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브리티시 스피커 브랜드의 만남은 항상 다채로운 재미를 느끼게 하며, 음악을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느낌이다. 특히 영국은 예로부터 수많은 모니터 스피커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BBC 모니터 표준의 정립과 전 세계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의 정석을 만들어줌으로써 스피커 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프로악의 경우도 방송용 모니터 스피커에서 출발하였다. 1972년 클레프 오디오(Celef Audio)로 시작하여, 1979년 프로페셔널 어쿠스틱스로 개칭하였고, 1990년 초부터 이를 줄인 브랜드 명으로 프로악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했으며, 지금까지도 프로악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
프로악은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라인업을 유지하고 있다. 제품의 가치와 입지는 조금의 흔들림이 없으며, 그들만의 개성 있는 중독성 강한 사운드를 만들어 수많은 프로악 팬들을 만들어 냈다. 프로악이 최근 소개하는 제품들은 새로운 시도와 업그레이드 모델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리본 트위터를 채용한 모델들도 이런 변화 중 하나인데, 동사 제품들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라인업, 레스폰스 시리즈도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이번 리뷰는 레스폰스 D1의 새로운 변신을 보여주는 DB1인데, 다시 한 번 프로악의 소형 모니터 스피커의 진수를 만나게 해주는 모델이다. D2의 경우 사이즈 문제로 소형으로 분류하기보다는 스탠더드 북셀프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D1에서 사이즈와 성능을 더욱 끌어올린 DB1이야말로 다방면의 재능을 발휘하는 모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테디셀러 모델로 꾸준히 사랑 받아왔던 레스폰스 1sc에서 출발한 전통성을 지닌 모델인 만큼, 이번 DB1의 등장은 반가운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제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제품의 스타일은 전통적인 프로악의 소형 2웨이 2스피커를 추구하고 있다. 먼저 사용된 드라이버에 대한 설명이다. 트위터의 경우는 D2에서 사용했던 동급의 1인치 실크 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역 재생 능력을 30kHz까지 끌어올렸다. 다음으로 새로운 5인치 미드·베이스 유닛을 관심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음질의 핵심인 콘지의 경우 미카펄프(Mikapulp) 콘에 탄성 코팅을 적용한, 새로운 롱 스로우 베이스 드라이버를 채용하고 있다. 또한 아크릴 폴 댐핑 페이즈 플러그를 적용·장착하여 정확한 위상을 잡아주고, 음의 왜곡을 최소화해 주고 있다. 특이하게 고무 에지에 사선의 빗살 홈을 추가하여 콘의 움직임을 더욱 견고하게 잡아주고 있다. 트위터와 미드·베이스의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최적의 포지션인 2.9kHz로 세팅되어 있다.
더욱 견고한 사운드의 완성을 위해 캐비닛 개선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는데, 캐비닛은 서로 다른 두께의 고밀도 MDF를 사용하였고, 역청 처리를 통해 캐비닛의 울림을 컨트롤하고 있다. D1에 비해 더욱 커진 캐비닛은 뒤쪽 깊이도 더욱 깊어져 충분한 내용적을 확보, 더욱 여유 있는 저역의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외부는 원목 느낌을 잘 살려낸 고급스러운 마감인데, 더욱 견고하고 완성도 높은 마감으로서 제품을 돋보이게 해 준다. 35Hz-30kHz로 사이즈에 비해 넓은 대역 재생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상급 기종인 D2와 마찬가지로 소형 북셀프형 스피커이지만 웬만한 톨보이형 스피커의 성능을 능가하는 만족스런 사운드가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바이와이어링을 지원하고, 내부 네트워크에는 최고의 구성 요소와 무산소 동선을 사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레퍼런스 시리즈 스타일이 잘 반영되어 있다.
첫 곡은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Better’를 선곡해 보았다. 반주 악기를 듣는 순간 바로 모니터적인 사운드 특징을 만날 수 있었다. 우선 중역을 중심으로 한 소울 충만한 맥나이트 보컬의 선이 명확하다. 그리고 작은 사이즈이지만, 이를 의심하게 하는 단단한 저역과 음원을 가득 채워 놓은 반주악기들의 표현은 과장되지 않고 적당한 두께감과 질감으로 다가왔다. 평탄한 대역과 부드러운 성향, 그리고 고역의 투명도가 좋다.
두 번째 곡은 글렌 굴드의 피아노 연주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 1번이다. 역시 피아노 소리의 투명도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다. 피아노 건반 사운드의 경우 음의 분해력을 강조하기보다는 터치의 질감이 강렬하게 강조되어 굴드의 손끝과 건반을 누르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굴드 특유의 허밍은 저역 톤이 잘 표현되어 시종일관 스피커 앞을 가득 채워준다. 한마디로 굴드의 손길을 유감없이 만끽할 수 있는 사운드였다.
세 번째 곡은 오스카 피터슨 트리오의 연주로 ‘You Look Good To Me’를 선곡해 보았다. 피아노는 무대 뒤로 물러서 있으며, 좌측 드럼과 우측 베이스가 전체적인 공간을 지배한다. 콘트라베이스 선의 두께와 통 울림의 균형이 잘 잡혔다. 지나친 통 울림을 강조하기보다는 부족한 듯 느껴지는 저역 울림을 토대로 유연한 전개와 리얼함이 잘 전달되었다. 특히, 피아노 선율이 명료하게 전달되어 들리고, 스네어의 질감이 리얼하며, 경쾌한 재즈 리듬감을 잘 살려내었다.
마지막 곡은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op.35 중 1악장을 나탄 밀스타인의 바이올린과 클라우디오 아바도(빈필 연주)의 지휘로 들어 보았다. 바이올린의 고역 재생이 화려하고, 빠른 반응을 통해 중·고역의 전달력이 좋고, 포지션이 정확하다. 협주곡에서의 저역은 불필요한 베이스 없이 단아하고 임팩트가 있으며, 이를 통해 바이올린의 질감이 더욱 부각되었다. 특히 밀스타인의 바이올린은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며, 열정이 느껴지는 연주였다.
사운드 성향을 정리해보자. 기존 D1에 비해 더욱 다이내믹이 상승되고, 고역은 더욱 세련된 성향을 지녔으며, 정교한 디테일이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장점을 지녔다. 그리고 중·저역은 마치 톨보이 스피커의 울림이 느껴지듯 견고함과 깊은 울림을 만들어 주었다. 아마도 작지만, 당찬 스피커의 위용을 이야기한다면 바로 DB1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다만 음압은 87.5dB로 낮은 편은 아니지만, DB1을 통해 프로악이 제시하는 다이내믹과 충분한 스테이지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여유 있는 출력과 댐핑 능력을 갖춘 앰프와의 매칭에 조금 더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DB1은 기존 D1의 단점과 성능을 더욱 보완하여 한층 더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델이라는 것이다. 꾸준히 이어온 레스폰스 시리즈의 막내 제품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주는 의미 있는 스피커이며, 변함없이 소형 모니터의 위상을 유지시켜주는 제품으로 기대된다.
수입원 디오플러스 (031)906-5381
가격 33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2.7cm, 트위터 2.5cm 실크 돔
재생주파수대역 35Hz-3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9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7.5dB/W/m
권장 앰프 출력 20-100W
크기(WHD) 18.2×32×28cm
무게 8.8kg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