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3년쯤 전에 이 제작사의 로마라는 이름이 붙은 인티앰프를 리뷰한 적이 있다. 그때의 모델은 본 시청기와는 다른, 로마 시리즈 중에서 510AC 모델이었다. 사용 출력관도 KT88이었다. 그에 비해 시청기는 모델 이름이 27AC이고, 사용 출력관도 달라졌다. 보통 잘 사용하지 않는 6L6이라는 5극관으로 소형관이다.
신세시스 제품들은 디자인이 아름답고 컬러풀하며 소리도 아름답기 짝이 없어서 팬이 많다. 게다가 기계화된 방식이 아니고 모든 제품들을 이탈리아 본국에서 핸드메이드로 생산, 기판 처리 및 미세 부품 조립 등 모든 부분을 수공업으로 세심히 신경을 써서 제조함으로써 자신들만의 독특한 음색을 만들어 냈다. 게다가 가격도 싸다. 나 자신도 신세시스의 팬이 된 지 오래다.
신세시스는 출범한 지 20여 년이 넘으면서도 한눈팔지 않고(하이엔드에 곁눈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 가정용 인티앰프 제품을 수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현재 4단계의 시리즈가 있는데, 공통점은 아름답고 콤팩트한 사이즈, 거기서 들려주는 미려하고 상쾌한 소리, 농익은 심미감과 같은 그런 소리들을 들으면 ‘과연 이보다 더 고급스러운 소리가 과연 무엇인가’ 라는 회의를 느끼게 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진공관 앰프에서 나오는 솔직한 소리의 한계 같은 것을 신세시스는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출력관으로 누구나 보편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KT88이나 6550, EL34 같은 5극관을 사용해 앰프를 제작하며, 더구나 인티앰프를 주력기로 내세우고 있는 미덕을 갖추고 있다. 고가의 3극관 제품, 모노블록과 같은 그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하이엔드라고 불리면서 가격이 갑자기 뛴다. 그런 쪽에 더 환호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오랜 이력이 붙다 보면 진공관 앰프의 양식은 5극관이며, 그리고 인티앰프 제품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속 깊게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신세시스의 제품이야말로 오늘날 진공관 앰프 중에서 하나의 기준이며 진정한 양식이라고 생각한다. 5극관을 사용하면서도 무엇보다도 제품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고, 그 소리에서도 진정으로 아름다움이 있는데다가, 쉬지 않고 이런 것이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경우란 거의 드문 경우에 속하는 사례라 할 만하다.
본 시청기는 신세시스가 로마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6L6을 출력관으로 장착해 만든 제품이다. 6L6 앰프는 드물다. 왜? 이유는 한 가지뿐이다. 국내에서도 개당 3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싼 진공관이며, 출력도 별로 높지 않다. 게다가 상당히 민감해 트랜스도 잘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만들어 봐야 별로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이 드문 것이다. 게다가 작은 출력이라면 300B에 치여서 더구나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만약 300B의 크기가 6L6 정도의 크기로, 즉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인기가 있을까? 의문이다.
6L6(5881과 동류 관)을 사용한 앰프의 명기로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매킨토시 MC40이 있다. MC275가 워낙 유명해 상대적으로 MC40이 잘 소개되지 않고 있지만, 누구에게 물어도 MC40의 소리가 좋다고 할 것이다. 다만 출력이 적다는 약점이 있어 잊힌 것일 뿐….
본 기의 출력도 25W에 불과하다. 5극 연결을 했음에도 이 정도다. 그러나 그 사이 수십 년 세월 동안 진보된 트랜스 기술력 등으로 인해 파워감은 대폭 증가한 것 같다. 출력의 부족이 느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 앰프는 음질에 악영향을 끼치는 여러 요소를 제거해 사운드를 더욱 부드럽고 정갈하게 재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DC 안정화 히터 회로를 사용했고, 진공관들은 일일이 선별하고 2단계 워밍업을 한 뒤에 사용하며, 뛰어난 광대역 주파수 재생 및 대역폭을 유지하기 위해 하이 그레이드 철-규소 합금 재질을 아낌없이 사용한 고급 출력 트랜스를 사용한다. 섀시는 전원 트랜스와 출력 트랜스의 진동을 막기 위한 매우 견고한 구조로 제작되었으며, 외부 진동에 영향을 받지 않게 4개의 고무가 삽입된 알루미늄 받침대를 부착하는 등 꼼꼼한 마감이 돋보이기도 한다. RCA 입력 단자, 바인딩 포스트, 진공관 세라믹 소켓도 산화를 막기 위해 금도금한 것을 사용한다. 그리고 동일한 트랜스포머에서 탭을 여러 개 따서 스피커의 다양한 임피던스에 대응하는 여러 개의 바인딩포스트를 배치하는 것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본 기를 이번 호 시청기인 뵈니케 오디오의 W5, 탄노이 이클립스 3, 트라이앵글 LN01 등과 매칭했다. 감도가 4Ω에 87dB인 스피커(뵈니케)도 있었지만 소리는 거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죽죽 뻗는 현의 청량감과 윤기가 마치 갓 도정한 햅쌀로 지은 밥 같다. 찰기와 온기, 윤기가 고스란히 포함되어 있다.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는 웅장하기 짝이 없다. 요염하기 짝이 없는 팝 보컬은 최고. 그렌 밀러 악단의 경우에도 요염한 맛이 풍기며, 대편성의 총 합주에서 이 정도로 해상력이 좋다는 것은 기이할 정도. 이 이상의 진공관 인티앰프도 물론 있지만, 보통 사람들이 팡파르를 울리기 위해서는 이 이상은 실로 부질없다는 생각.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340만원 사용 진공관 6L6/5881×4, ECC83×2 실효 출력 25W, AB클래스 주파수 응답 20Hz-20kHz(±0.5dB) 입력 임피던스 50㏀ 입력 감도 200mV 출력 임피던스 6Ω S/N비 90dB 이상 크기(WHD) 41×26×33cm 무게 20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