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윤욱
오랜만에 얀 알러츠 카트리지가 내게 왔다. 황금색의 큐빅을 연상시키는 금속 바디는 언제 봐도 눈을 즐겁게 한다. 심플하지만 정교하게 짜맞추어진 황금색 바디는 디자인과 색감에서 다른 여타 카트리지를 초라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박스를 열고 나사를 풀어 슈레더 톤암에 장착했다. 슈레더의 작고 앙증맞은 헤드셸에 마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얀 알러츠 카트리지에 시각적으로 가장 잘 맞는 톤암을 꼽으라면 슈레더를 첫 손에 꼽아야 할 것이다.
처음에 스펙을 확인하지 않고 코터 MK2L 승압트랜스에 연결했다. 전체적으로 게인이 너무 높고 중·고음의 치찰음이 강조된 소리를 들려준다. 전형적으로 임피던스 역전에 따른 저음 부족과 고음이 살짝 찌그러지는 소리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아차! 얀 알러츠는 임피던스가 높은 편이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스펙을 확인해보니 0.5mV 출력에 내부 임피던스가 22Ω에 로딩은 100Ω을 권장하고 있다. 마침 같이 리뷰 들어온 하플러 PH44 승압트랜스(10배)를 연결하니 게인이 살짝 부족해서 볼륨을 좀더 올려야 하긴 하지만 고음에서의 치찰음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첫 소리는 신품이라 그런지 다소 칼칼하고 드센 느낌이 들었다. 20여 시간이 지나면서 드라마틱하게 칼칼함이 누그러들면서 얀 알러츠 특유의 진한 향기가 느껴지는 소리로 탈바꿈되었다. 40여 시간이 넘어가면서는 몸이 완전히 풀린 듯 자연스럽게 소리를 풀어내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보통 얀 알러츠 카트리지는 임피던스 매칭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최상위 모델인 MC 포뮬러 1과 바로 아래 모델인 MC2 피니시가 일반적인 MC 카트리지보다 낮은 0.15mV와 0.2mV의 출력 전압을 가지고 있다. 출력 전압이 낮으면 통상적으로 로딩 임피던스도 낮아져야 승압트랜스 매칭이 수월해진다. 그런데 출력 전압은 낮으면서 로딩 임피던스는 오히려 845Ω으로 높아서 매칭시킬 만한 승압트랜스 찾기가 아주 힘들다. 결국 헤드 앰프를 붙이거나 MC 증폭 회로가 내장된 포노 앰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MC2 피니시 아래 모델들은 0.5~0.7mV로 출력 전압이 높고 로딩 임피던스는 100Ω으로 낮은 편이어서 일반적인 중 임피던스용 승압트랜스에 문제없이 매칭해서 사용할 수 있다.
적정 침압이 2.0g으로 되어 있는데, 다양하게 침압을 더 주거나 덜 주면서 소리를 들어 보았다. 침압을 덜 주면 소리가 약간 경쾌해지면서 실키한 고음이 매력적으로 변하고, 침압을 더 주면 실키함은 살짝 줄지만 무게 중심이 내려가고 무대가 뒤로 살짝 들어가서 안정적인 사운드로 바뀐다. 개인적으로 2.2g 정도의 침압이 가장 좋았다. 승압트랜스는 피어리스나 코터 같은 광대역의 칼칼한 스타일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텔레풍겐이나 조겐쇼 같이 약간 음색이 부드러운 계열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일찍 배달된 덕분에 2주 정도 편안하게 이 음악 저 음악 두루두루 들어볼 기회가 있었다. 얼마 전에 내한 공연을 한 호세 펠리치아노의 앙코르 음반(Dynaflex, LSPX-1005)의 음반을 걸었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 어울리는 곡인 ‘Rain’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연상시키는 빠른 손놀림이 경쾌하게 기타줄을 훑고 지나간다. 이런 경쾌한 곡의 표현은 상급 모델보다 더 좋게 들린다. 흐느끼는 듯 내는 신음소리가 매력인 ‘Susie-Q’가 흘러나온다. 강약의 대비가 좋고 흐느끼는 부분의 섬세한 디테일 표현도 좋다. 우수에 젖은 듯한 촉촉한 느낌의 표현도 훌륭하다.
베르너 토마스가 연주하는 쟈클린의 눈물(Orfeo, S131851A)을 걸어 보았다. 첼로의 선율이 적당히 두툼한 톤으로 매끄럽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상급기에 비해서 세밀함은 약간 부족하지만 첼로 특유의 통 울림 표현은 아주 좋다. 음의 끝자락 여운에서 고급 샴페인 느낌의 분위기 있는 음색으로 살짝 느껴진다.
대편성 곡은 어떻게 재생하는지 궁금해서 쉐링이 지휘한 시카고 심포니 연주의 랄로의 스페인 교향곡을 걸었다. 광활하게 펼쳐지는 무대에 악기군의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다. 악기 하나하나를 핀 포인트로 극한의 디테일로 표현하는 능력은 상급기에 비해 약간 밀리지만 무대 크기나 호방한 느낌은 오히려 상급기보다 더 좋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독주 바이올린 부분도 적당히 두툼한 톤으로 듣기 좋게 들린다. 은은한 향기가 느껴지는 음색이 아주 매력적인 바이올린 소리다.
얀 알러츠 카트리지 특유의 황금색 광채를 연상시키는 풍성하고 화려한 음색은 상급기에 비해서 살짝 옅은 편이다. 아마도 상급기가 동선과 은선을 사용한데 반해, 이 모델은 동선만을 사용해서인 듯하다. 스타일러스 팁도 상급기에 비해 약간 커서 상대적으로 호방하고 두터운 음을 내는 것으로 추측된다. 상급기에 비해서 음의 입자는 조금 굵어지고 약간 묵직하고 두툼한 느낌을 준다. 상급기가 클래식에 어울리는 샴페인 같은 느낌의 음색이 장점이라면, 이 카트리지는 음색이 좀더 중립적이어서 다양한 장르에 대한 대응성은 오히려 더 좋았다.
최고급 MM 카트리지나 고출력 MC 카트리지를 사용하다가 MC로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아날로그 애호가에게 얀 알러츠의 카트리지의 평균 가격대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MC1 ECO-N은 얀 알러츠의 엔트리 모델로 가격적인 부담을 덜 느끼면서 얀 알러츠 특유의 고급스런 음색을 느낄 수 있는 카트리지다. 얀 알러츠는 북유럽의 고급 샴페인이 연상되는 음색으로 한 번은 꼭 들어봐야 할 것이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250만원
<월간 오디오 2016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