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기인
들어가며
일본 바쿤 프로덕츠에서 출시한 고주파 필터를 체험할 기회가 생겼다. 이 제품은 오디오 액세서리 범주에 포함되는 제품이다. 액세서리에 대한 견해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긴가민가한 액세서리는 효용 가치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적용했을 때 건성으로 들어도 확실한 효과를 내주는 액세서리만이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쿤의 고주파 필터는 확실한 존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제작자의 ‘소리’에 대한 철학까지도 반영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 방법은 지극히 간단하다. 디지털 기기와 프리앰프 사이에 본 제품을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기술적 배경
사용자로서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일본 개발자가 직접 쓴 개발 노트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아래는 그의 개발 노트를 인용한 것이다.
‘AMP-5521의 측정 중 발견한 것인데, 음악을 플레이하면 파형이 번진다. 처음에는 앰프의 발진이라 생각되어 체크해 보았지만 앰프에 이상은 없다. 인버터 형광등 노이즈의 혼입 등을 의심해 보았지만 그것 때문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뮤직 플레이어로 음원을 플레이하면서 파형을 찍어 보니 고주파가 성대하게 혼입되어 있다. 플레이를 멈추면 고주파 잡음만 출력된다. 그 수치는 200mV까지 오른다. 주파수를 측정하면 약 33MHz이다. 인간의 청각 한계 주파수는 20kHz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33MHz는 1500배의 주파수이기 때문에 귀로 들을 수 없다. 그러나 앰프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진공관이나 트랜지스터로 정류되면 가청 주파수의 소리까지 흐리는 원인이 된다. 이것을 방지하려면 불필요한 고주파를 감쇄시키는 로우 패스 필터를 붙이면 된다. 필터는 불완전하면 고주파를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5차의 LC 필터를 만들어 보았다. 이것은 우리의 DAC에 이미 적용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유용할 수가 있다. 이 효과는 크고 사진과 같이 완전히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었다. 시청해 보면 이 효과는 크고 해상도가 높아지고 더 자연스럽고 리얼한 소리가 되었다. 대부분의 경우 비싼 플레이어로 바꾸는 것보다 이 필터를 붙이는 것이 소리의 정확성이 오를지 모른다. 50kHz에서 가파르게 -90dB까지 감소한다. 100MHz 정도에서 다시 상승하지만 이것은 케이스 내부의 복사에 의한 것으로 정식 버전에서는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후 몇 번의 필드 테스트 끝에 제품화되었다.
고주파 필터 적용 전 디지털 노이즈의 발생이 보이고 있다
고주파 필터 적용 후 디지털 노이즈가 사라진 모습
사운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제품은 디지털 소스를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소리로 변환하는 장치이며 청자의 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일체의 자극을 배제하겠다는 사상이 담긴 기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편성 교향곡의 투티 부분에서 소리가 뭉치는 경우, 이 제품을 적용하여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런 걸 두고 ‘분해능’이 향상된다고 하는 것일까? 투티 부분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고, 각 악기의 고유한 질감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소프라노 등 여성 보컬이나 금관악기 군에서 귀에 거슬리는 그레인이 있다면 역시 해결된다. 가수의 목소리가 대단히 편안하고 온화하게 전달된다. 장시간 음악을 듣거나 직업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면 이 제품의 이러한 특성은 매우 유용할 것이다.
어쩌면 바쿤의 고주파 필터는 고주파 노이즈를 효과적으로 억제함으로써 소리의 에지를 둥글게 다듬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신호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동안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정보량이 오히려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DVD를 보다가 블루레이를 보는 느낌이랄까. 이 작은 상자가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수수께끼 같다.
무조건 아날로그적인 소리가 좋다고 하는 분들이나 빈티지를 하는 분들에게는 이 제품을 꼭 사용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헤드 파이를 하는 분들에게는 무조건 사용하라고 권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AKG의 K501이 마치 스탁스의 정전형 헤드폰처럼 매우 투명하고 섬세하게 바뀌는 것이다. 헤드 파이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청각에 미치는 악영향)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디지털적인 호방한 소리를 선호하는 분들(영상과는 달리 음향의 분야에서는 매우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 같다. 60년대 진공관 TV로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없어도 30년대 앰프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있으니까)도 고주파 필터를 가지고 있으면, 음악의 장르에 따라 또는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채로운 오디오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주파 필터가 시스템의 성향을 극적으로 바꾸어 놓기 때문에 하나의 시스템으로도 마치 2개의 각기 다른 시스템을 보유하는 느낌마저도 가져다 준다.
그럼 이 제품의 단점은 없을까. 생각보다 프리앰프의 볼륨을 많이 잡아먹는다. 실제로 볼륨이 작아지는 건지, 청감상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품을 적용할 때 볼륨을 매우 올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나가며
디지털 소스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디지털스러운 소리 때문에 고민한다면 한 템포 쉬어서 이런 액세서리에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단히 흥미로운 제품이니까 일청을 권한다.
수입원 바쿤매니아 (010)6239-1478
35만원 (오리지널)
39만원 (싱글 입력)
39만원 (싱글 출력)
42만원 (더블)
<월간 오디오 2016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