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아직도 파워 케이블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가 많다.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며, 그런 상술에 넘어가지 말고 싸구려를 써도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제품 하나를 알아보려고 어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견을 내놓고 있었다. 오디오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초심자가 많이 있는 사이트인데, ‘아, 그렇습니까’ 하는 납득하는 댓글도 있어서 깜짝 놀랐다.
전문가라고 해도 다른 기종을 들어 볼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고, 더구나 케이블류는 더 접해볼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올 것이다. 모르니 자신의 생각대로만 말할 수밖에 없는 것…. 현실이 그렇지만 주변을 가르치기까지 하면 위험하다. 십수 년 전에도 아날로그 앰프의 장인 한 분이 그런 주장을 하기에 낭패했던 기억이 있는데, 십수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니…. 시간이 있다면 우선 본 시청기의 케이블을 들고 가서 그 앞에서 한 번 시연해 보이고 싶어진다. 시청기를 듣고 돌아간 뒤 그날 밤, 바로 그런 게시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런 분들은 나름대로의 이론이 있다. 전류가 흐르는 과정, 손실의 변화, 케이블을 통과하기 전과 후의 전압 차이 등 읽어 보면 단순한 주장만은 아니다. 그런데 결과치는 그렇지가 않다. 세상도 어찌 이론대로 되던가. 이론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면 지구는 일찌감치 공산주의 국가로 뒤덮였을 터이다.
본 시청기를 앰프와 CD 플레이어에 연결하고, 동일한 시스템으로 울렸는데, 첫 소리부터 단숨에 달라졌다. 그 차이라는 것은 온도가 25°C에서 30°C로 바뀌는 정도의 차이이며, 노 슈가의 아메리카노에서 진한 인스턴트 커피로 바뀌는 식의 차이처럼 크다. 시청기가 오데온 스피커였기 때문에 그 민감도가 더 컸을 것이다.
아마 오디오 애호가라 할지라도 대다수의 주력 관심사는 인터 케이블일 것이다. 스피커 케이블이나 디지털 케이블에도 눈독을 들이는 사람은 많지만, 파워 케이블을 거론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다. 나 역시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렸다. 요행히 시청기로 많은 파워 케이블을 들어 보게 됐다. 그때마다 탄식이 나왔고, 심지어 멀티탭이 주는 효과에도 경악을 금치 못한 적이 많다. 모두 국내에서 제작된 멀티탭이었다.
시청기는 국내 전원 액세서리 분야에서 부동의 선두를 지키고 있는 파워텍이 내놓은 최근작인데, 어지간한 제품을 사용하는 분이라면 파워텍의 AVR을 쓰지 않는 경우가 드물 것이다. 특히 고가의 진공관 제품이라면 필수품이나 다름없다. 파워텍에서 제품을 제조하는 것을 곁에서 구경해 본 적도 있는데, 굉장히 꼼꼼하고 사용하는 자재의 수준이 높다. 대부분 세계 최고의 부자재를 사용한다. 특히 제작자 자신이 거의 전 제품을 수제품처럼 만들고 있는 것도 놀라운 것이다.
시청기도 훌륭하다. 전도율을 높이기 위해 플러그와 커넥터에 금도금했고, IEC 규격의 고가인 몰딩 플러그와 전자파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노이즈 컷 필터를 사용했다. 빠질 것에 대비해 꼼꼼하게 클립도 부착해 놨다. 가장 중요한 선재는 특수품을 사용했는데, 0.16mm 굵기의 도체 15×7가닥의 선재 3개가 사용되는 규모이며, 각각 PVC 절연했고, 이 위를 골 메우기 작업, 은박 테이핑, 편조(0.12×8×24) 실드, 다시 PVC, 그리고 그 위에 고광택의 흑색 나일론 2중 익스팬더로 마감을 했다. 가격도 적절하며, 소리의 컬러, 열기, 밀도, 정숙성이 한꺼번에 증가한다.
제조원 파워텍 (02)702-1212
가격 25만원(1.8m)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