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이번에 만난 시스템 오디오의 신작은 여러모로 눈길을 끈다. 우선 시스템 오디오로 말하면, 벌써 30년이 넘게 스피커 제조 외길을 걸어온 덴마크의 메이커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말이 30년이지, 강산이 변해도 이미 세 번이나 변했을 터이다. 그런데 스피커 왕국 덴마크 출신이긴 하지만, 가격표가 너무나 착하고 나름대로 독자적인 음향 이론을 갖춘 부분이 특기할 만하다.
일례로 스피커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드라이버, 그중에서도 진동판에 대해 알아보자. 동사는 작고, 가벼운 것을 선호한다. 크고 무거워야 저역이 잘 나오고, 음이 진득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겐 의아하게 다가올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작고 가벼워야 빠르게 움직일 수 있고, 디테일 묘사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럼 다이내믹스는? 이를 위해 최대한 진동폭을 넓히고 있다. 한 마디로 타사 진동판보다 앞뒤로 움직이는 거리가 길다.
또 그 소재에 있어서도 나무나 종이와 같은 자연 소재를 선호한다. 그간 여러 복합 물질을 테스트해봤는데, 음악성이라는 면에서 천연 소재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거기에 스피커 자체의 진동이 주는 해악을 잘 알고 있어서, 최대한 이를 억제하는 만듦새를 지향하고 있다. 다폴리토(D'Appolito) 박사의 MTM 이론을 배경으로 한 여러 모델의 생산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아무튼 창업 이래 30년이 넘은 시기에 와서야 우리 곁을 찾아온 만큼, 이 특별한 손님의 신작인 Saxo 1 액티브에 대해 차분히 짚어나가기로 하자. 우선 Saxo는 동사를 대표하는 스피커 시리즈로, 1, 10, 30 등의 모델들이 있다. 액티브 타입으로는 1과 5가 있는 바, 아무래도 사이즈가 작고, 가격도 저렴한 1 액티브가 이번에 먼저 런칭된 것 같다.
우선 외관을 보면 일반 스피커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트위터부를 보면 안으로 움푹 파인 가운데 고역 유닛이 자리하고 있다. 즉, 일종의 혼과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동사는 이를 DXT 어쿠스틱 렌즈라고 부른다. 당연히 직진성과 확산성이 좋아진다. 액티브 타입인 만큼, 50W의 출력을 내는 클래스D 방식의 파워가 내장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본 기가 커버하는 주파수 대역은 60Hz-25kHz다. BGM용으로 듣기엔 적합하지만, 뭔가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서브우퍼 단자를 제공하고 있다. 시중에는 다양한 가격대의 서브우퍼가 있는 만큼, 예산을 잘 배분해서 들인다면 본격적인 2.1채널을 꾸밀 수 있다. 이럴 경우, 상당한 광대역을 노려볼 만하다.
한편 와이어리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점도 반갑다. 즉,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전자 기기에 내장된 음원을 블루투스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양한 입력단도 빼놓을 수 없다. 디지털 쪽으로는 두 개의 옵티컬이 제공되고, 3.5mm짜리 Aux도 있다. 게다가 아날로그 입력단으로 RCA가 장착되어 있다. 여러모로 확장성과 편의성이 돋보이는 입력단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본 기를 일단 데스크 파이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재생되는 음의 고품위함을 생각하면 이 자체로 하이파이용으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다. 나중에 서브우퍼까지 추가한다면 영화 감상까지도 포괄할 수 있다. 아주 흥미로운 제품이다.
참고로 시스템 오디오의 제품을 사용하는 분들 중엔 일반 음악, 영화 팬들도 많지만, 의외로 레코딩 스튜디오, TV 방송국, 전문적인 뮤지션 등도 선호하고 있다. 말하자면 하이파이와 프로 모두를 포획하는 폭넓은 쓰임새를 갖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음을 들어보고, 성능을 테스트하고, 가격을 알아본 결과, 적극적으로 추천해도 좋다는 결론을 얻었다. 사실 스피커 단품이 아니라, 앰프와 DAC 등을 내장한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보면, 이런 고품위한 음의 재생은 특필할 만하다. 사면 이득이라 말하고 싶다.
첫 곡으로 들은 치메르만 연주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일단 오케스트라의 재현에 그리 힘들어 하지 않는다. 현의 비단결 같은 감촉은 매우 인상적이다. 거기에 피아노가 등장하면, 그 강약의 조절, 장단의 조화 등이 세밀하게 표현되면서, 아름답게 다가온다. 이런 우아함. 과연 유럽산이구나 탄복하게 된다.
이어서 더스티 스프링필드의 ‘The Look of Love’. 은은하고 신비한 보컬의 매력이 십분 발휘되는 가운데, 왼편엔 드럼과 기타 등의 캄보가 오른편에 화려한 스트링스가 펼쳐진다. 서로 대비되면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데, 그 중앙에 우뚝 선 더스티의 존재감이라니!
마지막으로 트래픽의 ‘Pearly Queen’. 사실 깜짝 놀랐다. 60년대 말, 이른바 클래식 록의 마성과 거친 맛이 듬뿍 표현된다. 이런 트랙이 너무 세련되면 맛이 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야성미를 잃지 않은 재생음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본 기보다 상급인 5 액티브도 듣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수입원 (주)소리샵 (02)3272-8584 가격 79만원 실효 출력 50W, 클래스D 블루투스 Ver4.0(apt-X) 디지털 입력 Optical×2 아날로그 입력 Aux(3.5mm)×1, RCA×1 재생주파수대역 60Hz-25kHz(±3dB) 임피던스 4-8Ω 파워 핸들링 120W 크기(WHD) 13×26×20cm
<월간 오디오 2016년 10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