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종학(Johnny Lee)
겉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오디오 시장이라는 것을 좀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흐름이 바뀌면서 새로운 유행이 확 밀어닥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작년의 경우, LP가 화두라고나 할까? 정말 많은 메이커에서 아날로그 플레이어의 생산에 열을 올렸다. 실제로 대규모 음반사들도 CD보다는 LP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렇게 시장이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다 요즘은 디지털 쪽에 대한 인식도 좀 바뀌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양질의 DAC를 구축하는 것은 맞지만, 예산상으로 너무 많은 투자는 힘든 판국이다. 그런 면에서 DAC에 프리를 결합하거나 혹은 인티앰프를 더하는 등,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 와중에 만난 데논의 신작 PMA-1600NE는 최근의 시장 트렌드를 보여주는 매우 흥미로운 제품이라 하겠다. 말하자면 ‘음악 구동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라 부를 만한 내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데논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홈시어터용 AV 리시버를 연상한다. 그만큼 홈시어터 부문에 활발하게 신기술과 신제품을 런칭하고 있다. 그러나 데논은 이전부터 방송용 기기 제조 및 하이엔드 제품의 개발이라는 이력을 갖고 있으며, 바로 이것을 큰 자산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일본의 오디오 전성기라 할 수 있는 1990년대엔 매머드급의 모노블록 파워라던가, 대형 프리앰프를 제조해서, 크게 주가를 올린 바 있다. 지금은 그런 큰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없는 상황이지만, 순수한 하이파이용 앰프 메이커라는 자존심을 지켜가는 것이 PMA 시리즈라 하겠다. 지난번의 PMA-1500을 계승해서, 이번에 PMA-1600NE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본 기의 런칭 때 사용한 캐치프레이즈가 재미있다. ‘DSD/하이레졸루션 대응 USB-DAC 탑재’. 이렇게 쓰고 보면 무슨 DAC를 떠오르게 한다. 또 앞으로 설명할 스펙에 대한 것도 DAC가 중심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본 기는 인티앰프다. 그간 갈고닦은 아날로그 기술을 바탕으로, 스피커를 멋지게 드라이브한다는 기본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단, 시장의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DAC 및 포노단을 장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런 배경을 짐작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디지털 아이솔레이터라는 기능이다. 이것은 불필요한 전기적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기술인데, 특히, 아날로그 입력을 통해 아날로그단이 플레이될 경우, 디지털부는 자연스럽게 꺼진다. 일체 간섭을 불허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날로그부에 상당한 배려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디지털 쪽을 살펴보자. DAC단에는 2개의 디지털 광 입력과 1개의 디지털 동축 입력이 가능하다. 또 USB를 통해, 11.2MHz의 DSD 파일 재생도 가능하다. 전체적으로는 동사가 특허 기술을 갖고 있는 어드밴스드 AL32 프로세싱 플러스를 통해, PCM 32비트/384kHz 입력에 대응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음성 신호 내에 일부 손상된 데이터를 정밀하게 복구하고 있다. 이 부분은 매우 특기할 만한 내용이라 하겠다. 또 DAC 내에 자체 클록을 갖고 있어서, 입력된 디지털 신호를 동기화시켜 최상의 퀄러티를 유지하도록 힘쓴 부분도 특기할 만하다.
이어서 아날로그부를 보면, MOS-FET 소자를 투입해서 채널당 4Ω에 140W를 내고 있다. 아마도 8Ω에는 70W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충실한 전원 트랜스라던가, 어드밴스드 UHC-MOS라는 기술을 통해 출력 소자 간의 편차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스피커 구동력은 확실히 확보하고 있다. 여기서 새삼 데논의 오랜 구력을 실감하게 만든다. 또 내부를 6개의 구획으로 나눠서 일체 상호 간섭을 없앤 점도, 본 기처럼 다기능을 가진 제품엔 필수가 아닐까 싶다. 참고로 포노단은 MM과 MC 모두 제공한다.
첫 곡으로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 비장한 바이올린군의 인트로에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여러 악기들의 등장. 이후 점차 스케일을 키워나가며 절정으로 향한다. 그리고 화려한 폭발. 그 흐름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일체 컬러링이나 왜곡이 없이, 오로지 소스에 담긴 신호를 중립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단, 해상도나 디테일 등 기본기가 충실해서, 별로 흠 잡을 데 없는 재생음이 나온다.
이어서 커티스 풀러의 ‘Five Spot After Dark’. 트롬본과 테너 색소폰이라는 조합으로, 너무나도 멋진 앙상블이 연출된다. 50년대 말, 모던 재즈의 전성기를 느낄 수 있는 신명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특히, 저역의 리스폰스가 발군이어서, 깊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또 워킹의 속도도 빠르다. 재즈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 격조나 에스프리를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폴 매카트니의 ‘Uncle Albert’. 차분한 발라드로 시작하지만 중간에 비가 오고, 천둥이 치는 효과음이 더해진다. 게다가 오케스트라까지. 이렇게 점증하는 스케일을 잘 그려가면서, 각 악기 간의 밸런스라던가, 위치까지 명료하게 포착된다. 특히, 중역대가 튼실해서, 보컬이나 주요 악기들의 표현이 세밀하게 포착된다. 이 가격에, 이 기능에, 이 음질이면 누구나 납득하는, 아니 오히려 황송한 선물 세트가 아닐까 싶다.
수입원 D&M코리아 (02)715-9041 가격 180만원 실효 출력 70W(8Ω), 140W(4Ω)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2, USB B×1 아날로그 입력 RCA×4 헤드폰 출력 지원 입력 임피던스 47㏀(Line, MM), 100Ω(MC) 입력 감도 125mV, 2.5mV(MM), 0.2mV(MC) S/N비 108dB, 89dB(MM), 74dB(MC) THD 0.01% 톤 컨트롤 ±8dB(Treble, Bass) 크기(WHD) 43.4×13.5×41cm 무게 17.6kg
<월간 오디오 2016년 9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