB 이하(XLR)   다이내믹 레인지 98dB 이상(RCA), 100dB 이상(XLR)
크로스토크 -120dB 이하(RCA), -130dB 이하(XLR)   출력 임피던스 10Ω   THD 0.002% 이하
출력 전압 4.2V(XLR), 2.1V(RCA)   크기(WHD) 44.4×8×31.7cm    무게 6kg


<월간 오디오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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