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최근 새롭게 등장한 탄노이의 이클립스는 탄노이 홈시어터 스피커의 면모를 일신하면서 새 제품들로 시리즈를 채웠다. 현재 이 시리즈에는 1, 2, 3과 미니, 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시청기는 그중 맨 상위 기종이다.
탄노이는 종전의 이름을 단종시키고 새 시리즈 명칭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름을 유지하면서 조금씩 개량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이 이클립스 역시 그러하다. 이렇게 한다는 것은 산업계에서 흔한 일이 아니다. 승용차에서도 아마 미국이나 독일 일부 제품에서나 그러한 전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엔트리 모델이기 때문에 가격도 대범하며 만듦새가 호화롭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의 대표격인 이클립스 3은 금년 상반기 오디오 쇼를 통해 발표되면서 오디오 전문지들에게서 가격을 뛰어넘는 뛰어난 제품으로 꼽혀 별 다섯 개의 호평을 받았다. 한군데뿐이 아니다. 여러 전문지의 평가가 있다. 물론 평가는 가격대별로 이뤄지지만, 우리가 몇 년 동안 들어 본 제품 중 가장 재능둥이라는 평가도 있다. 상당히 진기한 경우라 할 만하다. 큰 홀에서도 강력한 음악에 완벽하게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와 있고, 저 예산으로 홈 스테레오를 운영해도 아무 흠결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AV가 등장한 뒤에 영국의 스피커들은 대강 2가지로 색깔이 갈라졌다. 정통 브리티시 사운드라는 전통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쪽과 단연코 지나간 시절의 컬러를 벗어던지고 새 물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쪽이다. 탄노이는 물론 정통을 유지하고 있는 하이엔드 기종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색깔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도 한 방송사의 모니터 스피커로 사용되는가 하면, 어느 호텔에 갔더니 홀과 복도마다 탄노이 제품이 설치되어 있었다. 본격 PA용 제품이 나온 지도 오래된다. 놀라운 변신인 셈인데, 영국제로서는 가히 이색적이다. 마치 한옥과 첨단 유리 빌딩을 같이 짓는 건설사의 경우가 이럴 것이다.
시청기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 포인트는 우선 유닛의 개선이 대표적이다. 새롭게 개발된 1.1인치 폴리에스테르 소프트 돔 트위터가 투입되어 있는데, 이 트위터는 32kHz의 범위까지 대응해 보급기로는 전례가 없는 수준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종래 탄노이 트위터가 고역 상한 주파수대를 50kHz 수준까지 올렸는데 그것을 다시 30kHz 대역으로 줄인 것은 극도로 고역대를 올리면 그것이 오히려 음의 자연스러움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것. 127mm의 미드·우퍼는 코팅이 된 멀티 파이버 펄프 페이퍼 콘을 사용하는데, 이것이 정통 탄노이의 사운드를 유지하고 있는 핵심인 셈이며, 이 쌍둥이 5인치 미드·우퍼 유닛은 보컬에서 자연스러움과 실제감을 주도한다. 이런 유닛 업그레이드에 힘입어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가 이 시청기의 두드러진 특장점이다.
그리고 왜곡을 낮추는 효과도 있는 헤비급 캐비닛도 두드러진다. 특별한 가공을 하지 않았지만 수수하면서도 은근한 아름다움이 있다. 블랙 오크 마감이다. 또한 금도금 케이블 단자와 함께 정밀하게 조정된 크로스오버도 개선의 포인트.
탄노이에서는 이클립스가 경쟁사의 이런 정도의 가격대 제품들을 압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만듦새보다는 소리의 질에 있을 것이다. 발표 당시 이 시리즈 제품들이 홈시어터뿐 아니라 하이파이 오디오와 PC 오디오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있기도 하다.
탄노이는 1926년 런던에서 창립되어 듀얼 콘센트릭이라는 동축형 스피커 유닛을 개발했고 이를 사용해 제작된 프리미엄 스피커들을 잇달아 히트시키면서 명품으로 자리 잡은 영국의 오디오 스피커 전문 브랜드다. 사전에서도 탄노이가 ‘PA 음향 시스템이나 음성 및 음악 전달용 오디오 제품’이라고 포괄적인 고유 명사처럼 소개되어 있을 정도로 역사와 전통이 깊은 스피커 브랜드이기도 하다. 그랬던 탄노이가 대형기 위주에서 벗어나 PA나 스튜디오용 스피커도 활발하게 제작하고, 또한 소형기, 중형기를 막론하고 새로운 물갈이를 시작한 것이 30여 년째. 지금은 오히려 중·소형기 부문에서 명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통의 노포일망정 자만하지 않고 항상 뭔가 연구 개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감동이 인다. 영국제의 분위기인 검소한 가격과 튀지 않는 만듦새 속에서 소리의 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며, 이 제품은 그동안 쌓아 온 노포의 명성과 성실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본 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신세시스의 로마 27AC 진공관 인티앰프(25W 출력), 마란츠의 SACD 플레이어 SA-14S1 SE와 매칭했다. 소리가 울리자 왜 이 기종이 오디오 전문지에서 별 다섯 개를 휩쓸었는지 금방 알게 된다. 해상력과 입체감이 뛰어나고 매끈하면서도 현 독주는 진하면서 깊은 끈기를 재현한다. 보컬도 뛰어나다. 비발디 사계 중 봄은 초봄의 햇살처럼 눈부시기 짝이 없다. 외모와 가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탄노이의 작은 명품이라 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감도가 다소 높아 앰프 대응력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89만원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2.7cm 페이퍼 콘, 트위터 2.8cm 폴리에스테르 돔 재생주파수대역 38Hz-32kHz(-6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2k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90dB/2.83V/m 권장 앰프 출력 15-120W 파워 핸들링 60W, 240W(최대) 크기(WHD) 26.9×95.9×28.7cm 무게 12.1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