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우리나라 전원 장치의 본산인 파워텍은 AVR이나 차폐 트랜스에서 시작해 지금은 각종 케이블과 멀티탭 분야에서도 상당한 제품을 출시, 이제 종합 오디오 액세서리 업체로 입지를 굳혔다. 무엇보다도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어지간한 해외 유명 전원 장치 업체의 제품보다도 만듦새가 뛰어나고 안정도가 높고, 세계의 각종 오디오 쇼에서도 파워텍 이상의 제품은 찾기 어렵더라는 것이 참관인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과거 오디오 동호인들의 집을 방문해 보면 파워텍 제품이 없는 곳이 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파워텍은 그동안 꾸준히 여러 가지 특이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던 차에 이번의 신제품은 누구나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파워 케이블이다. 우선 만듦새는 정통적 스타일로 평이하지만, 빈틈없이 꼼꼼하고, 내부 선재 구조를 확인시키기 위해 선재를 오픈해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요즘에는 이만한 가격대의 파워 케이블을 찾기란 불가능한 시절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제는 케이블의 중요도를 인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요도의 순위를 매긴다면 인터커넥터 케이블을 우선으로 치는 사람이 가장 많으리라는 생각이다. 선재의 수량도 그쪽이 훨씬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나는 케이블을 마련하려면 가장 먼저 파워 케이블부터 개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무릇 오디오 소리의 재현은 스피커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순이라고 볼 때 맨 선두 주자야말로 파워 케이블이기 때문이다. 어떤 좋은 인터 케이블을 장착해도 파워 케이블이 나쁘면 효과는 반감되고 만다. 그러나 어쩐지 보통 사람들은 아직도 파워 케이블을 우선순위에 놓지 않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 비교적 저가격대의 본 시청기 하나를 교체했음에도 시청했던 시스템의 소리가 달라진다. 다시 한 번 파워 케이블의 능력을 실감하게 된다.
이 케이블은 블랙홀이라는 선재를 사용한 것으로, 무 자계장의 선재이며, 선재 재료는 주석 도금 구리이며, 두께는 14AWG. 그리고 라이브와 뉴트럴을 각각 실딩했고, 노이즈 필터가 부착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만듦새가 꼼꼼하기로 유명한 제작사답게 단자 역시 금도금 처리를 했으며 몰딩 플러그를 사용했다. 길이는 1m부터 5m까지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고.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콘래드 존슨의 프리·파워 앰프에 연결했다. 5극관을 사용하는 이 앰프로 던텍 스피커를 울렸는데 아직 완벽한 에이징과는 한참 터울이 있는 터라 소리가 정확하고 약점이 없으면서도 미세하게 풀리지 않는 영역이 있었다. 그것이 신기하게도 사라져 가는 모습이 보인다. 즉, 부족했던 윤기가 살아나며 매끈해지는 것이다. 햇살이 조금 더 내리쪼이는 느낌. 긴장이 약간 살짝 풀리며 회의가 아닌 좌담회 같은 분위기가 되면서 들을 맛이 배가되는 것이다. 딱딱한 다큐멘터리에서 흥미진진한 영화로 이동한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파워 케이블에서 이런 맛을 금방 감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저렴하면서도 꽤 안심할 수 있는 제품이 등장했다.
제조원 파워텍 (02)702-1212
가격 25만원(1.8/2.5m)
<월간 오디오 201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