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다인오디오의 제품군은 무척 번거롭다. 억대를 넘는 에비던스 시리즈를 비롯해, 고가의 컨피던스, 그 아래 컨투어, 그 아래 대중기인 포커스, 익사이트, DM 등으로 복잡다단했는데, 이것은 다인오디오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시절만 해도 메이커마다 주력 시리즈가 단출해 기억하기도 쉬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매우 어렵고, 어지간한 메이커마다 대부분 5개 내외의 시리즈가 있으며, 다시 그 시리즈마다 대여섯 개의 제품군, 또 그 제품들이 쉴 새 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니 일일이 기억할 재간이 없다. 메이커는 또 얼마나 많은가. 2, 3개의 시리즈를 가지고 그 안에서 역시 2, 3개의 기종을 가지고 개량을 해 나갔으면 좋으련만 변덕이 심하고 자꾸 신형만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분석하다 보니 결국 그러한 영업 방침이 나온 것이겠지만 이런 추세가 참 아쉽다.
다인오디오는 다행히 이런 추세 속에서 반가운 뉴스를 한 가지 내놨다. 세분화되어 있는 시리즈를 축소하면서 종래의 DM과 포커스 시리즈를 중단한 것이다. 이 두 시리즈는 다인오디오 보급기의 핵심이었고 국제적으로 베스트셀러였다. 그 두 가지 시리즈가 중단되면서 DM 시리즈를 계승하는 새 시리즈가 선을 보였는데 그것이 이미트(Emit)다. 가격은 DM 시리즈와 대동소이하며 다인오디오의 수준이 있는 만큼 성능 역시 전작을 뛰어 넘어선다는 것이 동사의 발표 내용이다.
시청기인 M10은 이미트 시리즈 중 가장 작은 사이즈이며, 상위 기종으로 M20, M30이 함께 데뷔했다. 그리고 지금의 시리즈들이 대부분 AV에도 대응하고 있는 만큼 이 새로운 시리즈 역시 센터 스피커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AV 대응이라고 해도 핵심 기종은 프런트 스피커인데, 본 시청기는 소형 북셀프 스피커이지만 그 프런트 스피커 역할도 담당하고 있으며, 아마 본 시청기로서 이 신 시리즈의 성능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77년에 창립된 다인오디오는 유럽 제일의 대규모 오디오 측정 시설을 갖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처음부터 유닛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자작파들이 가장 애호하는 유닛으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그 유닛을 개별적으로 들여와 자체 인클로저와 네트워크를 제작하는 전문업소가 생겼고, 에소타 트위터는 지금도 트위터의 지존으로 추앙받고 있다.
M10 역시 다인오디오의 28mm 소프트 돔 트위터와 14cm MSP(마그네슘 규산염 폴리머) 미드·우퍼를 가지고 있으며, 덕트가 후면에 위치하고 단단하게 잘 만들어진 인클로저를 사용하고 있다. 임피던스는 6Ω으로 종래 다인오디오의 제품들이 대부분 8Ω인 것에 비해 앰프 대응력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또 크기에 비해 저역 주파수가 낮다. 어떤 제품은 시청기와 비슷한 사이즈이면서도 저역이 30-40Hz까지 나온다는 과대광고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터무니없는 수치이고 시청기처럼 50Hz를 재생하고 있다면 대성공일 것이다. 저역이 50Hz 이하로 나온다고 해도 우리 보통의 귀로는 감지하기 어려우며 대음량, 대출력의 파워를 넣어야 일종의 풍압 형태로 재생된다. 그런데도 굳이 그런 초저역을 들어야 한다는 욕심(탐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때문에 스피커가 자꾸 커지고 앰프도 따라서 커지는 것이 오디오 세계의 불문율로 되어 있기도 하다.
시청기는 가격대로만 봐도 하이엔드 제품은 아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제작사에서는 엔트리 레벨의 하이엔드라고 명명하고 있다. 상당한 자신감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호칭일 것이다. 이전 DM 시리즈의 후속기이긴 하지만 무엇이 어느 정도로 달라졌는지는 정확한 수치가 나와 있지 않는데, 다인오디오는 종래부터 기술 공개를 잘 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정도의 대중 기기에는 특이한 기술력보다도 종래 수준에서 미세한 개량을 가했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이미트 시리즈는 고성능의 소프트 돔 트위터를 선두로 MSP 우퍼, 직경이 커진 알루미늄 보이스 코일, 새틴 래커로 마무리한 인클로저, 그러면서도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한 것이 이 시리즈 모두의 공통된 자랑으로 나와 있으며, 물론 홈시어터에도 훌륭히 대응한다. 사운드의 특징이 역동성, 투명성, 섬세함의 제고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종래의 소형 북셀프 스피커와 비교해도 크기가 더욱 작은 점이 특이하다. 아마 이 사이즈라면 구태여 스탠드 위에 거치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 없이 사용해도 될 법하며, 책장의 적당한 위치에 거치할 수 있도록 깊이감도 작다. 스탠드라는 존재가 얼마나 귀찮은 존재인지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시청기를 매칭한 기기는 케인의 300B 인티앰프와 TDL CD 플레이어로, 앰프는 출력이 20W에 그친다. 스피커는 6Ω이긴 하지만 감도가 86dB로 상당히 낮다. 그리고 다인오디오의 스피커들은 대부분 8Ω이며 감도가 낮아 상당한 출력이 들어가야 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시험 삼아 매칭한 이 앰프와 너무도 궁합이 좋았다.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기분 좋은 소리가 나왔고, 구동하기 상당히 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스피커는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이번 호 시청기에 비해 다소 달콤한 소릿결인데, 이 차이점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의 선별 지점일 것이다. 중역은 바로 서고, 깨끗하면서 섬세함이 뛰어나다. 현 독주나 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의 보컬에서 고역의 탐미감은 A+로 점수를 줄 수 있는 수준이며, 대편성에서의 해상도도 만점.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피아노가 참 우아한 악기라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었고, 팝 보컬의 밀도와 매력도 이만 하면 됐다. 혀끝에 맴도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바로 이만 하면 됐다는 것이고 이 점이 이 스피커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들어 보게 돼서 기쁘다.
수입원 태인기기 (02)971-8241
가격 11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14cm, 트위터 2.8cm
재생주파수대역 50Hz-23kHz(±3dB)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6dB
크기(WHD) 17×29.2×24cm 무게 5.6kg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