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ell K. Red 50 새롭게 등장한 프로그레시브 미니멀리즘 Russell K. Red 50 새롭게 등장한 프로그레시브 미니멀리즘
김윤수 2016-07-14 09:55:07

글 오승영     



영국 스피커의 위대한 계보가 잦아들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 소식이 드물고, 그렇다고 기존 강호들의 신제품 발매가 예전만큼 활발해 보이지도 않는다. 섣불리 스테디셀링 브랜드들과 경쟁을 하거나, 중국산이 점령한 저가 시장에 진입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렇다고 알고 있다. 그 결과는 마치 경제 불안이 가져온 출산율 감소처럼 신제품 품귀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가끔씩이라도 기지가 번득이는 신예가 출현해주지 않으면 영국 스피커 시장은 고령화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러셀 K는 딱 이런 무렵에 그리 영국 스피커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는 진보 정신을 선사하는 브랜드로 등장했다.
러셀 카우프만은 스피커 전문 설계자로 최소 5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중견 디자이너이다. 유태계 영국인인 그의 이름이 낯설다면 그가 관여한 여러 회사의 플래그십 제품들을 잠시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반전된다. B&W의 노틸러스 제작에서 기술 디렉터 역할을, 모렐의 팻 레이디는 전체 설계를, 와피데일의 에어데일과 주요 제품들, 모니터 오디오의 전성기 시절 제품들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래서 그는 하이파이 스피커 제조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 인물이다. 최근에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러셀 K가 출범했다. 러셀 카우프만의 경력으로 보자면 러셀 K는 벌써 오래 전에 생겼어야 할 브랜드였다.



레드 50은 러셀 K의 막내 제품이다. 상위 모델 레드 100과 함께 자매 모델 구성으로 출시된 러셀 K의 주력 모델이다. 종종 이런 처녀작들은 상위 제품들이 출시된 이후에도 스테디셀러이자 대표작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레드 50 또한 그런 전형을 따르고 있어 보인다. 5인치의 미드·베이스와 1인치 트위터의 2웨이 구성이다. 미드·베이스는 액화 소재를 함침시켜 물성을 갖춘 페이퍼 콘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진으로 보면 드라이버 전체의 길이를 길게 잡아 프레임 속으로 수납을 시켜 놓은 구조를 하고 있다. 인클로저의 내부 공진의 영향이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위터는 동 도금 알루미늄 보이스코일과 유리섬유 포머에 권선을 감는 등 소재에도 배려를 했다. 자석은 특주 페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는데, 상위 제품인 레드 100은 듀얼로 구성한 데 비해서 구경이 작은 본 제품은 싱글 마그넷으로 제작되었고, 본 제품의 사이즈로 보아서는 구경이 상대적으로 큰 패브릭 돔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스피커의 선명하고 명쾌한 재생을 주도하고 있다.
제품 디자인은 전형적인 영국식 단순미를 콘셉트로 하고 있다. 블랙 래커 마감의 배플에 트위터를 중심으로 수평 음각선이 지나가는 심플함이 딱 영국 스피커이다. 자석으로 탈부착되는 철제 그릴이 제공되며, 스피커 터미널은 WBT의 무광 벨벳 크롬 마감 버전(0780으로 보임)을 싱글로 사용했다. 참고로 본 제품은 러셀 K 폴란드 공장에서 제작된다.
본 제품을 포함한 러셀 K 스피커의 특징으로서 내부에 흡음재를 쓰지 않는 무댐핑 인클로저 설계로 제작되어 있다. 러셀 카우프만에 의하면 감쇄를 위해 충진된 캐비닛의 자체 공진은 미드·베이스의 속도에서 손실이 생긴다고 한다. 얇은 인클로저 외벽 설계로 정확한 어쿠스틱을 설정하는 작업은 제작자의 오랜 시간에 걸친 튜닝으로 완성시켰다. 그래서 자체 무게가 그리 무겁지 않은 이 제품으로 비트가 있는 곡들을 시청해 보면 약간 특이한 느낌을 받게 된다. 공진이 어딘가에서 소멸되고 있는 듯 부스팅이 사라져 있다. 그러면서도 다이내믹스가 반듯하고 역동적으로 구사되고 있다는 점이 사뭇 신기했다.
뭔가 기름기가 빠진 듯 외곽선이 직선으로 느껴지는 명쾌한 미드·베이스를 기반으로 본 제품은 선명한 중상위 대역을 갖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BBC 모니터 LS3/5a의 거침없는 고역을 닮아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러셀 K 쪽이 좀더 정제된 선명함을 가졌다. 시청은 모두 진공관 앰프(쿼드 2-40 & 24, 그리고 라인 마그네틱의 LM-217IA)로 시청했는데 두 앰프 조합 간 특성이 마치 모니터처럼 분명하게 나타났다. 쿼드의 중량감과 파워 핸들링이 좋았고, 라인 마그네틱은 입체감과 청량한 음색이 돋보였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레드 50의 특징은 마치 단거리 선수의 근육과도 같은 민첩한 미드·베이스가 지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부스팅이 관여하더라도 양감 있는 북쉘프를 좋아하는 사용자에게는 현장음을 환기시키는 또렷한 해상력을 사운드의 핵심으로 하고 있다.



레드 50은 녹음의 품질만 좋다면 장르를 크게 가리지 않는 고른 재생 특성을 보인다. 이런 특성을 반영한 가장 돋보였던 곡은 린 레코드의 바흐 B단조 미사 중 ‘Domine Deus’이었다. 애플 로스리스(ALAC) 24/192 파일로 시청했을 때, 최근 이 곡을 가장 좋게 들었던 플로어형 스피커에 필적할 소리를 들려주었다. 명랑하고 미세한 표정까지 빠뜨리지 않고 들려주는 품질이 꽤나 감동적이었으며, 전면에 나타나는 복합 멜로디 라인의 배경에서 정확한 템포의 베이스가 시종 선명한 구간을 의식시켜주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였다.
영국의 여러 매체에서는 이미 러셀 K의 등장에 상을 주어 환영을 하고 있다. 물론 러셀 카우프만의 후광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플한 모양새로 명쾌하고 쉽게 음악을 들려주며 의도한 바, 가격을 많이 낮춘 제품이다. 최근 BBC 모니터의 부활과 더불어 가장 신선했던, 그리고 가치 있는 영국산 스피커의 출현이라고 생각된다. 좋은 스탠드를 갖고 있는 사용자라면 한 번 올려놓고 토인을 주어 시청해보기를 바란다. 아마 꽤 오랫동안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입원 사운드플레이 (02)3492-2586


가격 20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2.7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22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200Hz   크기(WHD) 20.5×31×20cm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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