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C SCM10 Signature Edition ATC SCM10 Signature Edition
김윤수 2016-07-14 10:56:22

가장 기억에 남을 시그너처 에디션을 만나다 

글 | 장현태



리뷰를 하면서 흥분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 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브랜드의 애니버서리 버전의 한정 판매 제품을 만나게 되었을 때의 감흥은 확실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번 리뷰에서 만난 ATC의 SCM10 SE는 바로 이런 특별함을 만들어주는 모델이다.
ATC는 하이엔드 브리티시 스피커 브랜드이면서, 스튜디오와 하이파이용으로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브랜드이다. 이런 ATC의 창업자인 빌리 우드만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한 한정 모델을 발표했다. 바로 시그너처 에디션이다. 보통 창립 기념 모델로 라인업을 추가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지만, 창업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모델은 확실히 보기 드문 스페셜 이벤트다.
SCM10은 과거 정식 라인업으로 인기를 얻었던 모델이다. 당시 SCM20와 함께 ATC의 소형 패시브 북셀프 스피커의 센터 자리를 담당해 오기도 했다. 그리고 한동안 시리즈의 재편성으로 제품을 단종시켰다. 덕분에 이번 기념 모델은 특별한 의미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리뷰를 통해 알게 되었지만, 이미 한국에 배정된 소량의 한정 모델이 모두 완판되었다고 한다. 정말 ‘가질 수 없는 너’가 되어 버린 듯하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리뷰가 되었다.




제품의 면모를 살펴보면 ATC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는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품의 외관에서 느껴지는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전면 배플 전체를 가죽으로 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빌리 우드만 70회 생일 기념 명패까지 부착하고 있다. 캐비닛의 마감은 짙은 군청색의 하이그로시 마감으로 처리, 신비로움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전달해 준다. 이는 마치 한정 판매하였던 SCM50 SE의 미니어처 느낌을 제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새롭게 자리를 잡은 트위터는 우퍼와 밀착하여 장착되어 있는데, SH25-76S 슈퍼 버전이 채용되었다. 이는 ATC가 2014년 독자 개발하여 상위 기종에 사용하고 있는 슈퍼 버전인데, SCM20 이상의 고급 모델에만 적용되어 있기도 하다. 1인치 네오디뮴 듀얼 서스펜션 타입의 트위터이며, S가 붙은 슈퍼 버전은 표준 트위터에 비해 높은 자속 밀도와 SPL 특성을 지녔고, 고역 재생 주파수도 더욱 향상되어 있다. 미드·베이스는 5인치 타입의 SB45-125SC가 채용되었다. 이는 동사의 상징적인 드라이버이며, 어떤 브랜드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그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슈퍼 리니어 마그넷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드라이버의 뒤쪽에는 엄청난 크기의 마그넷과 견고한 프레임이 뒷받침되어 있어, 밀도 높은 에너지와 정확하고 깊이 있는 베이스, 정확한 중역을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스페셜 버전을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에는 공심 코어와 폴리프로필렌 커패시터를 사용, 질감과 밀도를 한층 더 살려내고 있다.
여성 보컬로 안네 소피 폰 오터의 ‘Gottingen’을 들어보았다. 마치 SCM20을 듣는 착각이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스피커 중앙을 장악하며, 농밀함을 가득 채워 나갔다. 바이올린과 아코디언의 애절함 가득한 선율은 잠시 모든 생각을 멈추고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재즈곡으로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연주로 ‘You Look Good to Me’를 선곡했다. SCM10 SE의 매력이 유난히 소편성곡에 있음을 단번에 경험하게 만들었다. 5인치 사이즈의 작은 미드·베이스 유닛에서 우렁차게 울리는 베이스의 깊이 있는 울림, 간결한 임팩트, 그리고 곡의 흐름을 이끌어주는 스네어 드럼까지, 내추럴 사운드와 조밀함이 돋보이는 밀도 높은 사운드로 극대화 해주었다.
실내악곡은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나의 생애’ 중 1악장을 파벨 하스 사중주단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ATC는 전통적으로 현악기 재생 능력이 탁월한 특징이 있다. 이런 장점은 뛰어난 녹음과 음장감이 강조된 파벨 하스 현악 사중주단의 녹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뛰어난 현의 질감을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으며, 트위터의 디테일이 유난히 강조되기도 했다. 베로니카 야루스코바가 연주한 바이올린의 생동감 넘치는 리얼함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기에 충분했다.
전체적인 사운드는 SCM20에서 경험했던 근육질의 남성적인 골격의 견고한 중·저역, 그리고 고역의 명료함이 잘 어우러져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작지만 당찬, 자이언트의 위용을 만끽할 수 있었다. 작은 사이즈이지만, 모니터적인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장르에 대한 편견도 없기 때문에 웬만한 메인 스피커의 포지션을 당당히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SCM10 SE는 82dB의 낮은 음압으로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ATC의 악명 높은 구동력에 준하는 만만치 않은 상대.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ATC 팬들에겐 더욱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특별한 애니버서리 버전인 만큼 앰프의 매칭을 충분히 고민하게 만든 것은 아닐까. ATC 마니아에게는 더욱 특별함이 있는, 더 큰 기대와 즐거움으로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지만, 이미 전 세계에 딜러 샘플 수령으로도 부족한 한정 모델의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만큼 특별한 희소성의 소장 가치가 분명한 빌리 우드만 사장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기억에 남는 스페셜 버전이 아닐 수 없다.


