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이 스피커를 대면하고 여러 번 놀랐다. 첫째, 소리에 놀랐고, 그 다음에는 가격을 알고 놀랐다. 나중에는 만듦새를 보고 다시 놀랐다. 이런 가격대의 스피커를 단품으로 시청 의뢰한 그 의도가 결코 허세가 아닌 것에 새삼 놀랐다. 이런 보급기는 컴포넌트의 세트로 섞여서 시청 의뢰가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코 단품으로는 의뢰가 잘 되지 않는 가격대의 제품인데, 스피커 한 기종만으로 당당하게 훨씬 더 고가인 여러 해외 제품과 평가대에 올랐다.
일본제의 스피커는 우리 시장에서 아무래도 서양 쪽의 스피커에 비하면 선호도가 좀 떨어지는 편이다. CD 플레이어나 인티앰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도 성능이 기대 이상이어서 사용자가 많지만 스피커라면 아직도 크게 인상적인 제품이 없다. 그것이 개인적인 생각인 것이다. 영국이나 캐나다만 해도 기십만 원대의 저가품이 상당수 시장에 깔려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미주나 유럽산에 먼저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그런 셈인데 단품으로 달랑 등장한 이 작은 스피커는 뭐란 말인가.
야마하는 오디오 기기 이전에 세계 최고의 악기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인데, 그러한 장점을 살려 노하우가 깊게 배어 있는 스피커가 본 제품인 것 같다. 야마하의 그랜드 피아노에 사용하는 블랙의 피아노 마감 공정과 동일한 절차와 수준을 지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시청기는 다시 들여다볼 가치를 가졌다. 야마하 그랜드 피아노라면 피아노 전문가라 해도 쉽게 손에 넣을 수 없는 고가의 명기이다.
공연히 그런 과정을 지킨 것이 아니다. 음향 공학을 적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도색만 그런 것이 아니라 캐비닛 자체가 악기 제조의 노하우에 의거, 내추럴 사운드를 위해 높은 강성을 유지하도록 제작하면서 내외에 악기 울림을 극대화하는 것처럼 특수 도색을 시행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름답고 내추럴하며 화려한 음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동사의 주장.
물론 도색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13cm의 미드·우퍼는 금속 콘이며 99%의 순수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는데, 가벼운 무게와 뛰어난 강성을 가지고 있어 악기 질감과 분위기, 세부 묘사 등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3cm의 소프트 돔 트위터 역시 코팅 및 독특한 성형 기법을 적용해 고역 재생 능력이 뛰어나다. 단자는 고가의 금도금 단자이며, 네트워크 회로 및 내부 배선 등에도 꼼꼼하게 신경을 썼다.
시청기를 이번 호 시청기로 게재되어 있는 A급 25W 출력의 서그덴 인티앰프로 연결한다. 시청기는 보급기치고는 진기할 정도로 감도가 낮다(85dB). 이러한 수치는 그 의미가 각별하다. 비록 보급기의 가격대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하이엔드를 유지하겠다는 자신감의 발로 같은 것으로 이해가 된다.
소리는 기대 이상이다. 종래 들었던 고가의 알루미늄 콘의 색상이 연상되고, 뛰어난 분해력과 해상도가 가장 먼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경쾌감도 일품이고, 마치 쉬지 않고 뿌려지는 안개의 알갱이 같은 소리의 쾌감을 누구라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저역의 잔향도 상당하고, 끊임없이 잔모래가 바람결에 뿌려지듯 음악이 피부에 와 닿는다. 일본제 보급기의 소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아하며 고급기의 취향이 역력하다.
수입원 야마하뮤직코리아 (02)3467-3300
가격 59만8천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3cm, 트위터 3cm
재생주파수대역 50Hz-4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3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5dB/2.83V/m
크기(WHD) 17.6×31×32.7cm
무게 5.9kg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