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nic T-1500 MK2 세계적 베스트셀러의 7년만에 대대적 손질
한은혜 2017-05-15 17:53:18

글 김편

 


대한민국 오디오 메이커 올닉(Allnic)이 인티앰프 T-1500 MK2를 내놓았다. 오리지널 T-1500 이후 7년만,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를 업그레이드한 T-1500 ST 이후 2년만이다. 직열 3극관 300B를 싱글 구동한 T-1500은 광대역과 딥 베이스 재생으로 미국의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지 스테레오파일의 ‘2012 추천기기 목록’에서 당당히 인티앰프 부문 A클래스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 이후 T-1500과 T-1500 ST는 300B의 청아한 음색과 화끈한 구동력을 동시에 원하는 전 세계 오디오파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세계적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 T-1500 ST를 수차례 청음해보고, T-1500의 파워 앰프 버전인 A-1500을 자택에서 애용하는 필자 입장에서 T-1500 MK2는 외관과 소리가 많이 달라졌다. 우선 출력관의 그리드 전압을 조정할 수 있었던 노란색 포텐셔 미터가 사라졌다. 바이어스 방식의 변화가 생겼음이 분명하다. 드라이브관의 배치도 바뀌었다. 2개의 드라이브관이 전작에서는 일렬횡대로 놓여 있었는데, 이번 T-1500 MK2에서는 일렬종대로 바뀌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드라이브관 자체가 바뀌었다. 전작에서는 한 알에 3극관과 5극관이 한꺼번에 들어간 복합관 PCL86 한 알이 각각 초단(3극관)과 드라이브단(5극관) 역할을 했던 데 비해, T-1500 MK2에서는 쌍3극관 6SL7과 6SN7이 각각 초단과 드라이브단 역할을 분담했다.
소리도 달라졌다. 올닉의 300B 싱글 앰프들이 고정 바이어스 방식과 퍼멀로이(Permalloy) 출력 트랜스, 튼실한 전원부로 인해 카랑카랑한 구동력과 광대역 특성을 보였던 반면, T-1500 MK2는 통상적인 진공관 앰프에게서 기대하던 ‘누긋하며 온화한’ 음색이 무엇보다 두드러진다. 전작이 혈기방장한 청년의 앰프라면, 이번 T-1500 MK2는 달랠 줄도 알고 참을 줄도 아는 귀부인의 앰프라 할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올닉의 박강수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물어본 다음에야 T-1500 MK2의 이러한 대대적인 변신의 이유와 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자기 바이어스 방식으로 안정성을 드높이다
이번 T-1500 MK2의 핵심은 기존 올닉이 애용해왔던 고정 바이어스 방식 대신 자기 바이어스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고정 바이어스 방식은 출력관 그리드에 공급되는 - 전압(C 전원)을 전원 트랜스에서 직접 끌어다 쓰는 방식. 이에 비해 자기 바이어스 방식은 출력관 캐소드에 저항을 붙여 저항 양단에 + 전압을 발생시킴으로써 그리드에 상대적으로 - 전압이 걸리게끔 하는 방식이다. 올닉이 그동안 고정 바이어스 방식을 애용해왔던 것은 자기 바이어스 방식이 저항이 붙은 만큼 음질 면에서 불리하고, 별도 전원이 아닌 내부 회로를 이용하는 만큼 구동력 면에서도 처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올닉은 이 지점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음질과 구동력은 이미 올닉의 기술력과 노하우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기 때문에 진공관 보호 및 안정성에 최우선을 둬 자기 바이어스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음질과 구동력은 유지하되 좀더 유저 친화적인 길을 택한 셈이다. 박강수 대표의 말을 직접 들어봤다.
‘고정 바이어스 방식의 경우 출력이 좋고 음도 덜 찌그러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요즘 나오는 300B 품질이 좋지 않아 안정성 면에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T-1500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린 히트상품인데, 만약 장착된 300B 품질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T-1500을 처음 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앰프 불량으로 판단할 게 뻔하다. 그래서 안정성을 위해 자기 바이어스 방식을 도입하는 한편 앞단의 드라이빙 능력을 올려 구동력 또한 놓치지 않았다.’


