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o PS1000e·Oppo HA-1 은토마(銀土馬) 대지 위를 달리다! Grado PS1000e·Oppo HA-1 은토마(銀土馬) 대지 위를 달리다!
월간 오디오 2016-05-18 14:54:38

글 NZA



적토마가 아니다. 은빛 갈기를 휘날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말, 은토마가 생각난다. 그라도의 PS1000e를 보자마자, 그리고 듣자마자 그 생각은 여지없이 적중했다. ‘그라도는 그라도여서 그라도다’라는 말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라도의 모든 역량과 핵심을 담아서 내놓은 이 역작은 1000i에서 e로 바뀌면서 약간의 부드러움과 중·저음역대의 단단함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외관부터 PS만의 아이덴티티는 강렬하다. 번쩍번쩍 빛이 나는 강렬함은 이 헤드폰이 내는 소리와 무척 닮아 있다. 5Hz~50kHz를 담당하는 다이내믹 유닛은 어떠한 넓은 땅이라도 음악과 함께 달려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무게는 생각보다는 상당히 묵직한 편인데, 장시간 음악 감상 시 목이 뻐근해질 수 있는 무게다. 하지만 무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PS1000e의 중독적인 소리에 피곤함도 잊게 될 테니까.



음압은 99.8dB이고 저항은 32Ω이어서 힘세지만 다루기 힘든 말처럼 울리기도 쉬운 헤드폰이다. 다만 어떤 헤드폰 앰프를 만나느냐가 또한 중요해질 터인데, 그 답은 오포의 HA-1이 해결했다. ES9018 칩에 대한 대단한 튜닝 기술을 가진 오포에서는 PS1000e를 더욱 휘날리게 달리는 은토마로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다.



HA-1과 필자의 PC를 USB 연결하여 감상에 들어갔다. 여담이지만 디지털 입력으로 AES/EBU까지 지원하는 점, 프리 아웃을 밸런스까지 만들어놓은 점은 사실상 기분 좋은 의미의 대형 사고 수준이다.
첫 곡으로 선택한 음반은 프로그레시브 파워 메탈의 걸작 에드가이(Edguy)의 ‘Tears of A Mandrake’를 골랐다. 처음 시작하자마자 몽환적인 분위기가 압도적인 해상력과 뛰어난 입체감으로 PS1000e 안에 울려 퍼진다. 조금은 차갑게, 하지만 너무나 시원하고 쾌청하며 호방한 사운드다. 끝없이 펼쳐지는 대지 위를 달리는 은빛 말! 조금은 푸른 눈동자를 가졌을 것 같기도 하다. 과연 록과 메탈 장르에 있어서 여전히 극강의 소리를 내어주는 헤드폰임에 틀림없다. HA-1 헤드폰 앰프도 그렇고 헤드폰도 완전히 새것인 상태여서 그런지 아직은 카랑카랑한 면이 있다. 그런데 이 느낌이 더욱 볼륨을 높이고 싶게끔 흥분의 아드레날린을 분비시킨다. 과연 음악은 합법적인 마약이다. 이렇게 중독적인 소리라니….



이어서 데이브 브루벡 콰르텟의 카네기홀 실황 공연 음반에서 그들의 가장 명곡으로 통하는 ‘Take Five’를 청해본다. 그렇다. 바로 이 스피드와 드라이브 능력이다. 매우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함이 넘치는 연주인데, HA-1과 PS1000e는 치고 빠질 때를 기가 막히게 아는 영리한 은토마다. 잘 달리는데, 똑똑하고 민첩하기까지 하다. 드럼 소리의 타격감이 매우 훌륭하며 연주회장의 신명이 그대로 전달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 OST를 들어본다. 아무래도 중역대와 고음역대에 집중되어 있다. 파도처럼 몰려와야 할 저음이 조금은 상쇄되어 있다. 비발디 사계의 봄을 드로트닝홀름 바로크 앙상블의 연주로 듣는 둘의 조합은 싱싱함과 신선함, 그 자체다. 스웨덴 BIS의 절대적인 녹음과 더불어 나비의 날갯짓과 꽃의 향기들이 휘감긴다. 그라도 헤드폰이 클래식에서도 빛을 발한다는 것은 아주 오래된 은밀한 비밀 같은 이야기다. 이쯤 되니 중역대가 대단히 도드라지는데 여자 보컬을 들어봐야 할 차례다.
천상의 목소리…. 켈틱 우먼의 막내 헤일리 웨스튼라의 순수한 청아함이 돋보이는 곡 ‘Walking in The Air’의 소리는 놀라움의 끝에 다다른다. 하늘에서 얼음 조각들이 흩뿌려지는 듯한 투명함이다. 웨스튼라의 목소리는 그 조각들을 뚫는다. 2분 20초 정도의 짧지만 이토록 신비스러운 경험은 음악의 힘인가. 오디오의 힘인가. 음악을 실제 눈앞에서 연주를 듣지 않는 이상, 디지털 파일을 재생하는 오디오로 음악을 듣는다면, 오디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순간이다.



발렌티나 리시차의 연주로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마왕 연주를 들으면 피아노 위를 달리는 은토마의 발길질이 느껴진다. 매우 생생하고 커다란 울림이며 치명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괜히 피아노 위의 검투사인가. 그녀의 검투사적인 능력을 생생히 들으려면 지금 이 두 조합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시간은 자꾸자꾸 흐르고 헤드 파이의 시장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더 이상 음악을 스피커로만 듣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음악과 함께 완전히 낯선 세계로의 신비로운 여행을 떠나게 하는 데에 좋은 헤드폰 앰프와 헤드폰이 있으며, 이들이 주는 감동은 스피커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거기에 각 헤드 파이 제조사들은 어떻게 하면 투명함과 깨끗함으로 디지털 음원 파일이 가지고 있는, 그동안 가려진 진실들과 사실들을 파헤쳐 보여줄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고, 또한 실현 중이다. 오포는 그런 면에서 매우 앞서 있다고 하겠다. 거의 독보적이다. 경쟁 상대가 없이 혼자 오늘도 끝없이 펼쳐진 대지 위를 힘차게 달린다. 그라도 PS1000e와 함께 말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Oppo HA-1
가격 165만원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Optical×1, USB B×1
블루투스 Ver2.1+EDR(iAP, SPP, AVRCP, A2DP, SBC, apt-X)
권장 헤드폰 임피던스 32-600Ω   크기(WHD) 25.4×9.1×33.3cm   무게 5.9kg



Grado PS1000e
가격 198만원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5Hz-50kHz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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