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영국 남부에서 태동, 이제 1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Q 어쿠스틱스에 대한 세계 각처의 반응이 흥미롭다. 아직 생소한 이 업체는 제품군도 얼마 되지 않고, 고가의 하이엔드도 아닌데 각 전문지에서 다투어 가며 별 다섯 개를 매겼다. 국내나 아시아권에는 아직 잘 알려진 수준이 아닌 터라 그런 소문만 듣다가 비로소 시청기를 대면한다.
아름답다. 오랜만에 이런 제품을 만난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칼 하인즈 핑크가 디자인한 제품인데, 디자인에서부터 정통적인 스피커에게서 벗어나고자 아이디어를 잘 냈다. 아마 이 제작사의 제품들은 공통적으로 인클로저에서 지금 세계의 호평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것 같다. 보통의 목재 인클로저가 아니고 특수 합성수지 재질로 마감이 되어 있는데,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색상을 좀더 심플하고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스피커의 모서리를 우아하게 곡선으로 라운드 처리해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우아하고 심플하게 제작했다. 또한 유닛의 디자인은 물론 테두리나 덕트의 디자인까지도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에 잘 어울리도록 맞춰져 있다. 본 시청기뿐 아니라 이 제작사의 톨보이 스피커도 우아하고 현대적인 가정 환경에 부담스럽지 않게 잘 어울린다. 거기에 가격까지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만약 음질 이전에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분위기에서 스피커를 구입한다면 이와 같은 장점들은 Q 어쿠스틱스를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오디오 제품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뛰어난 제품이라고 화제를 모았어도 몇 년 뒤에 보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 반면 단종되었다고 생각한 제품이 소량이나마 꾸준히 이어 가고 있는 경우도 있어서 감동하기도 한다.
이 제작사는 스피커의 성능 개선은 고가의 유닛을 사용하는 것보다도 인클로저 내부에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해 온 터인데, 사실 나쁜 유닛이라는 것은 없고 고가의 유닛이나 저가의 유닛이나 그 차이는 미미한 것이며, 스피커의 수준은 거의 인클로저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나무는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하는 자연적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피커는 당연히 목재로 통을 짜게 된다. 이것이 단순하면서도 어렵다. 이 시청기는 나무(MDF)??를 사용하면서도 캐비닛 진동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중 캐비닛과 이를 연결하기 위한 특수 물질을 사용하는 특이한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
Q 어쿠스틱스의 설계자는 새로운 캐비닛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 본 신제품을 내놨는데, 그 기술의 기본은 캐비닛 내부에 또 다른 캐비닛이라는 것이다. 내부 단면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인클로저가 내측과 외측 셸로 이루어진 2중 구조로 나누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얼마만 한 크기이며 구조인지는 완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더 많은 노하우가 여기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겔코어(Gelcore)라는 특수 물질을 개발해서 인클로저의 내측 및 외측 셸에 맞닿는 부위에 두껍게 도포하고 있는데, 이 역시 단순히 접착제 같은 것이 아니다. 겔코어는 특별한 공진 방지 화합물로, 유닛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흡수하고 열로 변환해 분산시켜 진동의 양을 최소한으로 조절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겔코어가 이런 다소 복잡한 역할을 수행하는 비 경화 접착제로 소개되고 있는데, 스피커는 가히 접착제 덩어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런 이론을 수긍할 것이다. 전면 배플에도 진동을 제어하기 위한 그들의 노하우가 깃들어 있다. 이중의 층과 같은 목적을 가지기 위해 알루미늄 배플판이 부틸 고무 시트 클램프로 고정되어 있다.

이 스피커에 사용된 유닛은, 카본 파이버와 세라믹 코팅 페이퍼 재질을 혼합한 콘을 사용하는 125mm 미드·베이스 드라이버와 페로플루이드 냉각, 고급 다층 콘 소재를 사용하는 25mm의 소프트 돔 타입 트위터이다. 이 유닛들은 특주한 것으로, 대형 마그넷이 들어가 있고, 낮은 왜곡, 넓은 다이내믹, 빠른 과도 응답 특성이 있다.
그 외에도 스탠드가 인상적인데, 별첨이지만 아마 이 정도로 아름답고 완벽한 스탠드를 보기란 힘들 것이다. 자체적으로 튜닝을 한 것으로 소개되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스탠드가 욕심나서 스피커를 구입한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
본 기를 다레드 DR-100이라는 미니 앰프(출력 25W)로 울려 본다(이번 호 매칭 시스템 리뷰기 참조). 시청기는 감도가 6Ω에 86dB로 굉장히 낮다. 과연 소리가 울려질 것인지 우려했으나, 소리가 더 한층 잘게 부서지며 온화하고 우미해진다. 고품위한 소리의 수준이다. 비발디 사계 중 봄 서주는 가슴을 아릿하게 해 주는 고향의 봄 내음과도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선명하다. 예사 제품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이런 가격대라니…. 또 하나 브리티시 사운드의 개선이다. 분명하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가격 8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2.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64Hz-22kHz 크로스오버 주파수 2.9kHz 임피던스 6Ω, 4Ω(최소) 출력음압레벨 86dB 권장 앰프 출력 25-75W 크기(WHD) 17×26.5×28.2cm 무게 12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