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오늘날 영국 서그덴의 이름은 A급 인티앰프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자그마한 체구이고 소출력이긴 하지만 A급 인티앰프를 수십 년 이상 생산, 이제 이 세계에서 A급 앰프의 본산이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앰프는 사실 A급이 가장 좋다. 그걸 부인한다면 위선이나 다름없다. 엔지니어들은 A급에서 표현되는 매끄러움, 촉촉하면서도 온화함이 드러나는 영역을 AB급으로 따라잡기 위해 엄청난 고생을 해 온 셈이지만 아직도 그 수준을 넘어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물론 A급 앰프의 약점도 많다. 기본적으로 발열이 심하고 따라서 전원부의 트러블이 좀 있으며 대출력을 내지 못하는 등의 약점이 좀 있긴 하지만, 그것을 극복해낸 제품이라면 아무리 잘 만든 AB급이라 하더라도 소리의 품질에서는 A급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인데도 스피커 유닛의 감도가 낮아지고 하이파이 스피커라면 3웨이 이상이 기본인 시절이 되어서 대출력의 앰프가 일상화되는 바람에 소출력의 A급 앰프가 제일 먼저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신통하게도 서그덴은 그 틈새에서 줄기차게 A급 인티앰프만으로 제품을 이어 왔다. 비록 소출력이긴 하지만 어지간한 스피커는 다 울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제는 당당하게 작은 황태자의 대접을 받는다.
서그덴은 1967년 영국에서 제임스 서그덴이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명으로 삼아 창립했는데, 지금은 인티앰프뿐 아니라 대형 파워 앰프와 프리앰프, CD 플레이어와 스피커를 포함하는 종합 오디오 제품 제조사로 성장했다. 현재 동사의 인티앰프로는 A21 시그너처 시리즈와 상위 시리즈로 마스터클래스 시리즈가 있다. 마스터클래스 시리즈에는 인티앰프가 1기종 있고, 그리고 분리형 프리앰프와 모노블록 파워 앰프 등 여러 가지 있다.
서그덴은 전 제품을 수작업으로 제조하는 핸드메이드 방식과 섀시와 모든 부품을 자체 설계하고 직접 생산하는 것을 트레이드마크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전 직원이 평균 25년 이상 근무하고 있다는데, A급 인티앰프임에도 트러블이 거의 없는 높은 안정성과 퀄러티도 그런 데서 연유할 것이다. 백발의 장인들이 만드는 오디오 제품, 그림만으로도 신뢰도가 높아진다.
동사에서 최초로 생산한 기념비 같은 기종이 인티앰프 A21인데, 이것은 뮤지컬 피델리티의 A1보다도 더 빠른 태동이다. 그런데 핸드메이드 소량 제작 방식을 처음부터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외 수출 능력 부족으로 인해 A1만 수출 시장에서 지명도가 높아졌다. 근래 몇 년 전부터 아시아 시장에 선을 보이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아직 소량만 유통시키고 있다고 한다.
시청기의 출력은 25W(8Ω)이며, 이미 ATC의 소형기로 한 번 울려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다른 스피커로 재확인해 보는 기회가 됐다. 당시 ATC의 스피커와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매칭이었는데, 이번 호에는 시청기인 트라이앵글의 엘라라 LN01, 야마하의 NS-BP401, 달리의 젠서 3 등 다채로운 스피커와 매칭이 이루어졌다. 모두 소형기이며 감도가 85dB로 낮은 기종(야마하)도 있었다(각 스피커 시청기 참조).
우선 시청 시 가장 기본적인 유의점은 두 가지가 된다. 첫째, 과거 A급 인티앰프의 대명사나 다름없었던 뮤지컬 피델리티 A1 앰프는 계란 프라이를 해 먹을 정도로 섀시가 뜨거워지는 단점도 있었다. 하지만 본 시청기의 발열은 대단치 않다. 한 시간 이상 구동했어도 보통의 AB급 제품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 그동안의 기술 진보가 이런 데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과거 A급 인티앰프는 스피커 대응력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본 시청기는 놀랄 정도로 스피커 대응력이 좋다. 25W 정도의 출력이라면 소수의 감도 높은 스피커 정도에서 힘을 쓰는 수치이지만 감도가 85dB에 불과한 야마하의 스피커에도 전혀 꿀림이 없다. 지난번 ATC 스피커와의 매칭도 우연히 좋았던 것이 아니라는 증명이 된 셈이다.
사용상의 특징은 정통 A급 앰프답게 전 라인이 RCA 연결로 되어 있으며 포노단은 옵션으로 구비하고 있다. 디지털 홍수 속에서도 이런 정통적인 음악 재생기가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는 것도 감동할 일이 될 것이다. 소리의 대강을 살펴봐도 50년 이상 갈고닦아 온 정통기답다. 그리고 A급 앰프의 소리란 무엇인가도 금방 감지할 수 있겠다.
함께 구동한 CD 플레이어는 마란츠의 CD6006. 시청 스피커에 따라 소리는 미묘하게 변한다. 한 기종의 스피커만으로 음악을 듣고 무슨 곡의 어느 부분이 어떻더라는 표현이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이 된다. 음이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매끄럽다. 밀도감도 적절하다. 매칭한 소형 스피커 3기종 중 특별히 좋지 않다는 느낌은 나오지 않았다. 쾌감, 느긋, 매끈 그런 표현에서 전혀 과장이 섞이지 않는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270만원
실효 출력 25W(8Ω)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S/N비 83dB 이상
입력 감도 170mV, 3mV(MM), 0.2mV(MC)
크기(WHD) 43×9.2×35cm
무게 11kg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