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ga Classic 3.0 피에가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사운드를 손쉽게 만나게 되다
한은혜 2016-09-08 18:26:31

글 김남

 


매끈하게 광택을 입힌 통 알루미늄으로 만든 인클로저, 물방울형 스피커, 거기에 최고의 리본형 트위터, 이것은 피에가를 생각하면 으레 떠오르는 수식어이다. 거기에 알프스 고원에서 불어오는 듯한 깨끗하고 상쾌하며 우아하게 아름다운 사운드라는 그런 수식어도 추가된다. 또 하나 보통의 애호가들로서 곁들일 수 있는 것은 크기에 비해 무척 고가의 제품이라는 것.
그러한 종래의 평판을 바꾸려는 듯 몇 가지의 변화가 근래 피에가 제품에 불고 있다. 알루미늄 인클로저를 사용하는 금속제 스타일의 제품도 물론 있지만, 보통의 목재 인클로저를 사용하면서도 종래의 사운드를 유지하고 가격을 대폭 낮추는 피에가 사운드의 대중화를 위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기가 속해 있는 클래식 시리즈가 그 대표작인데, 현재 2가지 버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방울 형상을 하고 있는 대형기는 80.2, 60.2, 40.2의 번호이고, 그와 달리 사각형 인클로저 제품은 7.0, 5.0, 3.0의 번호를 갖는다.
그중 시청기는 사각형 인클로저 제품 중 가장 소형 모델인 3.0이다. 시청기의 트위터는 AMT-1로 새롭게 설계한 것인데, 에어 모션 트랜스포머(AMT)의 원리에 따라 작동하며 리본 트위터의 장점과 돔 트위터의 비용 절감 측면에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한다. 벌써 피에가의 역사는 30년이 넘어가는데, 그 기간 동안 기술력이 꾸준히 향상되어 이제 보급기라고 할지라도 리본 트위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는 셈이며, 시청기의 경우에도 고역은 40kHz까지 뻗는다. 대단한 수치인 셈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고원의 바람처럼 맑고 시원한 음감이 생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 트위터에 맞춰 클래식 시리즈에 사용되는 우퍼와 미드레인지도 새롭게 개발되었다. 인클로저는 높이 34cm, 너비 21cm, 폭 28cm의 좁은 상자 형태이지만 피에가의 전통대로 마무리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다.?완벽한 고광택 래커로 코팅되어 있어서 굳이 알루미늄 인클로저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고아함을 풍긴다. 컬러도 3가지 옵션이 있는데, 블랙, 화이트 및 마카사르 흑단이다.


피에가 스피커 기술의 하이라이트는 리본 트위터이다.?자체 설계로 제작하고 있는 이 트위터는 현재 세계 3대 리본 트위터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여러 리본 트위터 제조사 중에서도 대형 리본 트위터를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곳은 피에가가 유일하다. 그리고 탄노이의 유명한 듀얼 콘센트릭 드라이버처럼 리본 트위터와 리본 미드레인지를 동축으로 배열해 결합시킨 동축 리본 시스템 또한 피에가가 유일하다.
리본 트위터의 장점은 일정한 속도와 음의 정확성, 그리고 고역대역의 뛰어난 확장성을 우선 거론할 수 있다. 보통의 리본 트위터라 할지라도 고가의 슈퍼 트위터 못지않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본 트위터가 안정성이나 수명에 한계가 있다는 초기의 비판도 있었지만, 그것은 옛말이다. 소리에 컬러링이 있다는 비판도 마찬가지. 시청기를 울려 봐도 컬러링 같은 것은 전혀 감지되지 않는다. 대음량도 우퍼로 울리는 것이지 트위터의 영역은 아닌 것이다.


처음 피에가의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새롭다. 시청기와 크기가 비슷한 기종이었다. 기기를 처음 들을 때 잔뜩 벼른 채 노려보며 귀를 기울이면 객관적인 소리를 듣기가 힘들다. 이미 하나의 분석적인 편견이 곁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오디오 기기는 그냥 적당히 거치하고 무심히 들을 때가 가장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들은 것은 아니지만, 피에가의 자그마한 시청기가 집으로 들어왔는데, 굳이 스탠드에 정확하게 거치하고 주변을 어떻게 해 놓는 그런 이론이 귀찮은 데다가 어떤 일을 급하게 마감해야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스피커의 한 짝은 방바닥에 한 짝은 TV를 올려두는 선반 위라는 그런 식으로 멍청한 거치를 해 놓고, 6V6 진공관을 사용한 인티앰프 제품에 연결하고, 거기에 튜너를 연결해 두고 하던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참으로 선량하고 아름다운 소리가 샘물처럼 넘쳐나는 것 아닌가. 불현듯 놀라 뒤돌아보니 거기 피에가의 스피커가 있었다. 수많은 스피커를 들어 본 귓전에도 그때까지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소리, 늦봄이라 창을 열어 놓고 있었지만 마치 아카시아 꽃향기같이 미려한 음이 솟아나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의 워밍업이 이루어지면서 그렇게 소리가 화사하게 변하고 있었던 셈이다. 손에 든 책을 내려놓고 대체 어떻게 저런 소리가 저 자그마한 스피커에서 나온단 말인가 새삼 놀라서 자세를 달리했지만, 그때의 그런 감동을 주는 소리란 그 뒤로 좀체 만날 수 없었다. 애정이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처럼 피에가는 확실히 열성팬을 만들어 내는 강력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순수와 미려함, 유려함들이 그 원인인지 모르겠다.
시청기를 845 진공관을 채널당 1개씩 사용하는 진공관 인티앰프와 매칭해 본다. 그동안 피에가의 제품을 한 번도 845 진공관 앰프와는 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칭한 앰프의 출력은 고작 20W 정도인데, 스피커의 감도는 89dB이고 권장 앰프 출력이 20W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이 매칭이 최적은 아니었지만 적절한 점들도 크게 다가왔다. 원래 깨끗하면서 자연스러움이 으뜸인데, 이 매칭에서는 보컬이 가장 인상적. 실체감이 뛰어나며, 대역이 넓고, 호통을 치지 않고서도 사람을 설득하는 포용력이 있다.

 


수입원 샘에너지 (02)6959-3813   가격 170만원   구성 2웨이 2스피커   인클로저 베이스 리플렉스형   사용유닛 우퍼 18cm MDS, 트위터 AMT-1   재생주파수대역 38Hz-40kHz   임피던스 4Ω   출력음압레벨 89dB/W/m   권장 앰프 출력 20-150W   크기(WHD) 21×34×28cm   무게 7.7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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