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월간오디오
값비싼 하이엔드 브랜드 이외에 엔트리 및 미들 클래스에서 가장 신뢰 가는 진공관 브랜드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당당히 이들 브랜드를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가격대 성능비로서 이미 정점에 올라 있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첫 번째 진공관 앰프로 선택하는, 그야말로 베스트바이 진공관 브랜드, 바로 케인 오디오이다. 가격대별, 진공관별 워낙 알차게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어, 입문하기에 혹은 제대로 운영하기에 최적의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제작 수준 역시 높아 ‘어떤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만족스럽다’는 절대적 신뢰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만큼 요즘 제대로 만든 하이파이 진공관 브랜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케인 오디오는 퀄러티에 대한 양보 없이 오랜 시간 양질의 진공관 앰프를 소개해온 것이다. 이제는 국내 진공관 앰프 시장에서 독보적인 판매고를 보이며 완전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데, 가격대 성능비를 놓고 보았을 때 당분간 경쟁자를 찾기 힘들어 보일 정도이다.
그런 그들이 또 하나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케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롭게 런칭한다는 것인데, 바로 국내에서도 제법 인지도를 높인 TDL 어쿠스틱스가 그 프로젝트 라인업이다. 케인이 가격대 성능비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면, TDL 어쿠스틱스는 가격대 성능비에 고급스러움까지 더한다는 것이 주요 콘셉트. 케인 오디오는 앞으로 TDL 어쿠스틱스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인데, 역시 TDL-18CD가 첫 번째 주자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도 하다. TDL 어쿠스틱스의 첫 번째 제품이자, 베스트셀러 진공관 CD 플레이어로 이름을 올린 TDL-18CD를 소개한다.
TDL 어쿠스틱스의 TDL-18CD를 처음 보자마자 역시 케인 오디오의 전통적인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데, 전면 패널은 케인의 CDT-15A CD 플레이어를 꼭 닮아 있다. 10mm 두께의 알루미늄 패널을 2중으로 덧붙여 놓아서, 한층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이는 단순히 디자인적 요소가 아니라 진동 억제와 내구성을 위한 기술적인 접근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케인의 제품들이 대부분 패널을 두툼하게 처리하는데, 역시 같은 이유에서이다.
유려한 목재 사이드 패널은 역시 이 제품이 프리미엄 사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체리 빛의 피아노 마감은 잘 다듬어 놓은 이탈리아 스피커를 보는 것처럼 고급스럽고 아름답다. 이 역시 진동을 방지하기 위한 설계인데, CD 플레이어인 만큼 진동 컨트롤에 확실히 신경을 많이 쓴 듯한 인상이다. 외관상으로 나사를 보이지 않게 설계한 것도, 이들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TDL-18CD와 기존 라인업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역시 PC 파이를 위한 USB 디지털 입력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사실 케인에서도 유저들이나 디스트리뷰터에게 USB 입력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무수히 받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늘 대답은 ‘No’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TDL-18CD를 통해 첫 번째 PC 파이 솔루션을 내놓았다. USB 관련 칩은 범용성과 퀄러티 높은 XMos를 선택했는데, 24비트/192kHz의 고음질 음원에 완벽히 대응한다. 사실 좀더 고사양의 DAC를 원할 수도 있지만, 24비트/192kHz의 사양으로도 음악 감상에는 전혀 무리가 없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역시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케인 제품들의 내부를 보면, 진공관 앰프 장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하는데, 이 CD 플레이어 제품 역시 고급의 부품들도 내부를 꽉 채웠다. 양질의 초크 코일. 특주 탄소 피막 열 저항, 골드 그레이드 커플링 콘덴서, 대형 토로이달 트랜스포머 등 음질과 성능을 위해 많은 것을 투입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한쪽에 진공관 출력단을 격벽으로 분리하고 있는데, 역시 신호 손실과 불필요한 노이즈 방지를 위한 선택이다.
케인의 진공관 앰프가 3극관과 5극관 모드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TDL-18CD 역시 선택에 관한 재미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무려 출력을 진공관과 TR 모드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인데, 모드에 따른 사운드 차이도 제법 크니까 재미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투입된 진공관은 70~80년대 독일 생산의 암페렉스 6922인데, 역시 그 질감이나 밀도감이 남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한 반응이 좋은지, 최근 케인에서는 CDT-15A까지 암페렉스 6922 버전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진공관 출력의 사운드는 6922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특유의 섬세함과 매끄러움이 음 하나하나에 녹아들어 있다. 특히 진공관 앰프와의 매칭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주는데, 기존 CDP와 매칭에서 느꼈던 묘한 이질감들이 일순간 사라진다. 물론 소스기기마저도 진공관을 거쳐야 할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TDL-18CD와 연결해보면 완전히 생각이 달라진다. 윤기 있는, 질감이 살아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 여실히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TR 출력으로 전환하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진공관 출력이 여유로웠다면, 이번 모드는 한 템포 더 빠르고, 다이내믹하게 전개된다. 무대 역시 한층 넓어졌는데, 그 변화가 제법 뚜렷하다. 클래식 같은 경우는 진공관 모드, 빠른 템포의 팝이나 가요는 TR 모드가 제격이다. CD 플레이어 본연의 기능은 월간오디오가 메인 시스템으로 활용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며, USB 입력을 통한 음원 재생 역시 탄탄한 기본 실력을 가지고 있다. 어지간한 가격대가 아니면 특별히 USB DAC 추가가 필요 없을 정도. 진공관 앰프와 매칭할 만한 USB 입력 지원의 CD 플레이어를 찾는다면 베스트로 추천하며, 케인이 왜 TDL 어쿠스틱스를 독립적으로 내걸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퀄러티 높은 제품이다.
판매원 헤르만오디오 (010)4857-4371
가격 177만원 출력 레벨 2V USB 입력 24비트/192kHz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92dB 이상 다이내믹 레인지 120dB 이상 채널 분리도 100dB 이상 크기(WHD) 44×10×35cm 무게 10kg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