SCM10으로 나를 기념하라! 
글 | 오승영



ATC의 설립자 빌리 우드만의 70회 생일은 전에 없는 이벤트로 빛을 발했다. 오랜 연륜을 가진 제조사들이 애니버서리 모델들을 출시하는 일은 흔히 마주치고 있지만, CEO의 생일을 기념한 제품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또한 화려하거나 플래그십으로 높이 치켜세우는 일이 아니라 ATC 클래식 시리즈의 막내격인 SCM10을 소재로 했다는 게 독특하다. 그가 제작한 최초의 스피커라면 SCM20이어야 맞고, 그보다 앞섰던 최초의 유닛인 SM75-150을 염두에 둔다면 SCM50이었어야 하는데 말이다.
앞서 애니버서리 버전들의 영광은 50, 100, 150으로 이어지는 톨보이 클래식 시리즈들에게 돌아갔으며, 마침 생일에 이 제품을 떠올린 것은 빌리 우드만의 SCM10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반영된 게 아닐까 한다. 알려진 바, 70세트만을 제작한 본 제품 중에서 무려 10세트가 대한민국에 배정이 된 것은 국내에서의 성과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SE(Signature Edition)의 타이틀 하에 새롭게 제조된 라인업에는 SCM20을 제외시킨 관계로 SCM10 SE는 SE 시리즈 유일의 스탠드 거치형 제품이 되었다.



SCM10 SE에는 ATC의 최신예 개량 기술과 장식을 아끼지 않았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ATC 유일의 다크 블루톤 마감이다. 슬림한 디자인 콘셉트를 매끄러운 유광 마감으로 처리해서 댄디한 멋을 한껏 높였다. 고유의 전면 돌출 배플은 래커 마감 대신 가죽을 입혔다. 이 작업은 글로벌 자동차 전문 인테리어 그룹인 아이스만에 의뢰한 디자인인데, 이 촘촘하고 부드러운 가죽의 감촉을 만져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 매우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시각적인 매력은 물론 어쿠스틱의 효과 또한 발휘하는 소재 선택이다. 캐비닛 또한 새로 설계한 어쿠스틱의 최적화를 위해 전문 장인에 의뢰해서 제작되었다.
외관상 오리지널 버전과 유사해 보이는 콘과 드라이버도 모두 개편되어 있다. 상단의 25mm 트위터는 알려진 대로 자사 제작 새 버전이다. 네오디뮴 자석을 사용했고, 듀얼 서스펜션으로 동작하도록 제작된 소프트 돔 트위터 SH25-76S는 알루미늄 합금 웨이브 가이드를 돔 주변에 안정적으로 고정시켰다. 125mm 구경의 미드·베이스 SB45-125SC는 고유의 인테그랄 소프트돔 콘을 ‘매시브 옵티마이즈드 모터어셈블리’로 구동한다. 오리지널 제품보다 쉽게 구동하기 위해 크로스오버 커브를 재설정했음에도 여전히 82dB의 저 능률 포맷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제품이 애초부터 대형기의 퍼포먼스를 지향해서 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CM10 SE의 소리를 요약하자면, SCM20에 매우 근소한 차이로 접근해 있는 파워 핸들링, 그리고 더 날렵한 페이스와 선명한 포커싱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2년여를 사용했던 SCM20의 기억에 의존했을 때의 상황이다. 사실 1인치의 미드·베이스 구경의 차이란 게 일부 곡에 한정된 의식할 수 없는 대역 차이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You Look Good To Me’의 베이스는 쾌활한 동시에 건강한 느낌이 든다. 동작이 정확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단한 바닥 위에서 분명한 촘촘함과 파워풀한 순발력, 그리고 미세한 하이햇의 번짐도 고급스럽게 포착해서 들려준다. 필자가 알고 있는 이 곡에 있어서 일급의 재생이다.
수입사 시청실에서의 시청이라서 라인 마그네틱의 LM-216IA로 시청한 결과이지만, 오히려 부스팅이나 억지스러움이 없이 단정하고 여유로운 인상으로 음악을 들려주어 좋았다. 다만, 취향과 장르에 따라서는 솔리드스테이트의 단호함과 확장된 파워 핸들링을 노려볼 수 있겠다.
본 제품의 배플과 커버 그릴 하단의 은색 바에는 빌리 우드만의 멋진 서명이 가로지르고 있다. 단 10대를 한정하는 바람에 이 제품의 소유자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신제품도 그렇지만, 아마 한 번 들어가면 시청실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얼마 전 유럽에서의 행사 때 모인 딜러들 간에 이 제품을 더 만들어 줄 수 없느냐는 제안에 아주 간단히 ‘No!’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져 온다. 혹시 프리미엄을 얹어 팔리고 있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 서둘러 주변을 수소문해볼 일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8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50Hz-25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5kHz
임피던스
출력음압레벨 82dB/W/m
권장 앰프 출력 75-300W
크기(WHD) 18.5×38×26.7cm
무게 8kg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