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antz PM8005 음질에 더욱 만전을 기한 정통 아날로그 인티앰프 Marantz PM8005 음질에 더욱 만전을 기한 정통 아날로그 인티앰프
월간 오디오 2016-05-19 09:42:58

글 김남



일본제 오디오 기기의 일반적인 특성은 우선 복잡다단하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들은 그 방대한 단자의 나열에 기가 질린다. 더욱이 AV 앰프 쪽으로 가면 가히 혈압이 오를 정도로 헷갈린다. 친구 한 사람도 연결을 못해 SOS를 보내 온 적이 있고, 오죽했으면 오디오 평론가 한 분은 들여온 제품을 연결 못해 울화가 치밀어 아예 도끼로 부셔 버려야겠다는 소리까지 했겠는가. 이걸 긍정적으로 표현하자면 다혈질이고, 좀 단순하며 인내심이 부족한 우리 민족과 섬세하고 자상하며 끈기가 있는 일본 국민성과의 차이점이기도 할 것이고, 일본에서는 오히려 자상한 배려가 당연하다 할 것이나 우리 체질에서는 확실히 과잉 서비스이고 오버 엔지니어링으로 비춰진다.
시청기는 누구나 사용하기 좋은 대중적인 보급기의 왕좌 격인 마란츠에서 근래 출시한 인티앰프인데, 이미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은 인기 종목이다. 시청기를 보는 순간 본능적으로 후면 단자 쪽을 검사(?)해 봤더니 예상 밖으로 단출하다. 정통 오디오처럼 단순명료한 것이다. 일단 안도감이 든다. 복잡한 단자는 한 개도 없고, 스피커 2조를 연결할 수 있는 편의성과 MM 포노 입력을 사용할 수 있는 단자가 특징적으로 있을 뿐인데, 인티앰프에서 이런 단자는 사실 고맙기 짝이 없고, 그리고 일본 앰프도 이리 단출해졌구나 감탄마저 든다.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가구는 버리라는 것이 요즈음 집안 정리법의 핵심인데, 오디오의 경우도 1년에 한 번은커녕 시종일관 건드려 보지도 않은 단자가 우글거린다면 보통의 시각으로 볼 때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쓰지도 않는 그런 부품 때문에 가격만 올라가 있다면 전체적인 균형도 맞지 않는다.



시청기 PM8005는 PM7005의 상급 기기다. PM7005는 뮤직 파일 재생을 위해 DAC를 내장한 앰프로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단자를 가진 제품인데, 어찌된 셈인지 마란츠는 여기에서 아날로그 입력만을 뽑아내서 더 고급기인 PM8005를 만들었다. 가격도 더 비싸졌다. 당연히 시청기는 CD 플레이어와 같은 소스기기를 연결해서 음악을 재생하는 것이 주력이다. 포노단이 포함되어 있는데, 보통의 수준에서 아날로그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수준이겠지만 이런 정도의 수준을 젊은이들에게 권하고자 한다. LP 재생에 빠지면 답이 없다. 턴테이블 위의 아날로그 레코드는 재생 시간이 겨우 20여 분 남짓인데, 긴장 속에 음악을 들어야 하고, 끝나면 얼른 판을 뒤집어야 하고, 다시 판을 바꾸려면 이리저리 손을 써야 한다. 아날로그 애호가들에게 질타를 받을 표현이지만 초심자들에게는 권할 사항이 아니다. 남들이 없는 기기를 수집하고 만지는 것이 오디오의 감성이고 기쁨이기 때문에 이런 개인적인 소견은 곤란한 것이지만, 꼭 턴테이블을 체험해 보려는 초심자들은 이런 인티앰프에 거저 달려 있는 포노단의 수준을 우습게 생각 말고 그냥 체험의 장으로 한 번 시험해 보기 바란다. 그 결과 LP를 제대로 재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다음부터는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개인의 판단이니까….
시청기를 다시 설명하자면, 마란츠의 핵심 기술이라는 HDAM(Hyper Dynamic Amplifier Modules)을 탑재한, 전 단 디스크리트 구성인 전류 귀환형 설계로 되어 있다. 디스크리트 회로라는 것은 보통 앰프들의 회로에 이미 만들어진 OP 앰프를 사용하는 방식 대신 개별 소자들만으로 회로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부품의 질과 회로의 완성도를 한껏 높여서 우수한 재생 음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단점은 비능률적 투자로 인해 제조 효율이 떨어지고 값이 비싸게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류 귀환형 설계 역시 하이엔드 기종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전압 귀환형과 음질적인 차이가 지대해 현대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들은 모두 전류 귀환형을 선호한다. 이는 저역의 구동 특성, 그리고 초고역의 대역 확장과 안정감, 그리고 전반적인 스피커 구동 면에서 강점을 보이기 때문이며, 또한 음질을 왜곡시킬 수 있는 커플링 콘덴서를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설계자가 의도한 사운드를 만들기가 쉽다는 점 역시 이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마란츠가 여기서 채택하고 있는 회로를 평가해 볼 때 본 시청기가 저가의 대중 기기 중에서 최고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고 보인다.



