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llon Noble 838, 음양의 조화로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다! Apollon Noble 838, 음양의 조화로 득도의 경지에 다다르다!
월간 오디오 2016-04-12 15:29:48

글 이종학(Johnny Lee)



“오디오를 만들 때 이제야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진공관이건 부품이건, 일종의 음양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겁니다. 여기서 음은 다소 어둡고, 진한 음이라고 하면, 양은 밝고, 경쾌한 음이죠. 이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됩니다. 그러나 관이나 부품의 성격이 처음부터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관이라 해도 설계상의 위치에 따라 음이 될 수도 있고, 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음양의 조화가 슬기롭게 이뤄져야 합니다. 그 이치를 깨닫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폴론 노블 838에 대해 여러 자료를 검토하고 또 제작자와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들은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쯤 되면 무슨 선문답같기도 한데, 한편으로 아폴론 오디오의 제품에 공통으로 흐르는 어떤 음향 철학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어떤 제품을 들어보면 지나치게 어둡고,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 반대로 너무 쨍하고 각이 서서 피곤할 때도 있다. 제일 좋은 것은 적절한 음영이 깃들면서, 여러 가지 표정을 다채롭게 지을 줄 알아야 한다. 아마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오디오의 모습에 아폴론의 음향 철학이 상당히 어필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쨌든 서론이 길어졌는데, 이번에 만난 제품은 노블 838 모노블록 파워 앰프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838 출력관을 쓴 모노블록 앰프인 것이다. 당연히 동사의 플래그십 모델이고, 3극관 싱글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8Ω에 무려 45W를 낸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스피커는 모두 구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번 시청에 사용한 TAD의 CE-1이 제 소리를 내려면, 상당한 파워를 요구하는데, 막상 들어보니 별 불만이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CE-1의 잠재력이 활짝 만개되어, 정말 기분 좋게 노래한다. 그러고 보면, 아폴론의 특징은 빈티지 성향의 스피커 못지않게 하이엔드 제품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 이게 바로 음양의 조화란 말인가!
일단 외관을 보면, 무슨 산 정상에 꽂힌 관처럼, 맨 중앙 상단에 놓인 838의 존재감이 강력하게 어필해온다. 약간 빈티지 느낌의 외관이지만,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디자인도 눈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음에 있어서는 무척 스피디하고, 와이드 레인지하며, 뛰어난 해상도와 다이내믹스를 자랑한다.



사실 잘 만든 TR 앰프는 진공관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 역도 마찬가지. 그러므로 만일 눈을 감고 이번 매칭을 듣는다면, 시청실에 비치된 다양한 파워 앰프 중 본 기를 짚을 만한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본다. 아마 이런 외관에서 이런 음이 나온다고 하면 대부분 깜짝 놀랄 것이다.
각설하고 그럼 ‘왜 838이냐?’부터 캐어물을 필요가 있다. 사실 3극관 하면, 300B를 정점으로 2A3, 211, 845 등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단, 출력에서 구분해보면, 300B와 2A3가 소출력인데 반해, 845, 838 등은 대출력(?)을 꾸밀 수 있다. 특히, 838로 말하면, 무려 45W에 이르는 힘을 갖고 있어서, 이른바 ‘마당쇠’로 불리기도 한다. 300B와 2A3가 갖는, 함초롱하면서, 고급스런 질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그냥 거칠고 힘만 좋은 놈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838을 잘 다듬어보니 상당한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결코 힘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적절한 질감과 품격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메인으로 한 파워 앰프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까다로운 하이엔드 스피커를 겨냥한다면, 이런 선택은 오히려 현명해 보인다.
본 기의 최대 자랑은, 인터 스위치 방식을 채택한 점이다. 대부분 커플링 콘덴서로 해결하는 부분에서 과감한 시도가 이뤄진 것이다. 당연히 인터 스위치 방식은 제대로 만들기도 어렵고, 제작 과정도 지난하다. 때문에 이런 방식을 채택한 진공관 파워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대체 왜 그런가? 그 이유를 여기서 알아보자.
음성 신호가 들어올 때, 무전압 상태와 유전압 상태로 나눌 수가 있다. 무전압 상태로 음이 흘러갈 땐, 아무래도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에너지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댐핑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유전압 상태일 때엔, 드라이브 능력이 높아지고, 댐핑도 몰라보게 향상된다. 전자가 커플링 콘덴서 방식이고, 후자가 인터 스위치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콘덴서만 잘 선택하면 매칭이 되는 데에 반해, 후자는 구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인터 스테이지용 트랜스만 해도 훨씬 용량이 크고, 무겁다. 또 1차 및 2차 권선을 완벽하게 독립적으로 감아야 하는 바, 그 과정에서 주파수 왜곡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 세계에 이런 방식으로 만든 진공관 파워 앰프는 무척 드문 것이다. 그냥 이름만 인터 스위치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한편 로터리 실렉터를 통해, 매칭되는 스피커의 특성에 맞게 조율할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를테면 스피커에서 험이 날 경우, HUM이라는 것을 선택해서, 뒤에서 조절할 수 있다. 커런트 조절 단자도 있다. 이런 여러 옵션의 제공은, 스피커의 교체에 따른 편의성을 한껏 높이고 있는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프리앰프는 본 기와 제짝이라 할 수 있는 노블 프리가 동원되었고, 소스기는 노르마의 레보 DS-1, 그리고 스피커는 TAD의 CE-1이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초반에 긴장감을 연출하는 첼로군의 움직임부터 서서히 여러 악기들이 기지개를 켜고 피어오르다 점차 폭발로 이어지는 과정이 일목요연하다. 확실히 대형기를 장악해서,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싱글이면서 출력이 출중해, 빼어난 선도와 확실한 구동력이 보장되고 있다.
이어서 마틴 그루빙거의 ‘Introitus…’는, 확실한 타격감과 풍부한 저역을 바탕으로, 이런 타악기 계통의 재현에서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의 북이 가진 질감과 텐션이 잘 살아 있고, 주변으로 확산해가는 음향의 깊이도 뛰어나다. 여기에 남성 코러스가 얹어지는데, 서로 일체 영향을 주는 법이 없다. 경건한 성가가 이런 타악기의 음향과 만나 일종의 전위음악으로 변하는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다이어 스트레이트의 ‘Brothers in Arms’. 초반에 진하게 깔리는 신디사이저 음향이 시청실을 가득 감싼다. 이어서 사색하듯 손가락으로 뜯는 일렉트릭 기타의 모습이 선명하게 부각되며, 다소 건조하고 텁텁한 노플러의 보컬이 여기서는 매력적이다. 연주가 진행될수록 점차 스케일이 커지지만, 그럴수록 고독감도 커진다. 그런 감정을 제대로 된 스케일과 다이내믹스로 구현하고 있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다.



판매원 21 SOUND (02)2217-8667   가격 1,280만원   실효 출력 45W
주파수 응답 20Hz-20kHz(±0.3dB)   S/N비 -95dB   입력 임피던스 600Ω, 100㏀
입력 감도 800mV   출력 임피던스 4/8/16Ω   출력 전압 25V   S/N비 -95dB   무게 34kg


<월간 오디오 2016년 4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