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D Masters M12·M22 하이엔드로 향하는 나드의 야심
한은혜 2016-09-08 17:30:18

글 이종학(Johnny Lee)

 


흔히 가성비가 좋다고 표현할 때, 자칫 잘못하면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로 오인될 수도 있다. 아무래도 자본주의 시대에 사는 만큼, 모든 기술과 가치는 돈으로 환산이 되고, 그래서 가격표가 곧 품질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아무리 가성비 운운해도 믿지 않는 분들이 태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드의 제품들은 이런 선입견을 불식시킬 만큼, 뛰어난 가성비를 발휘한 제품들을 생산해왔다. 그런 와중에 기술이 축적되고, 디자인 콘셉트가 발전하면서 점차 하이엔드급 제품들로 레벨을 올리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예로는 의류 브랜드로 바나나 리퍼블릭을 꼽을 수 있고, 오디오 쪽은 뮤지컬 피델리티가 떠오른다. 이번에 만난 나드의 신작은, 본격적인 하이엔드 제품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퀄러티, 실력, 내용 모든 면에서 참신하고 또 알차다. 그러면서 가성비라는 미덕을 지키고 있는 점도 반갑기만 하다.
당초 1972년에 창업할 당시, 나드의 주역들은 그 출신 성분이 무척 다양했다. 수입상, 소매상, 제조사뿐 아니라 애호가까지 포함된 일군의 오디오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서 회사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예는 지금까지 나드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었다. 또 나드(NAD)의 약자가 ‘New Acoustic Dimension’인 만큼, 뭔가 남들과 차별화되는 새롭고, 멋진 신기술을 추구해왔다. 이번에 만난 제품들은 마스터스 시리즈에 속하는데, 바로 여기서 그간의 노력이 찬란하게 개화되지 않았나 싶다.


현행 마스터스 라인을 보면, M17이라는 AV 서라운드 프리앰프 프로세서(무척 탐이 난다)가 있고, 이와 연결되는 7채널짜리 파워 앰프 M27이 있다. 이것이 홈시어터에서 플래그십이라 치면, 하이파이쪽은 이번에 만난 M12 프리앰프와 M22 파워 앰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통상의 접근법과는 근본이 달라, ‘과연 나드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선 M12를 보면, DAC와 프리앰프를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두 컴포넌트를 그냥 한 박스에 담은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정교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즉, DAC에서 나오는 디지털 신호를 다이렉트로 프리부에서 처리하는, 일종의 디지털 프리로 제작되어, 종단에서 아날로그로 변환하는 방식이다. 왜 이런 방식을 추구했는가 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과 노이즈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왜곡률을 보면 일반 계측기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여기서 DAC부에 투입된 ‘DirectDigital’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프로세싱 과정에서 터무니없을 만큼 높은 사양으로 무장했다는 점이다. 무려 35비트 데이터 패스를 이룩하고 있는 바,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간단하게 말해서 24비트의 계수에 62비트의 집적을 더한, 상상을 초월하는 높은 수준의 프로세싱을 이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세싱이 끝나면 35비트로 정리한 후, 그것을 그대로 디지털 프리로 넘겨주는 방식이다. 이 대목에서 프리의 OP 앰프는 클래스A로 정리, 음질에서 최상의 수준을 구현하고 있다.
한편 M22 파워 앰프는 하이펙스 사의 기술을 라이선싱 받아서, ‘nCore’라는 증폭 회로를 구현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단순한 디지털 파워는 아니고, 여기에 아날로그 방식이 더해진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이 또한 설명하려면 책 한 권 분량이 필요한데, 쉽게 말해 리니어와 디지털 파워 양쪽의 장점을 골고루 흡수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8Ω에 채널당 250W를 내지만, 실제로는 300W급 이상이다. 그리고 2Ω에 620W까지 커버하는 바, 그 어떤 스피커도 아무렇지도 않게 구동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메이커에 따르면 스피커를 공연장에서 라이브하는 수준으로 울리고 있다고 한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본 세트를 듣기 위해 여러 스피커를 들었는 바, 특히 카스타의 모델 C가 인상적이었다. 가장 원시적인 방식의 혼 타입 스피커를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앰프가 구동한다는 식인데, 그 음의 신선함과 뉘앙스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마란츠의 SA-14S1 SE를 트랜스포트로 사용했다.


첫 곡은 박경숙의 첼로 연주로, 러시아 민속 음악 ‘나 홀로 길을 가네’를 들어봤다. 넉넉한 공간감을 배경으로, 노래하듯 감미로운 첼로가 나온다. 활을 그을 때, 깊은 울림이 제대로 표현된다. 마치 LP를 듣는 듯하다. 혼 타입에서 이런 풍부한 현이 나오는 예는 극히 드물다. 역시 나드의 백업이 훌륭하다고 하겠다. 이어서 제니퍼 원스의 ‘Joan of Arc’. 다양한 악기 편성에 이펙트가 많이 들어간 복잡한 트랙이지만, 차분하게 정리정돈하고 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약간 코맹맹이 스타일의 원스가 한껏 매력을 뽐내는 가운데, 중간에 레너드 코헨이 출현하면 가벼운 탄성을 지르게 한다. 내공 만점이다.
마지막으로 마크 알몬드의 ‘The City’. 다분히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펑키한 리듬, 정교한 밴드의 연주력 등이 잘 어우러져서 표현되고 있다. 재즈풍의 발라드로, 그 독특한 맛을 기분 좋게 재생한다. 생각해보면 혼 타입에 이런 최첨단 앰프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극과 극은 통한다고, 무척 사실적인 아날로그 음이 나오고 있다. 역시 오디오의 세계는 깊구나, 새삼 감탄했다.

 


수입원 제이원코리아 (02)706-5436


Masters M12  
가격 52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2, Optical×2, USB B×1, USB A×1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Phono×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20Hz-22kHz(±0.5dB)   S/N비 -125dB 이상   채널 분리도 -115dB 이상   출력 레벨 2V   크기(WHD) 43.5×13.3×38.3cm    무게 8.1kg


Masters M22
가격 420만원   실효 출력 250W 이상  아날로그 입력 RCA×1, XLR×1   주파수 응답 3Hz-30kHz(-3dB)   S/N비 100dB 이상   댐핑 팩터 800 이상   입력 감도 1.6V   게인 29dB   크기(WHD) 43.5×10.3×37.9cm    무게 8.9kg  

 

<월간 오디오 2017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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