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신우진
노르웨이의 현악 사중주단인 시카다 현악 사중주단의 연주를 2L을 통해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시카다 현악 사중주단은 비인기 장르인 전위 음악을 1989년부터 40년 가까이 이어 온 유서 깊은 현악 사중주단으로, 북유럽 현대 음악에서 아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현대 음악 작곡가들이 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 앨범만 해도 수없이 많이 있다. 현악 사중주단의 전통적인 구성인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현악 사중주의 조화로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아방가르드적인 연주 스타일은 물론, 악기 역시 현악기에만 국한되지는 않고, 활을 이용해 유리잔을 켠다든지 여러 악기를 활용 또는 협연해 다양한 음향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동안 Aurora, ECM 등 몇몇 음반사를 전전하다가 이번에 고음질 전문 음반사인 2L에서 두 장의 앨범을 선보인다. 어떻게 보면 시카다 사중주단의 음반을 낸다는 것은 최고의 음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또한 음악 장르의 다양성을 추구할 여유가 있다는 증명이기도 한 듯하다.
두 장의 음반 모두 매우 취향이 갈리는 장르의 현대 음악이어서 온 가족이 모여 앉아 가볍게 듣거나 할 음악은 아니다. 바우크홀트의 작품집인 <Ich muß mit Dir reden>는 물론, 여류 작곡가이자 보컬로 활동하는 라트키에와 함께한 <And Sing...> 앨범 역시 대중적인 취향의 음악들은 아니다. 마치 아날로그 악기를 통해 전자 음악의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 같은, 여성 보컬 역시 노래가 아닌 목소리와 비명과 괴성 사이의 미묘한 음향으로 담겨 있다.
고음질을 추구하는 2L의 집착에 도입부에서 음량들이 극히 작은 소리가 세밀하게 녹음되고 잡음 역시 극히 적어서 자세히 듣기 위해 거기에 볼륨을 맞추었다가는 나중에는 무슨 소리냐고 가족들이 뛰어나오게 만들어 내는 부작용도 있다. 밤이 아니라 낮에 들어도 소름 끼치게 만드는 섬뜩한 느낌이 아주 사실적인 2L의 녹음 기술과 만나면서 공포와 기괴함이 극한에 달한 듯하다.
디지털 음원 전문 레이블인 2L답게 두 앨범 모두 한 장에는 하이브리드 2채널 SACD와 나머지 한 장에는 24비트/192kHz 음원은 물론 9.1멀티채널 또는 5.1 DTS 등 다양한 멀티채널 사운드 역시 수록되어 있다. 이전에 소개한 대로 좋은 오디오 시스템으로 전자 음향 같은 사운드에서 현의 미묘한 질감이 만들어 내는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가장 좋은 감상법은 멀티채널이 만들어 내는 극한의 현장감을 통해 전위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할 것 같다. 글 | 신우진
카롤라 바우크홀트
<Ich muß mit Dir reden>
시카다 현악 사중주단
2L-116-SABD
녹음 ★★★★★
연주 ★★★
마야 솔베이 키엘스트룹 라트키에
<And Sing...>
마야 솔베이 키엘스트룹 라트키에(보컬)
시카다 앙상블
오슬로 신포니에타
2L-124-SABD
녹음 ★★★★★
연주 ★★★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