드라이브관 교체로 구동력을 유지하다
이에 따라 출력관의 드라이빙 방식이 바뀌었다. 전작에 투입됐던 복합관 PCL86 2개 대신, 쌍3극관 6SL7과 6SN7을 각각 1개씩 투입해 각각 초단관과 드라이브관의 임무를 맡겼다. 즉, 6SL7에 들어간 2개의 3극관이 각각 좌우 채널 음악 신호를 초단 증폭하면, 뒤에 있는 6SN7의 2개 3극관이 이를 다시 증폭해 각각 300B를 드라이빙하는 구조다. 필자가 알기로 6SN7은 300B 싱글 앰프에서 초단 및 드라이브관으로 즐겨 채택돼온 쌍3극관. 전압 증폭률이 20으로 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6SL7은 전압 증폭률이 70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렇게 전압 증폭률이 높은 6SL7을 초단관으로 투입한 이유는 인티앰프로서 적정 게인인 35dB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6SN7로 초단과 드라이브단을 구성하면 이 35dB 확보가 아슬아슬해지기 때문이다. 박강수 대표는 여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보통 6SN7을 초단과 드라이브관으로 동시에 쓰는데, 이러면 게인이 부족해진다. 모든 앰프 설계의 기본은 게인 확보다. 게인을 확보하지 못하면 앰프의 성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감도가 높은 스피커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감도가 낮은 스피커라면 앰프의 볼륨을 계속 높여야 한다.’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로 출력관을 마음껏 드라이빙한다
올닉 앰프의 출중한 구동력의 비결 중 하나는 인터스테이지 트랜스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 T-1500 MK2에서도 드라이브관(6SN7)과 출력관(300B) 사이에 하나씩 배치됐다.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는 원래 출력관으로 들어오는 음악 신호에 섞인 직류 성분을 차단하고, 음악 신호인 교류만 넘겨주는 커플링을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음질과 구동력에서도 커플링 커패시터+저항(RC 결합) 조합보다 훨씬 우수하다. 음질을 갉아먹고 에너지를 흡수하는 저항이 빠진 덕분이다. 더욱이 RC 조합은 커패시터 자체의 특성과 용량에 따라서도 주파수 대역과 음색이 변하는 단점이 있다.
좀더 짚고 넘어가자. 출력관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전력을 ‘여진 전력’이라 하는데, 출력관의 그리드를 충분히 장악해야 출력관이 성실히 일을 하고 대역 밸런스가 좋은 음을 만들어낸다. 일반 RC 결합 방식의 출력관에는 보통 250㏀, 심지어 1㏁의 그리드 리크 저항을 쓰는 데 비해 인터스테이지 트랜스의 2차 권선측 DC 저항은 최대 2㏀에 불과하다. 이렇게 앞단의 저항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출력 저하의 주범인 출력관 그리드의 가스 전류(Gas Current) 발생을 막는다는 얘기다. 음의 왜곡 및 출력 저하 등 해악이 한두 가지가 아닌 가스 전류는 출력관의 그리드 리크 저항값이 클수록 잘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원 트랜스를 또 한 번 업그레이드, 만반의 채비를 끝내다
전원부가 충실하지 못하면 애초에 사상누각이다. 그중에서도 진공관 플레이트에 공급되는 B 전원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플레이트에 걸린 고압의 전원이야말로 진공관 증폭의 핵심이고, 증폭된 음악 신호 또한 플레이트를 통해 뒷단 진공관의 그리드나 혹은 출력 트랜스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음악 신호에 따라 이 B 전원의 전압이 마구 흔들린다면? 한마디로 ‘재앙’이다. 올닉의 전원 트랜스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전압 변동률이 1%에 불과, 특유의 단단한 저역과 정밀한 재생이 가능했다. 박강수 대표에 따르면 이번 T-1500 MK2에서는 코어(Core)를 키워 용량을 더욱 키웠다고 한다.
그러면 올닉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는? 니켈 계열 합금인 퍼멀로이는 모든 물질 중에서 자석에 제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즉, 초 투자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퍼멀로이를 코어로 쓰면 1차 코일을 적게 감아도 L값(전자력을 형성하는 능력)이 높게 나온다. 당연한 얘기지만 출력 트랜스의 1차 코일은 적게 감을수록 좋은데, 코일을 많이 감을수록 그만큼 음들이 찌그러지고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닉의 퍼멀로이 출력 트랜스가 이미 완성형이기 때문에 T-1500 MK2에서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이 박강수 대표의 설명. 어떤 스피커를 연결해도 2차 코일이 모두 동원돼 구동력과 저 왜곡을 실현하는 올닉의 전매특허 풀 인게이지먼트 아웃풋 트랜스 방식도 당연히 채택됐다.
이 밖에 T-1500 MK2에는 올닉 자체 제작의 41단 은접점 어테뉴에이터, 출력관과 초단-드라이브관을 투명하게 감싼 폴리카보네이트 침니, 진동 잡음(마이크로포닉 노이즈)을 없애주는 젤 타입 댐퍼 소켓, 각 진공관의 전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커런트 미터, 역학적으로 무게 중심을 정교하게 계산한 손잡이 등 올닉의 온갖 기술력과 디자인이 빠짐없이 투입됐다.

시청
설레는 마음으로 본격 시청에 나섰다. 소스기기는 오포의 BDP-105D, DAC는 올닉의 D-5000 DHT, 스피커는 윌슨 베네시의 스탠드 마운트형 스퀘어 원(Square One)을 동원했다. 스퀘어 원은 스캔스픽의 1인치 특주 소프트 돔 트위터, 윌슨 베네시 자체 제작의 7인치 폴리프로필렌 미드·우퍼를 갖춘 2웨이 모델. 여?

 

<월간 오디오 2017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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