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탄노이의 머큐리 시리즈가 등장한 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것 같다. 머큐리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 입문자 혹은 홈시어터 입문자를 위해 탄노이에서 개발된 보급형 제품으로 가격도 싸다. 그래서 국내에 수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스피커로 유명하다.
시청기의 7이라는 숫자는 시리즈의 명칭이 아니라 그 세월 동안 머큐리가 7차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몇 해 전에 머큐리 시리즈의 5세대 제품을 개량한 6세대 제품인 머큐리 Vi 시리즈를 들어 봤던 기억이 난다. 5세대 제품이 출시 3년이 지나 6세대로 개량이 되더니, 이번에도 아마 비슷한 기간이 되어 7세대로 개량이 이루어진 것 같다. 오랜 기간 하나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이처럼 지속적으로 개량 제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산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승용차에서도 아마 미국이나 독일 일부 제품에서나 그러한 전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전작 머큐리 Vi가 그 전작 머큐리 V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것은, 고역대를 담당하는 트위터를 네오디뮴 마그넷을 채용한 완전 새로워진 알루미늄 돔 트위터를 사용함으로써 고역대의 주파수 응답 특성을 53kHz까지 확장시켰으며, 이로 인해 더욱 선명한 음색과 더욱 정확해진 악기의 명료도를 제공해 준다고 밝힌 바가 있다. 또한 새로워진 트위터를 위해 내부 배선을 은도금 케이블로 교체했고, 크로스오버를 튜닝함으로써 기존에 사용되었던 라이트 펄프 섬유의 미드·베이스 유닛을 채용함에도 더 깊은 범위에 걸쳐 주파수 응답 특성의 개선을 이루었고, 정확한 베이스의 음악성 또한 갖게 되었으며, 외관은 전작의 시각적 장점은 그대로 유지하였으나 전면에 알루미늄 트림을 추가해 더욱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 지나간 자료에 나와 있다. 당시 발표에서는 기존 5세대 머큐리 시리즈가 홈시어터 위주로 튜닝이 된 스피커였다면 6세대는 하이파이 오디오까지 뛰어난 사운드로 재생하는 능력이 있는 스피커라고 했는데, 그 제품은 PC 오디오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이 이제 7세대로 달라졌는데, 미드레인지와 우퍼는 멀티 파이버로 제작된 부드러운 윤곽의 새로운 진동판과 컴퓨터로 최적화한 롱 스로우 고무 에지, 거대한 자기 회로를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유닛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부드러운 폴리에스테르로 짠 돔에 니트로 우레탄을 마이크로 두께로 코팅했고 네오디뮴 마그넷을 채용한 자기 회로를 사용하는 28mm 소프트 돔 트위터는 부드러운 주파수 응답과 32kHz 이상을 재생할 수 있는 트위터로 완성되었다. 7세대에 적용된 새로운 캐비닛은 DMT 기술이 적용되어 음향적으로 중립적인 특성으로 완성되었다. 이와 같이 7세대 머큐리는 업그레이드된 드라이버와 캐비닛을 사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고성능 크로스오버를 더해 높은 파워 핸들링과 놀라운 디테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음악적인 사운드를 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월넛, 라이트 오크, 블랙 오크의 나뭇결이 살아 있는 고급스럽고 다채로운 마감으로 인클로저를 제작했으며, 유닛 주변에 고급스런 금속 장식을 적용해 디테일을 살려 더욱 매력적인 외모로 완성시켰다.
7세대 머큐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고역 상한 주파수가 50kHz 수준에서 30kHz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극도로 고역을 올리는 것이 오히려 음의 자연스러움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같은 베이스에서 이렇게 쉬지 않고 개량해 나가다간 이 제품이 더 올라갈 데가 없는 명기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1926년에 런던에서 창립한 탄노이는 듀얼 콘센트릭이라는 동축형 스피커 유닛을 개발했고 이를 사용해 제작된 프리미엄 스피커들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명품으로 자리잡은 영국의 오디오 스피커 전문 브랜드로, 사전에서도 탄노이가 ‘PA 음향 시스템이나 음성 및 음악 전달용 오디오 제품’이라는 포괄적인 고유 명사처럼 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스피커 브랜드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스피커의 세계에서는 탄노이와 JBL이 양대 패권 국가나 다름없었다. 일본 사람들의 탄노이 존중은 유별나서 스피커가 아니라 절의 불전이나 같다는 사람이 많았다. 물론 웨스트민스터 같은 대형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랬던 탄노이가 대형기 위주에서 벗어나 PA나 스튜디오용 스피커도 활발하게 제작하고, 또한 소형기, 중형기를 막론하고 새로운 물갈이를 시작한 것이 30여 년째. 지금은 오히려 중·소형기 부문에서 명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본 머큐리 시리즈뿐 아니라 레볼루션, 데피니션 시리즈 등 여러 시리즈가 나와 있는데, 그 시리즈들이 조금씩 개량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때마다 기술적으로 무엇이 변했는가에 대한 자료를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사실 그런 설명은 사실 보통 사용자로서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들이다. 그보다는 이런 전통의 노포일망정 자만하지 않고 항상 뭔가 연구 개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감동이 인다. 영국제의 분위기인 검소한 가격과 튀지 않는 만듦새 속에서 소리의 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며, 그동안 쌓아 온 노포의 명성과 성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탄노이의 역사는 이제 곧 1세기가 되어 간다. 100년 역사다! 그래서 우리는 탄노이 같은 메이커의 제품을 항상 그냥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자세가 되어 버리는 줄도 모른다.
이번 호 시청기인 케인의 300B 인티앰프와 TDL CD 플레이어로 연결해 본다. 그동안 탄노이의 스피커와 케인의 앰프로 시청해 본적이 많았지만, 이 소출력(20W)의 앰프는 이 스피커와 너무도 적절하다. 권장 앰프 출력이 20W부터인 탓인지 호쾌한 음장감과 모든 장르에서 음색이 상쾌하기 짝이 없다. 이 정도면 가히 모범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렷한 피아노 실체감도 인상적이며, 팝 보컬도 밀도와 교태감이 적절하다. 전작과 비교 시청은 못해 봤지만, 왜 7세대로 진화했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겠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54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2cm, 트위터 2.8cm
재생주파수대역 42Hz-3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4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9dB/2.83V/m 권장 앰프 출력 20-100W 파워 핸들링 200W(최대)
크기(WHD) 19.3×29.2×26.6cm 무게 5kg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