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문부
1949년 창립된 독일 하이파이 스피커 전문 제조사인 헤코(Heco)는 현재 입문기인 빅타 프라임에서 고가의 콘체르토 그로소까지 방대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뿐인가? 와이어리스 액티브 스피커 2기종과 레트로풍의 다이렉트(Direkt)와 다이렉트 드라이클랑(Direkt Dreiklang)까지 새로운 범주와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막히더라고 이만하면 숨을 고를 때도 된 듯싶은데, 원기 왕성한 헤코 R&D 팀의 펄프 콘 성찬(盛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헤코는 베를린 IFA 트레이드 페어에서 대형기 다이렉트 드라이클랑과 함께 새로운 홈시어터용 5채널 스피커 엘레멘타(Elementa) 시리즈를 선보였다. 원소와 기본 물질을 뜻하는 라틴어 엘레멘툼(Elementum)에서 따온 명칭에서 우선 알 수 있듯이 동사의 베이직 모델이다. 하지만 실크 매트의 하이 퀄러티 마감을 고려하면 좀더 엄밀히 말해 위로 실란 GT 시리즈, 아래로 뮤직 스타일 800, 빅타 프라임 702 5채널 세트를 이어주는 스탠더드 모델로 보아야 한다.
이미 미들급엔 알레바 GT 시리즈가 포진하고 있는데, 굳이 이와 병행하는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 내부 경쟁을 유발한 이유가 뭘까? 필자의 순전한 추측이지만, 아마도 다이렉트 드라이클랑과 다이렉트를 제작하면서 실크 매트 마감의 가능성을 엿본 듯하다. 여하튼 이런 형태에, 이 같은 마감은 특이하다. 거의 직방형에 가까운 형태에 라운드진 측면은 동급 알레바 GT와 상급형 실란 GT를 절충한 듯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실제보다 훨씬 더 고가로 보이기도 한다.
엘레멘타 센터 30 역시 흔히 보는 다소 빈약한 체적의 센터 스피커와는 궤를 달리한다. 캐비닛의 좌우 폭은 50cm를 넘는데다, 메탈 재질이 적절히 채용되어 볼수록 듬직하다. ‘본질은 존재에서 비롯된다’는 거창한 헤겔적 사유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흠잡을 데 없는 물량 투입은 어떻게든 소리로 반영될 것임이 틀림없다.
앞서 엘레멘타는 헤코의 스탠더드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동사의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자성유체 냉각 방식의 2.8cm 실크 컴파운드 돔 트위터의 전면 플레이트는 헤코 기술진이 선호하는 하프 혼 형태의 웨이브 컨트롤 지오메트리다. 하이 에너지라고 불리는 엘레멘타 시리즈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고음 유닛 기술은 두 개의 마그넷을 겹쳐서 자력을 높인 것. 이 결과 확산성과 능률이 높아진다.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의 구조 또한 정공법이다. 사운드의 매질은 공기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 산드로 피셔 휘하의 개발팀은 다이캐스트제 알루미늄 바스켓에 단지 강도와 공진 특성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공기역학적인 면까지 고려하여 형태를 결정하였다. 따라서 멤브레인 뒷면에서 작용하는 풍압은 방해를 받지 않고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까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하지만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레이저 기반 클리펠(Klippel) 측정 시스템을 사용해서 추론을 검증했다.
입력 신호에 대한 감도 못지않게 드라이버는 진폭의 변화에 따른 입력 신호 외의 불요 공진을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헤코는 높은 내부 댐핑 퀄러티를 보여주는 크라프트 페이퍼 멤브레인을 애용한다. 일반적인 메이커라면 하급기에 사용된 콘과 레퍼런스기의 콘 재질은 달라야 하는 게 상식이지만, 장섬유 펄프는 그야말로 그들에게 있어 엔트리에서 탑 엔드까지 통용되는 약방의 감초. 그만큼 여러 세월에 걸쳐 검증되었다는 뜻. 콘의 움직임이 훨씬 더 민활하게 반응하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운 롱 스로우 서라운드에 접합되어 있다. 이 롱 스트로크 에지는 대개 콘의 움직임이 큰 서브우퍼에서 주로 사용되는 콘 테두리 디자인이다.
엘레멘타 700은 멀티채널 세트의 프런트를 담당하기 때문에 확실한 파워를 선보여야 하고, 이에 걸맞게 두 개의 롱 스트로크 16.5cm 베이스 드라이버와 동일 사이즈의 미드레인지를 장착하고 있다. 콘의 여유로운 움직임이 대음량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엘레멘타 700은 3.2kHz에서 실크 돔 트위터에 고음 대역을 맡기고 있다. 트위터가 담당하는 주파수 레인지는 2웨이 북셀프 모델과 동일하다. 이 25.5kg 3웨이 톨보이는 금도금 캡슐형 스크류 단자를 구비, 바이와이어링과 바이앰핑 모드로 작동시킬 수 있다. 바이앰핑 모드에 대응하는 건 하이파이 유저를 염두에 둔 설계다. 헤코 상위 라인업 플로어스탠딩 스피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하이패스 조절 단이 구비되어 있어서 좀더 공격적인 사운드를 추구하는 유저라면 기본 세팅인 리니어가 아닌 +2dB 터미널에 연결해도 좋을 듯하다. 반면 저역과 중역을 끊어주는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80Hz, 아주 낮지도 높지도 않은 미드레인지의 범위다. 113.5cm의 높이, 내부 보강목 처리된 인클로저는 알루미늄 크로스 빔에 부양되며, 높이 조절이 가능한 견고한 메탈 재질 스파이크가 포함되어 있고, 교체 가능한 메탈 혹은 고무발은 모든 마루에서 최적의 안정감을 확보해준다.
