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L-3000 듀얼 모노 진공관 프리앰프의 끝판왕을 만나다 Allnic L-3000 듀얼 모노 진공관 프리앰프의 끝판왕을 만나다
월간 오디오 2016-05-18 14:10:15

글 김편



필자가 아는 한, 제대로 만들어진 프리앰프를 오디오 시스템에 투입했을 때 얻을 수 있는 ‘1차 효과’는 각 악기 음색 표현력의 증가와 음 하나하나의 정확한 재생, 그리고 사운드 스테이지의 홀로그래픽한 확장이다. ‘2차 효과’는 결과적으로 재생 음악이 품격 있게 들려 음악 감상이 즐거워진다는 것. 물론 전제와 변수는 많다. 첫째, 잘 설계된 프리앰프일 것. 둘째, 앞단(소스)과 뒷단(파워 앰프)과의 매칭(임피던스, 게인)이 잘 이뤄질 것. 셋째, 인터 케이블은 이들 기기 간 상생을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 것.
올닉(Allnic)의 프리앰프 L-3000을 들었다. 이미 국내외에서 ‘프리앰프 끝판왕’이라고 명성이 자자한 듀얼 모노 진공관 프리앰프인데다, 개인적으로 이 모델의 동생격인 L-1500을 쓰고 있는 터라 이래저래 관심이 높았다. 매칭은 300B를 채널당 4발씩 투입해 60W(8Ω)를 뽑아내는 올닉의 모노블록 파워 앰프 A-6000을 중심으로, 앞단에는 올닉의 직열 3극관 DAC인 D-5000 DHT, 기기 간은 밸런스로 연결했다. 스피커는 B&W의 802 다이아몬드.


설계 디자인
외부 디자인을 보면 밀폐형인 L-1500에 비해 트랜스포머와 진공관, 심지어 어테뉴에이터까지 노출시킨 오픈형이다. 또한 측면 손잡이가 그대로 섀시로 이어지는 파격적인 디자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파워 케이블을 측면에 꽂게 되어 있는데, 이는 듀얼 모노 구성을 위한 첫 출발점으로 보인다. 즉, 전원 트랜스부터 좌우 채널 분리를 위해 2개를 투입하고, 이를 전면에 전진 배치시킨 것. 2개의 스피커가 빚어내는 3차원 사운드 스테이지의 매직이 이미 전원부에서부터 첫 단추가 채워진 셈이다.
이러한 듀얼 모노 설계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원 리플을 제거하는 초크 트랜스 역시 채널당 1개씩 투입됐고, 정전압 회로의 진공관(7233, 6485)도 채널당 1개씩 총 4개가 투입됐다. 좌우 채널 음악 신호를 전압 증폭하는 E810F 또한 채널당 1개씩 투입되어 1단 증폭을 완성시키고, 이렇게 증폭된 음악 신호는 각각의 출력 트랜스를 통해 파워 앰프로 빠져나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네거티브 피드백은 일체 걸지 않았다.
하지만 설계도만 잘 짰다고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각 트랜스와 진공관, 증폭 방식, 그리고 볼륨을 책임지는 어테뉴에이터의 물성이 좋아야 한다. 우선 올닉의 전원 트랜스는 전압 변동률이 극히 작다. 음악 신호가 있을 때와 없을 때 진공관 플레이트에 걸리는 전압(B 전압)의 변동률이 그만큼 낮다는 얘기다. 음악 신호에 따라 B 전압이 크게 출렁여서는 정확한 재생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올닉의 프리앰프는 웬만한 파워 앰프의 무게를 가지는데, 그 이유 중 많은 부분이 이 충실한 전원 트랜스일 것이다.
출력 트랜스는 니켈과 철의 합금인 퍼멀로이(Permalloy)를 코어로 썼다. 이 퍼멀로이는 재생 음악의 스피드와 댐핑력을 결정짓는 초 투자율(Initial Magnetic Permeability)이 일반적인 철 코어에 비해 아주 높다. 외국 유저와 평론가들이 대놓고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올닉의 퍼멀로이 트랜스다.
41단 어테뉴에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하이엔드 프리앰프일수록 볼륨단은 그 중요성이 커지는데, L-3000에는 올닉이 자체 제작한 41단 어테뉴에이터 Ver.2가 그 중요성을 전담했다. 이 어테뉴에이터는 볼륨 접점부를 기존 2개에서 1개로 줄여 음의 왜곡을 획기적으로 최소화시킨 것으로 유명한데, 2016년 모델에는 이를 더욱 개선시킨 Ver.2가 채용됐다고 한다.
전압 증폭관인 E810F는 전류 증폭률(gm)이 50mA/V에 달할 정도로 상당히 높고, 내부 저항(Rp)은 560Ω으로 매우 낮은 역사적인 5극관이다(통상 프리앰프단에 쓰이는 쌍3극관 12AT7의 gm이 5.5mA/V, Rp가 10.7㏀인 것과 비교하면 된다!). 이렇게 높은 gm과 낮은 Rp의 진공관을 쓴 이유는 물론 1단 증폭을 이 진공관이 홀로 책임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멀티 증폭이 아니라 1단 증폭으로만 게인(Gain)을 얻는 점 역시 L-3000의 자랑거리라 할 만하다. 단 1개의 진공관을 통해 증폭이 되기 때문에 더 순수하고 디테일하게, 그리고 다이내믹하게 음을 재생할 수 있다.



