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현재 리본 트위터를 사용하고 있는 스피커는 사실상 3가지로 분화가 되어 있다. 스위스의 피에가, 덴마크의 달리, 그리고 독일의 엘락인데, 이들은 리본의 형태가 조금씩 다르며 따라서 소리도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 그중에서도 달리의 소리는 아마 가장 화사하며 잘 익은 미국제 와인의 맛과도 유사하다.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만, 다소 미려하며 그다지 까다롭지 않고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도 친근감이 있는 맛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소리 취향과도 닮았으며 무색무취를 순수한 소리라고 한다면 달리의 소리는 가벼운 인스턴트 커피와도 가까운 약간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있다.
육식을 하는 민족, 일본처럼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민족, 김치처럼 진한 양념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각기 입맛뿐 아니라 귀맛도 당연히 다르다. 일본 사람들이 최고로 치는 오디오 기기가 무조건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우리 오디오 세계의 풍토가 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제는 조금씩 한국 민족의 취향에 맞는, 자신의 귀맛을 찾아서 당당히 그것을 주장하는 풍토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달리는 처음부터 리본형 스피커를 만들어 온 것이 아니다. 90년대까지도 대형기, 플래그십 모델에도 리본이 없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후반부터 리본 트위터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시작했고, 전 모델에 리본이 들어갔는데, 돌연 다시 리본 트위터가 없는 일반적인 소프트 돔 타입 트위터만을 사용한 제품을 곁들여 내놨다. 본 젠서 시리즈가 그 신호탄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한 가지다. 리본 트위터는 사실 제조 단가가 비싸고 강도도 좀 떨어진다. 그래서 일거양득으로, 가격도 낮추고 수명도 늘리면서 소리의 효과는 비슷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대로 만들어냈다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것이 이유가 아니다. 이유는 홈시어터에서 필요한 강력한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라는데, 다소 여성적인 리본보다는 일반적인 돔 트위터가 더 그런 사운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달리의 리본 소리는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목적이 성취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리본 트위터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어려우니 달리의 기술력의 개가라고도 할 수 있겠다.
리본 트위터 외에도 달리의 또 다른 자랑은 특이한 베이스 드라이버의 모양새다. 목질 섬유와 제지용 펄프로 만든 와인 컬러의 접시 모양 다이어프램(진동판)은 스피커 그릴을 부착하기 싫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더 우아해 보이고 미려한데다가 색상이 마치 익어가는 와인의 향취까지 풍겨 쳐다보기만 해도 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심미감마저 고려하고 있는 달리의 제작진이 새삼 감탄스럽다.
이 젠서 시리즈에는 피코, 1, 3 등의 소형 북셀프 스피커도 있으며, 시청기 위로는 대형기인 7도 있다. 그밖에 센터 스피커도 구비되어 있어서 AV 대응에 최적이다. 그리고 본 시청기의 유닛 구성이 2웨이 3스피커로 구성되어 있으며 덕트가 전면으로 구성되어 있어 저음에서 강점을 보여 준다. 이 점이 서브우퍼 없이도 웬만큼 AV 대응이 가능한 이유다. 또한 제조사의 설명으로는 깊고 정밀한 저역과 적극적인 중역으로 사운드가 강화되어 있다고 하니 이 또한 이 기종의 매력이겠다.
이 시청기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고 한다면, 영국의 세계적인 오디오 전문지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 소개되어 있다. 나는 일본보다는 미국이나 영국의 평가가 더 믿을 수 있다는 쪽에 손을 든다. 일본에서는 최고의 TV에 소니를 선정하지만 그 전문지에서는 삼성의 TV를 1위로 꼽고 있다(2015년도). 또한 시청기는 동사의 상위 기종인 파존 F5와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와 있다.
이 아름다운 스피커를 이번 호 시청기인 제트 오디오의 인티앰프(싱글 18W)와 마란츠의 CD 플레이어와 연결했다. ‘예쁘다!’ 라는 것이 첫 반응. 탐미적, 깨끗함, 매끈함 같은 표현과 그러면서도 마시려고 손에 쥔 음료수의 페트병이 부르르 떨리는 강력함이 있다. 이 가격대에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제품이다.
수입원 소비코AV (02)525-0704 가격 99만원 구성 2웨이 3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3.3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3Hz-26.5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4kHz 임피던스 6Ω 출력음압레벨 88dB/2.83V/m
크기(WHD) 16.2×84×25.3cm 무게 10.3kg
<월간 오디오 2016년 10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