엘레멘타 300 북셀프 스피커는 톨보이 모델처럼 스파이크나 고무발의 역할이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스크래치 없이 안정적인 포지셔닝이 가능한 고무발이 달려 있다. 심지어 하이퀄러티 금도금 및 캡슐형 바이와이어링 단자와 뒷면에 고급스럽게 디자인된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보인다. 역시나 개별적인 사용을 고려한 설계다. 엘레멘타 300의 소프트 돔 트위터와 미드·베이스 드라이버가 조합되어 있는데, 미드·베이스는 하이파이 북셀프 스피커로는 이상적인 콘 직경인 6.5인치, 소위 육반이다.
지금까지의 스펙을 놓고 볼 때 독일 음향 작명소가 선택한 엘레멘타가 뜻하는 바는 좀더 분명해진다. 그간 헤코 기술진이 확보한 여러 검증된 스탠더드 기술들을 꼼꼼히 투입했다는 의미. 즉, 하이 피델리티 음향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의 집합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리라. 엘리멘트의 어의(語義)는 형용사에선 ‘광포한, 자연력’ 등으로 뜻이 확장된다. 음향 영역에서 능수능란하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하긴, 요즘 헤코 스피커는 뭔가 뜨거운 열기가 감지된다. 필자가 아는 한 5년 전과는 그 음악성에 있어서 일취월장하였다.
음악과 영화 사운드를 들어본다. 시청실에는 엘레멘타 700 톨보이만 준비되어 있는 관계로 멀티채널 AV 리시버에선 다른 스피커(자비안 델리지아 C 5채널 세트)와 함께 프런트로 사용하였고, 하이파이 앰프로는 스테레오 구성으로 청음했다.
사실, 사전 정보를 알고 듣는 것엔 청음자의 선입견이 작용할 수 있다. 어떤 기대치 없이 무의 상태에서 귀로만 판단하는 것이 좀더 흥미로울지 모르겠지만…. 선(先) 자료 검토, 후(後) 청음한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엘레멘타 700 세트에 대한 모종의 상(像)을 가지고 들어보았다. 오리엔테이션을 거쳤음에도 청음은 꽤 유쾌했다. 요즘 헤코는 물이 올랐다. 다작(多作)이면서 그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논할 수 있다. 매킨토시 MA-8000 인티앰프와 덴센 B-410XS CD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한 조수미의 <Bel Canto> CD 1번 트랙 ‘Semiramide-Bel Raggio Lusinghier(희망과 환희의)’에선 벨칸토 창법의 진수가 펼쳐진다. 이 고음부의 짜릿한 광채와 윤기는 성악 애호가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조수미의 가창을 듣노라니 카라얀이 ‘조수미의 목소리는 신이 내려준 최상의 선물이다’라는 찬사가 결코 과찬이 아니었음을 절감한다. 종목을 바꾸어서 데논 AV 리시버 AVR-X4300H, 파이오니아 BDP-X300 유니버설 플레이어와 7채널 서라운드 구성으로 영화 타이틀 <헤어스프레이>를 재생해 보았다. 잊을 수 없는 인트로 곡 굿모닝 볼티모어는 8년 전의 감동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어쩐지 밀도 높은 음색은 올 밀폐형의 시네마 울트라 THX 세트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도 엘레멘타 시리즈와 시네마 울트라 THX 세트의 개발자가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라면 동종의 무광 새틴 마감 레트로풍 헤코 다이렉트 드라이클랑이나 다이렉트와 함께 구성하여 개성파 홈시어터 세트를 시도해보고 싶다. 보컬, 성악 애호가나 홈시어터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2017년도의 수작(秀作)이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Elementa 700
가격 30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미드레인지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25Hz-45k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2dB/W/m 파워 핸들링 300W(최대) 크기(WHD) 31×113.5×37cm 무게 25.5kg
Elementa 300
가격 12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2Hz-45k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0dB/W/m 파워 핸들링 150W(최대) 크기(WHD) 22.6×36.8×32.5cm 무게 7.5kg
Elementa Center 30
가격 70만원 구성 2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3.3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33Hz-45k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0dB/W/m 파워 핸들링 170W(최대) 크기(WHD) 51×17.8×29.6cm 무게 8.5kg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