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체코가 연방공화국에서 독립해 지금은 유럽의 중소강국이라는 이름으로 분류되어 있고, 유럽 음악의 본산이기도 하다. 또한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연주는 빈 필, 베를린 필의 연주와도 색다른 개성을 가져 그들의 음반은 지금도 명연주의 명반으로 기록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 체코에서 20여 년 전 자비안이 첫 선을 보이고, 몇 해가 더 지나 국내에 제품이 들어왔다. 매우 잘 만든 소형기가 제1호로 수입이 되었는데, 가격이 비쌌다. 그 당시는 중형기나 톨보이가 강세를 보이던 시절로 소형기는 눈에 띌 만한 제품이 별로 없었던 때였다. 체코라면 유럽이기는 하지만 오디오 제품의 전통이 있는 국가도 아닌데 소형기로 더구나 상당히 비싼 제품이라 조금 염려가 됐다. 다행인 것은 만듦새며 성능은 1급이라는 것이다.
오디오라는 것은 상당히 감성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에 유행을 타는 사이클이라는 것도 존재한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고가의 하이엔드 소형기가 각광을 받을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수입사는 의욕을 보이고 있었지만 좁은 시장에서의 전망은 당연히 회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조금 지나면 이 업계의 관례대로 염가판이 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이 당돌한 메이커는 시종일관 상당히 고가의 제품만을 생산해 왔고, 지금도 고가의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품질도 고급이다. 예상이 완전 빗나간 경우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자비안의 스피커들은 잔소리하지 않고 어디에서나 하이엔드로 분류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소형 고급기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소형기가 자리를 잡으려면 우선 품질의 고급화가 선점되어야 한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자비안의 스피커들은 겉보기에서부터 좀 다르다. 한눈에 봐도 품격이 느껴지는 것이다. 고급스럽다는 것은 내부를 꼼꼼히 뜯어보지 않아도 한눈에 파악이 된다. 모든 제품 역시 마찬가지다. 승용차나 카메라라고 할지라도 겉보기에서 가치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시청기도 동일하다. 소형이지만 인클로저가 두툼한 오크 집성목으로 제작되어 비닐 시트지로만 도배된 스피커들과는 처음부터 품격이 다르다.
자비안은 2015년 프라하 오디오 비디오 쇼에서 다소 튀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환 2015>라는 것인데, 그 당시 증표로 내걸었던 것은 소형 스피커인 오르페오라는 것이다. 매우 잘 만들어진 스피커로, 엄선된 이탈리아산 월넛을 3주간 숙성시켜 제조한 인클로저, 전 세계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부품으로 구성한 크로스오버, 그리고 오디오바를레타라는 독자적인 유닛 브랜드를 런칭하고 새로운 유닛을 개발해 사용했는데, 그 대신 고가의 제품이었다. 그 뒤를 이어 페를라 등의 소형 스피커 히트작이 연속 등장했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시청기는 그보다 가격대를 낮추면서도 좀더 달라진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는 특별한 기기로 보인다.
외지의 소개이지만, 시청기에는 이색적인 평가서가 뒤따른다. 한 오디오 전문지의 시도로 동일 가격대 스피커들의 테스트가 열렸다. 이름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7개 기종과의 비교 테스트였는데, 그곳에서 가장 점수가 높은 것이 바로 시청기였다. 그리고 자비안에서는 이 제품의 완성을 위해 명엔지니어 데이비드 히카는 물론이고, 체코의 클래식 연주자와 심지어 해외 바이어들까지 초청해 의견을 들었다고 하니 대단하다.
사용된 트위터와 우퍼는 오디오바를레타라는 독자적인 브랜드의 제품으로, 이탈리아의 전문 제작사의 특주품이다. 미드·우퍼의 더스트 캡 소프트 돔은 물론 디스토션을 방지하기 위한 중앙의 패러데이 구리 캡, 높은 파워 핸들링을 위한 더 긴 보이스 코일 등 자기 회로 부분에서도 많은 변경이 가해졌고, 트위터 역시 신개발품이다.
특히 이 스피커는 연결 단자가 배치되어 있는 위치가 상당히 독특하다. 이 스피커가 AV 시스템의 세트로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벽에 부착하기 용이하도록 터미널부를 뒤쪽 패널 안쪽에 처리하고, 동급 북셀프 스피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바나나 단자 전용으로 제작되었다. 여기에 전용 플러그까지 함께 제공되고 있다. 또한 알루미늄 월 마운트도 부착되어 있다. 이것은 국내 수입사에서 특별히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벽체에 바짝 붙여서 거치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음질에 장점이 더 많다.
소리는 기존 제품보다 대역의 확장감이 좋아진 것은 물론이고,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졌던 고역의 표현력을 개선했으며, 특히 저역의 여유로움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소형 사이즈이지만 저역은 발표된 수치 그대로 55Hz에서 시작된다는 테스트 결과도 나와 있는데, 이 정도라면 저역 부족은 사실상 없는 수치이기도 하다. 물론 자비안만의 독특하고 실키한 감촉은 여전하다.
시청기를 리뷰하기 위해 매칭 앰프로 845 진공관 인티앰프를 사용했는데, 시청기가 85dB(8Ω)로 감도가 낮아 직열 3극관인 845를 채널당 1개씩 사용하는 20W 정도의 출력을 내는 앰프로 과연 잘 울릴 수 있는지가 관건. 물론 이런 보편적인 스피커에는 다소 출력이 높은 앰프가 좋다. 이 매칭으로 울려 본 즉 파워의 밸런스에서 우선 언밸런스가 아니다. 별다르게 큰 아쉬움 없는 펀치력을 보여 준다. 음색은 상당히 좋다. 신중하고 섬세하며, 현 독주는 우아하기 짝이 없다. 보컬도 매끈하며 포용력이 높다. 피아노의 타건 역시 좀더 출력 높은 앰프와 매칭한다면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앰프 포용력이 상당한 수준이라 생각되며, 적절한 앰프와 매칭을 한다면 고급 소형기의 고아한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수입원 (주)다비앙 (02)703-1591 가격 139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5cm, 트위터 2.6cm 재생주파수대역 55Hz-20kHz(-3dB) 크로스오버 주파수 3500Hz 임피던스 8Ω 출력음압레벨 85dB/2.83V/m 권장 앰프 출력 30-140W 크기(WHD) 20×30.5×17cm 무게 6.9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