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T JPA-66 정확한 커브 특성이 만들어 내는 진짜 무대의 황홀함 EMT JPA-66 정확한 커브 특성이 만들어 내는 진짜 무대의 황홀함
김윤수 2016-07-13 14:29:31

글 장현태     



최근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열풍이 거세다. 주요 레이블들이 다시 LP 신보와 재반들을 쏟아 낼 만큼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배경 덕분에 전통적으로 인정받는 아날로그 전문 브랜드의 제품들도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EMT는 가장 돋보이는 선구자의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우선 필자는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전 세계 수많은 포노 앰프 중 제대로 된 모델을 손꼽아 본다면 어떤 모델이 떠오를까? 물론 하이파이용 보급형 모델들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커팅 머신과 방송 및 레코딩 스튜디오용 전체를 고려해 본다면 누구든지 EMT 포노 제품에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지금 EMT의 제품 중 해답을 찾는다면, 동사가 2006년 창립 66주년 기념 모델로 출시했던 JPA-66을 과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다시 한 번 이 제품을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독일을 대표하는 프로페셔널 오디오 전문 브랜드인 EMT는 1940년 베를린에서 창립하여 지난해 창립 75주년을 맞이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 이들에겐 의미 있는 큰 업적이 있다. 바로 2016년 그래미상 기술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특히 동사는 레코딩 스튜디오와 홈용 프로페셔널 오디오의 최고 영광을 자치하게 되었으며, 오랜 역사와 EMT의 저력과 기술력을 한 번에 인정받는 의미 있는 수상이기도 했다. 이는 1950년대부터 카트리지에서 커팅 장비에 이르기까지 줄곧 방송용 장비의 메이저 역할을 꾸준히 이어온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전 세계 프로페셔널 오디오 부문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수상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이들의 역할과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이번 기획은 EMT의 모델 중 가장 돋보이는 성능과 스펙으로 무장된 포노 프리앰프의 완결판으로 불리는 JPA-66의 재조명이다. 전 세계 아날로그 플레이어 장비 중 어느 누구도 EMT의 아성에 도전하기 힘들 것이다. 그 중심에는 완벽한 RIAA 커브를 자랑하는 JPA-66이 있기 때문이다. JPA-66은 RIAA 커브와 RIAA 커브가 정립되기 이전 레이블들의 다양한 주파수 특성의 커브에 모두 대응, 완벽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모델이다. 단순히 선택의 영역을 넘어 커팅 장비와 결합된 가장 표준적인 시스템이기도 한데, 입력부터 최종 출력까지 모든 계통은 완벽한 호환성을 고려해 개별 조정이 가능하다.



입력단의 경우 4개의 포노단과 2개의 라인단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4개의 포노단의 경우도 내장된 승압 트랜스와 연동된다. 독립적인 4개 포노단에 두 종류의 승압 트랜스를 설치함으로써 다양한 세팅 환경에 대응 가능하게 했다. 또한, MC용 포노 입력단은 로드와 레벨을 개별 조정할 수 있으며, MM용에는 캡 로드까지 조정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포노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RIAA 커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LP 커팅기가 에너지양이 많은 저역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플랫한 특성이 아닌 저역 게인이 작고, 고역 게인이 큰 주파수 특성 커브가 형성되게 된다. 그리고 RIAA 커브는 이를 당시 반대로 재생해 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정교한 필터로 제작된 RIAA 포노 앰프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EMT의 포노가 다시 재조명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아날로그의 부활에도 더 큰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이다. 포노의 다양한 커브 선택을 위해서 JPA-66은 Hf-Curve 기능이 있다. 플랫 기준인 0μs에서 RIAA 표준인 75μs까지 가변이 가능하며, 표준의 의미를 부여하듯 완벽한 커브로 구현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RIAA가 정립되기 전 다양한 레이블의 커브 대응과 모노 음반까지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이다.
좀더 면밀히 조정 가능한 필터를 살펴보면 턴오버의 경우 200Hz에서 2kHz까지 변곡되는 기준 주파수의 설정이 가능하여 전체 커브 특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또한, 고역 조정용 스크래치 필터의 경우 50kHz에서 3kHz까지 감쇄 필터를 부여하여 기존 Hf-Curve에서 추가적인 세팅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초 저역 컷을 조정할 수 있는 서브소닉 필터까지 제어가 가능한, 정말 보기 드문 이상적인 아날로그 장비의 모습이다. 기본적인 4가지 필터의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은 JPA-66의 가장 큰 장점이며, 중요한 것은 워낙 정교한 필터로 제작되어 있어 쉽게 흉내낼 수도 없을 정도로 인정하고 싶은 성능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오디오 기기라기보다는 정말 잘 만들어진 커팅 머신용 독일 장비라고 할 수 있다.
제품 내부의 만듦새에도 극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PCB 제품이지만, 이는 결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직접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고, 실제 1년에 만들 수 있는 제품의 수도 몇 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오너이자 엔지니어인 율스 S. 리몬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이며, 그 때문에 핵심 기술은 그만의 몫이다.
JPA-66은 기본적으로 전원 분리형 구성이다. 이를 통해 예민한 포노단의 전기적인 신호 간섭을 초기에 차단해 주고 있다. 출력부 역시 아웃 트랜스포머를 통해 밸런스 출력을 지원하고 있고, 제품에 사용된 진공관은 ECC803 6개, ECC99 2개를 사용하고 있으며, 라인단과 포노단을 별도의 회로로 구성하고 있다. 포노단의 경우도 분리 구조로 설계된다.



