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현재 헤드폰 시장이 뜨겁다. 과거 5~60만원대라고 하면 하이엔드로 취급하더니, 어느새 훌쩍 100만원을 넘어서야 대접받는 상황이 되었다. 최근에는 포칼에서 플래그십 유토피아를 내면서 이제 500만원대 제품도 시장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워낙 유토피아야 유토피아로 그칠 정도로 손을 댈 수 없는 모델이지만, 지난번 우연히 듣고는 완전히 녹아웃이 되고 말았다. 그 대안으로 뭔가가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번에 데논에서 내놓은 AH-D7200을 만나게 되었다. 데논하면, 일단 AVR이라던가 정통적인 하이파이 쪽이 강하고 또 방송용 기재도 다수 만들고 있으므로, 일단 믿음이 간다. 특히, 스튜디오나 방송용 헤드폰으로 쌓아온 동사의 기술이 있지 않은가?
사실 100만원~200만원대의 헤드폰 시장은 지금 치열한 격전장이다. 본 기를 비롯해 일본만 해도 경쟁자가 많고, 거기에 유럽의 숱한 브랜드까지 생각하면 골치가 아플 정도다. 그런데 본 기는 딱 100만원을 넘어섰지만, 실제 능력은 200만원대 제품에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옳거니. 가성비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또 7200이라는 형번에서 알 수 있듯, 처음에는 7000, 그 후 7100을 거쳐 본 기에 이르고 있다. 마치 니콘에서 내놓은 D7000, D7100, 그리고 D7200에 이르는 모델명을 연상케 하는데, 니콘의 7000 시리즈가 갖고 있는 높은 가성비 그대로 데논의 제품에서도 실현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쪽은 카메라, 한쪽은 헤드폰이라는 점만 다를 뿐이다.
우선 핵심이 되는 드라이버를 보자. 최첨단 소재가 투입된 점이 눈에 띈다. 나노 파이버 계통으로, 강도와 무게 면에서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다. 정확한 피스톤 운동을 보장하며, 일체의 분할 진동이나 왜곡을 피하고 있다. 50mm의 구경으로 상당한 광대역을 커버하고 있다. 무려 5Hz-55kHz! 이 정도 스펙을 진짜 스피커에서 실현하려면 대체 뭘 어떻게 하란 말인가?
스피커에서 인클로저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헤드폰에서는 이어 컵(Ear Cup)이다. 100% 자연산 원목, 그것도 월넛을 동원해서 만들었다. 댐핑력이 우수하고, 원치 않는 진동을 확실히 제거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보기에도 고급스럽고 또 멋지다. 아무리 오랜 기간 사용해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과 감촉을 자랑한다.
케이블도 특 A급 소재가 동원되었다. 무려 7N에 해당하는 동선을 투입한 것이다. 오디오에서 케이블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특히 헤드폰에서 이런 고급 선재의 존재는 두말하면 잔소리. 거기에 플러그에도 정교한 머신 컷이 이뤄져, 어떤 단자에도 정확하게 밀착이 된다. 또 케이블 자체는 헤드폰과 밀착되는 부분은 3.5mm 사양 두 개가 제공된다. 그리고 헤드폰 앰프와 연결되는 것은 6.3mm 사양이다. 다시 말해 헤드폰의 좌우 채널이 완전히 분리되어 음성 신호가 전달된다는 것이다.
한편 착용감에 대해서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귀에 닿는 부분도 중요하지만, 헤드 밴드의 역할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일단 알루미늄을 다이캐스트한 소재를 투입했고, 머리에 닿는 부분은 양가죽을 덧대어 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헤드폰 자체가 385g이나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이 묵직한 감촉을 되도록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착용감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로 나무랄 데가 없다. 과연 오랜 기간 헤드폰을 만들어온 관록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케인의 iDAC-6 및 iHA-6 콤비로 음을 들었다. 첫 곡은 돈 맥클린의 ‘Vincent’. 오랜만에 듣는데, 명징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포근하면서 사색적인 보컬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세심한 부분까지 일체 놓치는 부분이 없어서, 스튜디오의 마스터 룸에 들어와 듣는 기분이다. 배후에 흐르는 스트링이 짙게 깔리면서 더욱 운치가 풍부해진다.
이어서 수지 쿼트로의 ‘Stumblin' In’. 과거 고교 시절에 자주 듣던 곡인데, 오랜만에 제대로 들었다. 메인 보컬은 스모키 출신의 크리스 노먼. 다소 거칠고 허스키한 음성이 무척 매력적이다. 여기에 수지의 백업이 더해지면서, 절로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눈을 감고 듣고 있으면, 아련한 70년대의 추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마지막으로 피오나 애플의 ‘Across The Universe’. 두 대의 드럼이 정신없이 두드리고, 진한 신디 음향이 전면을 장악한 가운데, 차분하게 애플이 노래한다. 마치 세상이 다 무너지고, 전쟁으로 황폐해져도 나와는 상관이 없다는 투로. 그런 무심한 마음이 절실히 전달이 된다. 일단 음악의 코어, 그 느낌이 정확하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본 기의 장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어필된다.
수입원 D&M코리아 (02)715-9041 가격 115만원 유닛 크기 50mm 유닛 타입 다이내믹 임피던스 25Ω 음압 105dB 주파수 응답 5Hz-55kHz 무게 385g
<월간 오디오 2017년 3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