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태혁
지난번 eGrado 리뷰 글을 통해 그라도가 가지고 있는 수공예 헤드폰에 대한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과 더불어 변치 않고 전통적으로 이어지는 제품의 디자인을 언급했다. 또한 이런 장인 정신과 더불어 몇 년에 걸쳐 계속해서 연구·개발되어 출시되는 제품에 대한 믿음과 신뢰성, 개발자의 제품에 대한 애정을 통해 동사가 가진 철학도 느낄 수 있었다.
그라도의 헤드폰에 대한 애정은 제품 출시 후 몇 달이 지난 뒤 새롭게 제품이 출시되는 각 브랜드의 헤드폰과는 다르다. 그라도의 새로운 시리즈의 헤드폰을 구입하면서도 지난 시리즈도 소장하는 그라도 마니아층이 두텁고, 실지로 10년이 지난 헤드폰들도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그라도 헤드폰을 사용하는 유저가 헤드폰을 얼마나 아끼고 관리를 잘 했는지를 알 수 있으며, 새롭게 구입하는 유저 또한 그라도가 가진 브랜드 가치와 소리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만난 그라도의 PS500e의 외관은 메탈과 유사해 보이지만 알루미늄 파우더 코팅의 얇은 금속 막으로 처리되어 있는 우드 쳄버이다. 즉, 겉면은 메탈로 보이지만 속은 마호가니 우드로, 하이브리드 형태의 쳄버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스피커의 인클로저에 어떤 소재가 적용되었는가에 따라 소리의 변화가 있듯이 헤드폰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며, 소재에 따라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강렬한 느낌을 남긴다.
이 헤드폰의 헤드 패드는 착용 시 귀를 꽉 덮는 식인 오버 이어라 보기에도, 얹어 있는 구조인 온 이어로 보기에도 어려운 중간 형태의 오픈 이어 헤드폰이라 할 수 있는데, 착용하면 유닛과 귀의 거리가 약 0.5cm 떨어져 있으며, 그릴 망으로 보이는 곳으로 공기가 통하며 소리를 가변시킨다. 외부 공기를 통해 소리가 변하기 때문에 귀에서 유닛까지의 거리와 야외나 밀폐된 공간의 경우에 따라 소리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실지로 선명함과 소리의 깊음을 느끼고 싶다면 밀폐된 공간에서의 청음이 좋겠지만, 항시 음악을 즐기는 유저라면 야외에서 듣는 색다른 느낌 덕에 어느 곳인들 신경 쓰지 않을 듯싶다.
지원하는 주파수 대역폭은 전 모델인 PS500i와 동일하게 14Hz에서 29kHz로 광대역 재생이 가능하며, 임피던스는 32Ω이다. 꽤 굵은 8 전도체 UHPLC 구리 커넥팅 케이블을 사용하며, 효과적으로 신호 전달을 한다.
소리는 동사의 마호가니 인클로저의 맑고 깨끗한 느낌과 더불어 반대의 느낌인 남성 톤의 테너·베이스 같은 진한 여운도 남는다. 강렬한 타격감이나 무거운 저음과는 다른 강한 여운이 남는 진득함이 있다. 특히 팝과 재즈의 부드러움과 신랄함을 살리고, 감정과 중·고역의 피크가 강해질수록 헤드폰에서 지원하는 사운드에서 또한 강렬함을 느낄 수 있다. 이는 또렷하고 선명함이 드러나는 해상력이 좋은 헤드폰과는 다른 PS500e만의 매력으로, 마치 감정이 깃들어 있는 느낌이다. 혹여 고효율의 디바이스를 함께 출력한다면 탄력적인 선명함과 깊은 저음, 호소력 짙은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는 감성에 충만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음악을 듣는 데 있어서 선명함과 해상력이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기기를 경험해 본 오디오파일이 납득할 수 하이엔드 오디오 기기나 고가의 헤드폰의 경우 선명함과 해상력 등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고 밸런스가 맞으며, 오롯이 그 기기만의 사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그 점이 하이엔드 기기를 납득할 수 있는 이유이다. 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그라도 PS500e는 1984년에 데뷔한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김광석의 목소리에 담긴 깊고 진한 여운과 호소력을 만끽할 수 있었거니와 인생의 참 의미를 주는 감동적인 음악들에 더한 깊이감도 주었다. 내가 음악을 음악답게 즐기고 느낄 수 있었던 헤드폰이라고 생각한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가격 65만원 임피던스 32Ω 음압 99.8dB 주파수 응답 14Hz-29kHz
<월간 오디오 2017년 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