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현태
플레이백 디자인스가 심혈을 기울여 출시한 소노마 시리즈는 통합 디지털 솔루션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시리즈는 다양한 제품군으로 구성되어 있어 더욱 흥미로운데, 메를로(Merlot) D/A 컨버터, 시라(Syrah) 서버, 피노(Pinot) A/D 컨버터, 소노마 레코딩 프로그램, OP 박스 D/D 컨버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 많은 리뷰와 해외평을 통해 이들 개별 제품의 우수성과 사용 후기들이 잘 알려져 있다. 필자의 경우도 메를로 DAC를 시작으로, 피노 ADC까지 소개했는데, 소노마 시리즈의 우수성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 리뷰에서는 시리즈의 마지막 옵션 제품인 OP 박스를 살펴보고자 한다.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디스크 플레이어는 예전부터 플래그십 모델 등에는 에소테릭 메커니즘을 사용해 왔다. 역시 가격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는데, 소노마 시리즈에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부분은 바로 오포(Oppo) 브랜드의 플레이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오포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이미 수많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업그레이드를 통해 제품화하고 있는 만큼, 가성비 면에서 가장 큰 매력을 지닌 브랜드로 통하기에, 이번 프로젝트는 확실히 효과적인 대안이다.
플레이백 디자인스는 오포의 BDP-103과 UDP-203에 사용 가능한 OP 박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번 리뷰에서는 오포의 최신 4K 플레이어인 UDP-203에 OP 박스를 장착,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메를로 DAC와 매칭하여 소개해 보고자 한다. 특별히 업그레이드 방법도 별도로 소개하고 있느니,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OP 박스는 업그레이드용 액세서리로 보이지만, 엄연한 디지털 & 디지털 컨버터 모듈이다. 업그레이드 방법은 UDP-203의 아날로그 출력부를 제거하고, OP 박스를 장착하면 플레이백 전용 P-Link 디지털 출력 단자가 적용된다. 이 전용 P-Link 케이블로 메를로 DAC와 연결하면 메를로의 뛰어난 오디오 성능을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오포 UDP-203은 트랜스포트 역할만 하게 되는 것이다.
메를로 DAC는 일반적으로 상용화된 원 칩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는다. FPGA 방식의 자일링스 스파르탄 칩을 통해 독자 개발한 풀 디퍼런셜 디스크리트 방식의 DAC로, 사운드 퀄러티에서 차별화된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PDFAS 기술을 통해 입력 신호의 클록 주파수의 위상차를 없애주는데, 마치 아날로그와 같이 자연스러운 높은 퀄러티의 디지털 사운드를 추구한다. 그리고 최종 아날로그 회로는 풀 디퍼런셜 방식 디스크리트 구조의 클래스AB 증폭 방식이 적용되어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뛰어난 사운드 특성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대편성곡으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중 3, 4악장을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선곡해 보았다. 음원은 HFPA 음반의 DTS HD 마스터로 청취하였다. 넓은 스테이지보다 대편성 각 파트의 디테일과 스테이지의 확장성이 돋보인다. 속도감과 화려함까지 부각되어, 연주에 단번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단순히 오디오적인 사운드를 넘어서 클라이버의 멋진 연주에 빠져들게 하였다.
블루레이 음반으로 드보르작 바이올린 협주곡 중 3악장을 율리아 피셔의 바이올린, 데이비드 진만의 지휘,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어보았다. 녹음된 로열 알버트 홀의 넓은 공간을 가득 채워 주듯 스피커 앞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바이올린 활의 움직임에서는 어느 때보다 빠른 반응과 속도감을 만날 수 있었고, 악기들의 포지션과 디테일이 분해력 있게 전달되었다. 특히 피셔의 바이올린은 단아하고 흔들림이 없었는데, 소리가 쉽게 들뜨지 않아 표현력이 더욱 리얼하게 전달되었다. 콘트라베이스의 울림은 무게 있고, 중심이 잘 잡힌 견고함을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의 응집력도 기억할 부분이다.
보컬 곡은 마이클 부블레의 ‘Feeling Good’을 데이비드 포스터의 <히트맨> 1집에 수록된 블루레이 음반으로 들어보았다. 도입부는 지나치게 보컬을 강조하기보다는 전체 대역의 밸런스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주고 있다. 이는 보컬 곡에서 일반적으로 들었던 단편적인 중역대의 포지션과 달리 반주로 연주되는 악기들의 디테일과 정확한 밸런스를 더욱 자극시켜주고 있다. 무대를 최대한 넓게 표현해 주었으며, 자신감 넘치는 강인한 보컬과 진정 리듬을 탈 줄 아는 음의 전개와 모습이 리얼하게 잘 전달되었다. 이 곡에서는 단아함과 정확함이라는 모니터 성향을 말 그대로 소스기기로서의 잘 정돈된 꾸밈없는 연출로 돋보이게 만들었다.
오포의 UDP-203이 최근 4K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모델인 만큼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OP 박스와의 조합은 확실히 주목할 만한 구성이다. 디지털 출력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리지널 UDP-203을 메를로 DAC와 결합시키면 확실히 차별화된 디테일과 확장성, 화려함과 넓은 음장감으로 변화했다. 플레이백 디자인스가 추구해 왔던, 정보량이 많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사운드를 전달해 준 것이다.
플레이백 디자인스의 소노마 시리즈의 메를로 DAC를 시작으로 최종 OP 박스까지 모두 리뷰하게 되었는데, 동사가 야심 차게 준비한 통합 디지털 솔루션의 완성형을 접한 것 같아서 감회가 새롭다. 하이파이 사용자들에게 소노마 시리즈의 등장은 단순히 고 퀄러티 사운드의 경험을 넘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플레이어의 접목까지 모두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으로 기억될 것 같다.
수입원 D.S.T.KOREA (02)719-5757
Playback Designs Merlot 가격 760만원 디지털 입력 AES/EBU×1, Coaxial×1, USB B×1(PCM 384kHz, DSD 11.2MHz), Playlink×1 디지털 출력 Playlink×1 아날로그 출력 RCA×1, XLR×1 출력 레벨 3.4V(XLR), 1.7V(RCA) 크기(WHD) 36×8×23cm 무게 3.5kg
Playback Designs OpBox 가격 240만원(UDP-203 버전)
Oppo UDP-203 가격 89만원 디지털 입력 USB A×1, USB 3.0×2 디지털 출력 Coaxial×1, Optical×1 HDMI 입력 1 HDMI 출력 2(4K 지원) 주파수 응답 20Hz-48kHz(±0.2dB)
<월간 오디오 2017년 7월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