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현모
이번에 시청한 아리아 926 스피커는 프랑스 스피커 업체인 포칼의 제품이다. 포칼은 1970년대 말 엔지니어 출신 자크 마욜이 ‘The Spirit of Sound’라는 목표로 프랑스 공업 도시 생테티엔에서 설립했는데, 포칼의 스피커는 홈 하이파이나 홈시어터는 물론 카 오디오나 프로용 기기 분야에서도 매우 유명하다. 그리고 포칼이라는 브랜드 네임과 함께 쓰였던 JM 랩은 자크 마욜의 이름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인데, 완제품 스피커를 만들어 런칭하면서 브랜드 네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포칼이라는 단일 명칭을 사용해 오고 있다.
포칼의 신제품은 항상 최고의 신기술을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초의 제품에 듀얼 보이스 코일 미드레인지 유닛을 적용했고, 케블라 소재를 진동판에 사용했으며, 역돔형 트위터(1981년), 펄프에 녹인 유리를 섞은 폴리글라스 콘(1988년), 두 장의 유리 섬유가 경질 발포제를 샌드위치 모양으로 감싸는 구조의 W 컴포지트 샌드위치 콘(1995년), 5옥타브에 달하는 음역대를 담당할 수 있는 베릴륨 트위터(2002년), 필드형 자기회로 우퍼(2008년), 한해살이풀의 섬유인 플랙스(Flax)에 유리 섬유를 앞뒤로 입힌 플랙스 샌드위치 콘(2013년) 등 다양한 신기술을 개발해 자사의 스피커에 사용했다.
현재 동사의 하이파이 스피커 제품 라인업을 잠깐 살펴보면, 유토피아 3, 소프라, 엘렉트라 1000 BE 2, 아리아 900, 코러스 700, 이지야 및 서브우퍼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 시청한 포칼 아리아 926은 동사의 중견 라인을 담당하는 아리아 900 시리즈에 속한다. 2013년에 최초 발표된 이 시리즈에는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8.25인치 우퍼 2개를 채용한 아리아 948, 6.5인치 우퍼 3개를 채용한 아리아 936, 6.5인치 우퍼 2개를 채용한 아리아 926이 있고, 북셀프 스피커로 6.5인치 미드·우퍼를 채용한 아리아 906, 5인치 미드·우퍼를 채용한 아리아 905가 있다. 그리고 모두 기존 포칼 스피커처럼 프랑스 현지에서 제조된다.
아리아 926 스피커는 1인치 크기의 알루미늄/마그네슘 재질 TNF 역돔형 트위터와 6.5인치 크기의 플랙스(Flax) 샌드위치 콘 미드레인지, 6.5인치 크기의 플랙스 샌드위치 콘 우퍼 2개를 사용하는 3웨이 베이스 리플렉스형 플로어스탠딩 스피커로 덕트는 전면과 바닥으로 나 있다. 이 스피커에 사용한 거친 섬유 결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플랙스 샌드위치 콘 유닛의 콘지를 만져보면 표면이 매끄러운데, 이는 강성을 보강하기 위해 0.04mm 두께의 매끄럽고 단단한 유리 섬유를 앞뒤로 입혔기 때문이다. 이런 샌드위치 구조로 인해서 빠른 응답성과 정확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소리 재생이 가능하다고 한다. 또 새로운 TNF 역돔형 트위터는 왜곡이 적은 평탄한 소리 재생과 뛰어난 해상력으로 맑고 고운 고역을 담보한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290Hz와 2.4kHz, 주파수 응답은 45Hz-28kHz이다. 감도는 91.5dB이어서 앰프에 부하를 별로 주지 않아 다양한 앰프를 사용할 수 있다. 크기는 294×1035×371(mm, WHD), 무게는 25kg이다. 마감으로 블랙과 화이트 하이그로시 및 월넛이 있다.
포칼 아리아 926 스피커에 대한 이런 사전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본격적으로 시청했다. 이 스피커의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서, 오디오랩 M-DAC 플러스를 DAC 및 프리로 사용해 평소 사용하는 음원을 노트북에서 재생하고, 파워 앰프로 나드 M22를 동원했다.
최고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마르크-앙드레 아믈랭이 연주하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2번 3악장 장송행진곡(Hyperion)을 들어 보았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음색의 스피커에서 아믈랭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진다. 페이퍼 콘처럼 약간의 온기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아마 플랙스 샌드위치 콘의 재질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앰프에서 전달하는 아믈랭의 강력한 타건력도 정확히 재생한다.
정트리오가 연주하는 차이코프스키의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 ‘위대한 예술가를 회상하며’(EMI)의 앞부분을 들었다. 첼로와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들의 음색과 질감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조수미가 부른 비발디의 ‘이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RV630’ 중에 나오는 ‘라르게토’(Warner Classics)에서 반주 악기의 저음 현의 에너지를 잘 전달하며, 조수미의 목소리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첼리비다케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EMI) 제4악장 합창 부분에서는 처음부터 관현악이 좌우로 넓은 무대를 연출한다. 솔로 가수의 목소리는 제법 우렁차지만 명료하다. 합창대의 규모 또한 제법 크게 그려진다.
이렇게 몇 가지 음반을 들어 보니, 최고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과감히 적용해 온 프랑스 포칼의 목표, 즉 소리의 영혼까지 전달하는 열정이 아리아 926 스피커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우아한 고전적인 모습과 모던한 모습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리아 926 스피커는 상당한 해상도를 바탕으로 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소리로 음악 감상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리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영화 감상과 음악 감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한다.
수입원 오디오갤러리 (02)516-9055
가격 300만원 구성 3웨이 4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2) 16.5cm, 미드레인지 16.5cm, 트위터 2.5cm 재생주파수대역 45Hz-28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290Hz, 2400Hz 임피던스 8Ω, 2.9Ω(최소) 출력음압레벨 91.5dB 권장 앰프 출력 40-250W 크기(WHD) 29.4×103.5×37.1cm 무게 25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