햄머톤 마감(75주년 기념 한정판 MK2 버전은 골드 마감이 추가됨)과 전면의 VU 미터까지 빈티지 독일 장비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디자인적으로도 매력적인 제품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이번 기획에서는 EMT 930 턴테이블과 EMT TSD-15 카트리지를 세팅하여 청취가 이루어졌으며, 정확한 모니터를 위해 ATC SCM100을 스피커로 사용하였다.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중 1악장을 미샤 엘만의 바이올린과 아드리안 볼트가 지휘하는 런던 필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초반인 만큼 엘마 특유의 바이올린 톤을 고려하여 RIAA 표준보다는 필터 조정을 통해 바이올린의 질감을 더욱 살려보았다. 오케스트라 전체의 음장감보다는 철저히 엘만의 울림이 큰 바이올린의 사운드가 주도하고, 기교와 감미로운 활의 움직임을 통해 아날로그의 맛을 제대로 표현해 주었다. 이어서 나탄 밀스타인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1번 중 아다지오를 DG 레이블의 독일 버전 초반으로 선곡해 보았다. 기대했던 것처럼 밀스타인의 기교와 강건함을 제대로 표현해 줌으로써 파르티타의 애절함이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풀 EMT 라인업의 완성이 아니면 좀처럼 느낄 수 없는 밀스타인의 깊이 파고드는 강렬한 바이올린 선율은 바흐 파르티타를 완벽한 사운드로 들려주어, 단번에 곡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여성 보컬 곡으로 노라 존스의 ‘Painter Song’을 들어보면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호소력 짙은 성향으로 스피커 중앙에 중심을 잘 잡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의 명료함과 아코디언의 사운드가 간간히 명료하게 울려 퍼졌는데, 짧은 곡이지만, 다채로운 악기들의 정확한 표현들로 인해 곡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이번 리뷰에서는 특별히 초반을 중심으로 청취하면서 JPA-66의 다양한 필터와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해 보았다. 사운드의 톤과 필터 특성을 자유롭게 조정함으로써 EMT가 추구하는 최상의 아날로그 사운드를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었다. 사운드의 핵심은 한마디로 단순히 부드러움이나 질감 표현보다는 아날로그적인 감성 속에서 전통적인 도이치 사운드의 절제력과 함께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완전체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최신 리마스터링 버전과 초반의 음질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게 해 주는 아날로그 마니아들이 요구하는 제대로 믿음이 가는 최적의 재생 능력을 갖추었다. 한마디로 JPA-66은 단순히 포노 프리 제품이라기보다는, 독보적인 설계와 튜닝을 통한 정확한 커브 특성을 만들어 내는 EMT만의 노하우가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명기로 불리는 많은 포노 앰프를 경험해 보았지만, JPA-66을 만난 순간 RIAA 커브 타입 포노 앰프의 진수를 놓치고 있었음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4,700만원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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