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co Direkt Dreiklang 헤코의 패러다임 시프트, 다이렉트 드라이클랑
한은혜 2017-02-10 18:12:16

글 월간오디오

 


상식을 깨는 인클로저의 형태이기 때문에 외형에 대한 서설이 길어질 것 같다. 사실 이 옆으로 넓은 섀시야말로 드라이클랑(Dreiklang, 독일어로 3화음의 의미)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21세기의 하이파이 오디오 씬에서 하나의 암묵적인 룰이 있다면 음상(Imaging)과 포커싱의 정교화를 위해 스피커의 좌우 폭을 줄이는 것이었다. 또 기왕이면 인클로저에 반사되는 음의 회절파를 고려해서 각진 부분에 모따기 처리를 하거나, 여러 면을 지닌 현대적인 조형물로 완성시키고자 하였다. 요즘엔 전통적인 박스형 스피커를 고수하는 메이커들도 가능하면 측면은 유선형으로 처리한.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네모반듯한 스피커는 소위 클래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곤 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인가? 얼마 전 모 하이엔드 성향의 혼 타입 라우드스피커 브랜드가 옆으로 넓은 배플로 신선한 충격을 준 이후, 이에 질세라 독일 헤코에서도 다이렉트라는 복고풍의 스피커로 패러다임 시프트에 힘을 보탰다. 이 정도라면 찻잔 속의 폭풍이나 한때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헤코는 작심하고 더 거대한 옆트임 스피커를 들고 나왔다. 하이파이 오디오 디자인의 네오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랄까.


그들이 되지도 않는 고집을 피우는 것인가? 이런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드라이클랑(Dreiklang)의 전작인 다이렉트(Direkt)에 대한 전 세계 하이파이 유저로부터의 광범위한 피드백에 기반을 뒀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일례로,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헤코의 레트로풍 다이렉트와 플래그십 콘체르토 그로소의 동시 시연회에서의 설문 결과를 들어 보겠다. 전체 응답자 80% 이상이 복고풍 다이렉트에 대한 관심 때문에 시연회에 참석했다고 답변했다. 사실 주최자는 콘체르토 그로소의 하이엔드적인 자질을 자화자찬하면서 ‘이 평탄하고 그레인 없이 쭉 뻗는 광대역을 보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진행자와 컨슈머 사이엔 인식의 불일치가 있었다. 그들은 빨래판(?) 모양의 스피커에 열광했던 것.
1980년대 하이엔드 오디오의 눈부신 발전은 현실의 땅에 맺은 이상의 열매다. 초저 임피던스로 떨어지는 정전형 스피커를 구동하기 위해 괴력을 지닌 대출력 A클래스 앰프가 등장하고 방탄복의 소재로 사용된 케블라 직물을 이용해서 전례 없는 투명도와 트랜지언트를 확보했다. 드라이버 사이의 상호 공진을 완전히 제어하기 위해 드라이버별로 인클로저가 분리된 스피커가 등장하고, 또 다른 한 편에선 무지향 스피커와 플라즈마 트위터의 신기술이 속속 하이파이 씬을 장식했다. 기술 지상주의의 현실이 포스트 모던하게 바뀐 것인가? 새로움도 반복되면 수구가 되고 뿌리 없이 떠도는 부평초에겐 근원에 대한 향수가 생겨난다. 일종의 정반합이다.


뒤 쪽으로 길게 뺀 스피커가 대종을 이루고 있었는데, 이 형태를 버티컬 축으로 180도 회전시키면 배플 면이 넓은 스피커이면서 적어도 내부에서 작용하는 음향적인 효과는 동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분명 겉으로 풍기는 이미지는 노골적으로 복고적이다. 한 술 더 떠서 헤코는 다이렉트와 드라이클랑에 클래식 스포츠카나 츄리닝이라고 불리는 1970~80년대 트레이닝복의 줄무늬를 전면에 프린팅 해놓았다. 산업 디자이너 틸러는 쿠엔틴 타란티노식 B급의 미학과 왕가위식 낭만적 노스탤지어를 버무려 놓았다. 피셔/가더 제작팀은 이런 형태에 현대적인 리스폰스와 음향 특성을 얻기 위해 상당히 고생을 했다는 후문이다.
인클로저를 보자. 대략 40cm의 베이스 드라이버를 달고 35cm의 깊이에 70cm의 너비는 아무리 무감한 오디오 노장이라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다. 거의 70kg에 달하는 무게가 네 개의 다리로 지탱되고, 이 다리 바닥에는 스파이크나 반구형 고무발을 달 수 있다. 아래의 간단한 청음 소회에서 밝히겠지만 외형만 보고 소리를 상상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드물다. 엔지니어가 아닌 필자의 상상력으론 3중 자석으로 제작한 하프 혼형 컴파운드 돔 트위터와 클리펠 레이저 측정에 기반을 둔 설계 방식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또렷한 고음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총주를 뚫고 청자에 달려드는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소리를 들어보자 이런 경쾌한 음조는 비유하자면 근육질 발레리노의 도약을 연상시킨다. 필자는 드라이클랑의 이런 경쾌함을 생각하다가 문득 헨델의 오라토리오 제3막 중 전주곡인 시바 여왕의 귀환이 떠올려졌다. 아니 바로크 시대의 형식미와 중압감에서 자유로웠던 비발디에 버금가는 또 한 명의 천재 헨델의 모든 음악처럼 시대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그렇다. 노장 피셔와 신진 가더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안정감을 기조로 확실히 새로운 시대를 내포하고 있다. 외형은 지극히 복고적이지만 재생음은 이제까지의 이런 대형 우퍼를 단 스피커에선 상상하기 힘든 발랄한 특성을 보인다. 하여 아늑함은 한여름의 나무 그늘을, 경쾌함은 시바 여왕의 귀환을, 장중하고 웅장하며 철벽같은 스테이징은 통곡의 벽을 떠올리게 한다. 가히 마스터피스의 경지다.


끝으로 매칭과 관련하여 조언을 한다면 스펙상 98dB의 높은 감도에도 불구하고 실제 측정 결과는 95dB을 보였다는 것, 또한 해외 베테랑 테스터들 역시 모노블록 앰프에 연결하여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를 기억해두길 바란다. 필자는 150W 출력의 마그낫 RV3 인티앰프를 사용했다. 제작자는 이렇게 말한다. ‘드라이클랑은 기본적으로 고감도 스피커로서 클래식 앰프들에서는 내추럴한 사운드를, 현대 고출력 앰프에서는 고도로 다이내믹한 특성을 얻을 수 있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380만원   구성 3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38.1cm, 미드레인지 20.3cm, 트위터 3cm
재생주파수대역 19Hz-30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00Hz, 3100Hz   임피던스 4-8Ω   출력음압레벨 98dB
파워 핸들링 350, 600W(최대)   크기(WHD) 70×115×35cm    무게 68.4kg

 

<월간 오디오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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