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심플 이즈 베스트, 참 좋은 말이다. 세상사 이치도 결국은 마찬가지다. 말 잘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경우도 드물고, 학식 많은 사람이 실질적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경우도 드물다. 우직하고 언변도 좋지 않은 사람이 자선 사업은 더 잘한다는 말도 사실인 것 같다. 이 꼬맹이 앰프를 통해서 그런 세상사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된다. 이 자그마한 앰프는 두 덩어리 모노블록 파워 앰프가 정답처럼 되어 있는 세상에서 ‘이런 미니멀 앰프로도 좋은 소리가 납니다. 복잡하게 굴지 맙시다.’ 라고 얘기하는 사람인 셈이다. 스몰 이즈 뷰티풀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체 어떤 사람이 이런 작은 크기의 진공관 앰프를 만들려고 했을까.
이 기종은 프리앰프와 파워 앰프 기능을 한 몸체에 담고 있는 인티앰프 기종인데, 소형 진공관 2알을 투입하고 있으므로 본격 진공관 앰프는 아니고 하이브리드 앰프가 정식 명칭이다. 투입된 진공관은 6N1이라는 것으로, 국내에서도 한 개당 2만원대에 팔고 있는데, 프리앰프의 초단관에 주로 쓰이며 이 진공관을 사용한 기기도 많다. 유명 CD 플레이어에서도 채용해서 널리 알려졌다. 본 기의 출력은 채널당 30W. 입력은 RCA 2조가 있으며, 명칭에 B가 있다시피 블루투스 기능도 들어 있다.
사진으로만 보면 보통 사이즈의 제품 같지만 그게 아니다. 한 뼘 정도인 가로 17cm, 세로 23cm에 불과하고, 여차하면 파카 주머니에 넣어도 될 크기이니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초미니 사이즈의 제품이다. 이보다 더 작은 사이즈의 인티앰프란 희귀할 것이다. 그러나 무게는 7kg이라 제법 나간다.
이런 깜찍할 만큼 영리한 제품을 만든 곳은 영국에 기지를 두고 제품 개발을 하는 미스트랄이라는 곳으로, 창립 연도가 1990년이니 꽤 연륜이 깊다. 앰프 외에도 스피커 등도 만들고 있는데, 본 기의 성능은 홍보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제법 입소문이 나 있는 편이고, 신제품은 아니며 이미 몇 해 전에 출시되어 검증이 완료된 DT-307A에 블루투스 기능을 접목시킨 것이다. 그 첫 제품을 들어 보고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 가격에도 감동했다.
턴테이블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망의 대상인 기종이 전자랜드에 나와 있기에 구경했다. 중고 물건이지만 판매가가 3천5백만원이었다. 전 사용자가 2년쯤 쓰다가 내놨다고 한다. 오디오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만족의 완성이 없는 세계인 것이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떴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턴테이블을 한 번 써 보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을지 추천해 주세요. 그 질문에 2개의 답변이 떴다. 100만원대의 턴테이블, 10만원대의 MM 카트리지를 먼저 구입, 그 다음에는 비싸지만 당연히 MC 카트리지를 장만하게 될 겁니다. 톤 암도 괜찮은 것을 써야 합니다. 포노 앰프도 좋아야 하구요. 지당하고 상식적인 답변이었다. 그런데 또 한 분의 답변은 달랐다. 중고 시장에 보면 5만원 미만의 국산 턴테이블도 많습니다. 또 카트리지도 몇 만원 정도로 구입해서 1년 정도 들어 보십시오. 그런 다음에도 턴테이블 사용이 마음에 든다면 그때 다시 질문해 주세요. 그리고 MC 바늘 같은 것은 애들이나 쓰는 것이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무시해 버리세요. 그 답변을 한 분은 아마추어가 아니고 인터넷상에서 고수로 알려져 있는 해외 거주 전문가이다. 몇 해 전 사용하던 턴테이블을 손보려고 국내 유수의 장인에게 맡겼다가 찾으러 갔을 때의 일이다. 달려 있던 카트리지는 테스트용으로 붙여 보낸 10여 만원대의 MM 제품이었다. 잡담을 나누다가 괜찮은 가격대의 MC 카트리지를 하나 추천해 달라고 한 즉 그 분은 정색하고 말했다. 수백만원짜리 MC든 뭐든 이것보다 5% 정도 나을 뿐이니 그냥 그대로 쓰십시오. 본 시청기를 보고 듣노라니 불현듯 위와 같은 소견들이 줄지어 떠오른다.
숱한 오디오 제품을 만나다 보면 경악할 만한 기종들이 가끔씩 의표를 찌르듯 등장한다. 본 시청기도 그런 것이다. 비싸고 호화롭다면 경악할 이유가 없다. 지당한 것이다. 그런데 1년에 몇 번쯤은 꼭 그런 충격을 주는 제품이 등장한다. 저가품은 무조건 입문기라는 사고방식에 굳어져 있는 것이 오디오쟁이들의 현실이지만, 이런 제품을 보면 욕심이 난다. 다 치워 버리고 책상 위에 이런 제품을 놔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신문을 읽어가면서 그냥 음악을 듣고 싶다. 전문가가 될수록 마치 음악을 연구 분석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음악은 결코 그런 대상이 아니다. 그냥 잠시 즐기는 것이다. 잠시 감동하면서 즐거워지는 것이다.
처음의 오리지널 DT-307A보다도 뭔가 소리의 생기가 늘어난 느낌이 강한데, 매칭 스피커가 와피데일의 크리스털 4.1로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추가된 블루투스 부문도 완성도가 높고, 소리의 경향은 전체적으로 상쾌하고 음장감이 제법이며 펀치력도 좋다. 질감도 절대 저가 모델 수준이 아니다. 이런 품질로 이 정도 당돌한 소리가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리고 이번 호 시청기 중 와피데일 크리스털 4.1 편에도 소리의 개요를 써 놨는데 참조하시기 바란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55만원 사용 진공관 6N1×2 실효 출력 30W
블루투스 지원(Ver4.0) 주파수 응답 15Hz-25kHz THD 0.1% 이하 S/N비 85dB 이상
베이스 부스트 +6dB 크기(WHD) 17×13×23cm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