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놀랍다는 표현의 극상은 ‘경악하다’이다. 오디오 기기 시청 시 그런 표현을 쓸 기회가 더러 있지만 이번 호에 다시 한 번 그런 표현을 써야겠다. 바로 이 시청기 때문이다. 지난 호에 소개한,  이미 프로젝트 오디오에서 등장시킨 마이아 인티앰프보다도 2갑절 더 경악할 제품을 소개한다.
이 기종은 지난 호 시청기인 동사의 마이아 인티앰프에서 포노단, D/A 컨버터, 블루투스 입력 등을 생략하고 순수 아날로그 인티앰프의 혈통만을 남긴 제품인데, 출력단은 D급 25W(8Ω)로 마이아 인티앰프와 동일하다.

시청실 전면의 랙에는 여러 기기가 복잡하게 올라가 있어서 음악이 시작되면 어느 제품에서 울리는지 가끔 착각하기가 쉽다. 게다가 이 제품이 CD 플레이어 위에 거치되어 있어서 한참 동안 보이지도 않았다. 또한 자그마한 크기의 물체라 소형 파워 서플라이거나 어댑터인 줄 알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이게 인티앰프라고 누가 상상할 것인가. 사진으로는 판별이 어려우니 사이즈를 확인하시기 바란다. 이건 스마트폰만하다고 해야 할까? 세상에 인티앰프를 재킷이나 바지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니! 무게도 1kg에서 한참 부족하다.
지금 오디오계 최대의 화제는 바로 이런 스몰 사이즈로 여러 가지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프로젝트 오디오라는 턴테이블 전문 업체이다. 1990년에 하인츠 리히테네거라는 사람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창업한 뒤 가장 질 높은 음악은 아날로그라는 소신을 가지고 시류에 맞지 않게 턴테이블을 집중적으로 제작해 왔다. 이렇게 옹고집처럼 아날로그에 집중하고 있던 그는 2006년도에 비로소 새로운 제품의 연구 개발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기성의 엔지니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제품들을 완성했다. 오늘날 고객들은 크고 무거운, 그리고 가격이 비싼 대형 오디오에 대한 필요성을 이해하지 않으며, 현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면 품질 저하 없이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 가격을 1000유로 아래 수준으로 본 시청기와 같은 미니 사이즈의 여러 가지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일반 음악 애호가는 콤팩트하면서도 강력한 제품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현재 포노 전용 앰프, CD 플레이어, D/A 컨버터, 튜너, 인티앰프, 프리앰프, 파워 앰프, 헤드폰 앰프, 파워 서플라이 등의 제품이 나와 있고, 공통적으로 전 시리즈 모두 알루미늄 섀시로 통일되어 있고, 생김새가 비슷하며, 가격도 낮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본 시청기가 인티앰프 중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이고 가격도 파격적이다. 물론 소리는 상상 이상이다.
이번 호 시청기인 트라이앵글의 엘라라 스피커와 연결한 소감은, 살짝 긴장이 풀어지긴 했지만 풍요로움 속에서도 해상도가 잘 살아 있고, 현의 리얼리티도 상급이다. 스피커의 감도를 유념해야겠지만, 가볍고 풋풋하게 전 장르에서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즐겁게 노래하는 느낌이다. 전 세계의 앰프 엔지니어들은 긴장해야겠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516-9055
가격 51만원   실효 출력 25W(8Ω), 37W(4Ω)   아날로그 입력 RCA×2
주파수 응답 5Hz-20kHz(+0dB, -0.5dB)   채널 분리도 40dB 이상   S/N비 -100dB 이상
THD 0.05% 이하    입력 임피던스 20㏀   크기(WHD) 10.3×3.6×12.2cm   무게 720g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