게인 매칭
이번 청음 시스템의 게인 매칭을 점검해봤다.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의 게인 매칭이야말로 분리형 앰프 시스템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인티앰프(통상 35dB 이상)에 비해 게인이 급속히 높아지지 않아 정확한 음의 재생과 특히 저역이 좋아진다는 점이 프리·파워 분리형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인데, 이때도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의 게인이 적절히 매칭돼야 한다(통상 파워 앰프의 적정 게인은 24~26dB). 만약 파워 앰프 게인을 29~30dB로 높여버리면 프리앰프에서 볼륨을 1단만 올려도 스피커에서 음들이 큰 음량으로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처음에는 ‘힘이 좋다’고 감탄하지만 사실은 음질의 열화를 피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L-3000의 게인은 20dB, 파워 앰프 A-6000의 게인은 24dB. 원 브랜드 매칭의 장점이다.



청음 및 결론
몇 곡을 들어봤다. 작정하고 대편성곡부터 들었다. 사실 이 정도 시스템이 되면 대역 밸런스, 사운드스테이지, 다이내믹스, 스피드, 리듬 & 페이스, 분해능, 배음, S/N비, 펀치력 같은 기본 평가 항목에 대한 세세한 평가는 무의미하다. 이보다는 공기감, 개방감, 색채감, 전망, 뮤지컬리티, 품격 같은 추상적 평가가 중요하며, 이 항목들에 대한 전반적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오디오 시스템의 지휘자’ 프리앰프다.
게르기예프 지휘, 키로프 오케스트라 연주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2악장에서는 이 곡 특유의 긴장감과 위태로움이 극에 달했다. 아바도 지휘, 루체른 페스티발 오케스트라 연주의 브루크너의 9번 교향곡 2악장은 극도로 적막한 배경을 바탕으로 화사하면서도 불안한 음들의 향연이 일품이다. 게르기예프 지휘, 말린스키 오케스트라 연주의 쇼스타코비치의 5번 교향곡 4악장은 그야말로 백미. 10시 방향에 있던 볼륨을 더 높이고 싶을 정도로 몰입감과 폭풍전야 같은 긴장감이 장난이 아니다. 역시 프리앰프가 하이엔드로 갈수록 리스너는 마이크로한 음들의 재생에 더 빠져들고 그 색채감을 즐기게 마련이다.
맞다. 마이크로 다이내믹스와 분해능, 원근 스테이징, 투명한 레이어, 리듬감, 이 모든 게 충족될 때 비로소 대편성곡의 ‘색채감’이 ‘귀’로 느껴지는 것이다. L-3000 입장에서만 따져보면, 전원 트랜스를 포함한 듀얼 모노 설계와 좌우 채널 편차가 전혀 없는 어테뉴에이터, 스피드와 저역 재생력의 근간인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가 핵심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E810F 진공관의 탁월한 배음과 잔향감, 댐퍼 소켓을 통한 마이크로포닉 노이즈의 제거, 진공관 정전압 회로와 초크 트랜스를 통한 높은 S/N비, 트랜스 커플링을 통한 손실 없는 에너지 전달, 1단 증폭과 제로 네거티브 피드백을 통한 저 왜곡 등이 이 같은 ‘품격’에 가세했을 것으로 보인다. 품격 있는 재생 음악의 향연을 평생 즐기고 싶은 오디오파일에게 적극 추천한다.



총판 오디오멘토스 (031)716-3311  
가격 1,200만원   사용 진공관 E810F×2, 7233×2, 6485×2   아날로그 입력 RCA×3, XLR×2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0kHz, 16Hz-75kHz(-3dB)
전압 게인 +20dB   S/N비 -90dB   출력 임피던스 150Ω   입력 임피던스 10㏀(RCA), 20㏀(XLR)
크기(WHD) 43×17.3×35cm   무게 16kg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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