본 기는 채널당 70W(8Ω)의 충분한 출력을 제공하는데, 내부가 완전히 좌우로 분리된 대칭 회로로 되어 있어 완벽한 이미지 밸런스를 제공하며, 또한 파워 핸들링 특성과 대역폭 전력을 최적화시킨 신 설계된 대형 이중 차폐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탑재시켜 까다로운 스피커도 쉽게 구동할 수 있게 증폭 회로에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한다.
톤 컨트롤러가 장착되어 있는 것도 본 기의 특장점의 하나로, 저음(50Hz, ±10dB), 중음(900Hz, ±6dB), 고음(15kHz, ±10dB)을 각각 조절할 수 있다. 그리고 파워 앰프 다이렉트 모드, 소스 다이렉트 모드, 좌우 밸런스 조절, A/B 스피커 전환 기능도 있으며, 섀시의 불필요한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3중의 바닥 패널을 부착한 것도 쉽지 않은 자상함이다. 또한 세트로 함께 출시되어 있는 SA8005는 보급기지만 SACD 재생과 USB DAC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이 제품과 세트로 사용할 시 공통의 리모컨으로 기능 조절이 가능하다.
시청기의 매칭 스피커는 이번 호 시청기인 탄노이 머큐리 7.2로, 스피커 시청 기사에도 기록했지만, 본 기는 종래 일본제의 보급기 인티앰프들과는 설계부터 상당히 차원이 다른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리고 시청기가 왜 동사 보급기 인티앰프 중 하이엔드를 자처하고 있는지 알 만하다는 것이 출시 후 공통된 평가로 알려져 있다. 종래 저가 모델의 경우 소리가 부풀어져 얼른 들으면 상당히 큰 음장감으로 보이지만 그 속은 비어 있고 중역도 거칠거칠해 마치 허스키한 목소리의 가수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청기는 톤 컨트롤러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매끈하고 살이 꽉 찬 소리가 나오며, 고역으로 올라가도 전혀 날이 서는 법이 없고, 일본제 보급기들과는 한 획을 그었다 싶을 정도로 전 장르에서 대범하고 모범적인 소리를 들려준다. 시청 스피커를 탄노이 한 기종만으로 들었지만, 프로악이나 여타의 엇비슷한 소형기들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보여 준다는 것이 수입사의 설명. 가격은 일본의 공시 가격보다도 국내 가격이 더 저렴하다. 특이한 현상이다.



수입원 D&M코리아 (02)715-9041


가격 140만원   실효 출력 70W(8Ω), 100W(4Ω)   주파수 응답 5Hz-100kHz(±3dB)
S/N비 106dB, 87dB(MM)   THD 0.02%   댐핑 팩터 100   입력 감도 200mV, 2mV(MM)
입력 임피던스 20㏀, 47㏀(MM)   크기(WHD) 44×12.8×37.9cm   무게 12kg


<월간 오디오 201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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