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남
시청기는 일본 오디오의 명가 온쿄에서 내놓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이 있는 리시버 앰프. 나 같은 세대에게 네트워크 플레이어라는 품목은 경외의 대상이다. 아직 비닐 레코드와 CD에 깊이 잠겨 있는 처지인데, 몇 해 전 한 후배로부터 자신의 3테라짜리 하드를 빌려줄테니 복사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드를 새로 사고 복사를 하고 그런 과정이 번거로워 거절하고 말았더니 지금은 다소 아쉬울 때가 있기도 하다.
근래 지방에서 레코드 1만 5천 장을 소장하고 있으며 턴테이블 애호가인 한 분을 만났다. 대단한 애호가이다. 그걸 다 들으려면 하루에 3장씩 들어도 15년이 걸린다. 물론 다 듣기 위해서가 아니고 인생의 도락으로서 그런 컬렉션을 하고 있는 분이지만, 그런 분들이 그 방대한 음원을 하드에 모두 옮겨 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 옮길 필요도 없이 음원을 지니고 있는 서버에 연결, 최고 3천만 곡이 저장되어 있는 곳에서 한 달 사용료 1만원 정도만 지불하고 마음대로 골라서 듣기로 한다면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음반을 구입하거나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이 말이다. 어떤 음악이라도 편히 앉아 손가락 터치만으로 골라 들을 수 있으니, 그야말로 보편적 오디오 애호가들에게는 등골이 서늘해질 만한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
90년대 CD 시대가 개막되면서 애호가들이 지니고 있던 비닐 레코드를 버린 무용담을 들으면 참으로 기가 막힌다. 보통 아파트 쓰레기통에 가전제품 버리듯 했는데 십수 년이 지났어도 가슴이 쓰리다. 동네 감나무 밑에 버렸다는 분도 있다. 그런 광경이 다시 재현되려는 아슬아슬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 시청기 같은 네트워크 플레이어 기능이 그 선발대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기기의 영향으로 CD 플레이어는 신제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고 호들갑을 떨 시점은 아니다. 아직도 고가의 CD 플레이어, D/A 컨버터, 턴테이블이 쉬지 않고 개발되고 있다. 삽시간에 네트워크 쪽으로 재편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음악은 고급 시장으로 분류가 된다. 클래식 공연장에 아무나 갈 수 없는 것처럼 정통의 오디오 기기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이제 종이는 다 사라질 것이라고 굴지의 과학자나 학자들이 예단을 했지만 천만에, 종이 수요는 더 늘고 있다. 그것이 현실이다. 금방 종이 책이 무너지고 e북 시장으로 통일될 줄 알았더니 미국에서도 오히려 종이 책 시장이 더 성장하고 e북은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런 방어적인 공세는 엄밀하게 말해서 불안성 때문이다. 이제 싫든 좋든 네트워크 기종 한 개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시대가 엄연히 도래하고만 셈이다. 그것을 정면에서 비판하고 거부한다는 것이야말로 너무 시대에 뒤떨어지는 벽창호 같은 성향일 것이다.
온쿄가 내놓은 이 시청기는 기왕의 타사 제품과 크게 다른 점은 없다. 하지만 온쿄라는 일본 굴지의 대 메이커답게 만듦새가 수준급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디지털 부분 쪽만 아니라 아날로그 부분에도 상당히 정성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기 때문이며, 그러면서도 갖출 것은 다 포함하고 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고품질의 AKM AK4490 프리미엄 DAC로, 이 DAC는 투명하고 생생한 사운드가 특징이며,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의 재생으로 인정받은 명품이다. 이를 통해 유·무선 네트워크 또는 USB A 단자로 입력되는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데, 최대 24비트/192kHz PCM 음원을 비롯해 DSD 11.2MHz 등 다양한 고해상도 오디오 포맷을 지원한다. 그리고 크롬캐스트가 내장되어 있고, 스마트폰과의 빠르고 쉬운 연결을 위해 에어플레이와 블루투스 기능도 장착하고 있다. 타이달, 스포티파이, 디저 등의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고, 인터넷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온쿄 컨트롤러 앱을 스마트폰(애플, 안드로이드)에 설치하면 이를 사용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손쉽게 재생할 수 있는데, USB A 단자에 연결된 HDD에 저장된 음악도 선택해 재생할 수 있다. 즉, 콤팩트한 사이즈 안에서 전체 네트워크 스트리밍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되는 장치인 셈이다.
그 외에도 파이어커넥트라는 기능이 지원되어 무선 멀티 룸 시스템을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고, FM·DAB+ 튜너가 내장되어 있으며, 턴테이블을 연결할 수 있고, 2조의 RCA 아날로그 입력과 코액셜, 옵티컬 디지털 입력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제품에는 온쿄의 오리지널 스위칭 앰프 기술을 지원하는 완전 맞춤형 EI 트랜스포머를 선두로 고음질과 강력한 저음을 제공하는 2개의 대형 커패시터가 패널 안쪽으로 보인다. 섀시는 견고하게 금속으로 되어 있고, 알루미늄 페이스 플레이트로 강화되어 있다. 또한 자체 기술인 VLSC라는 회로를 통해 디지털 펄스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있다.
구동시켜 보니(스피커는 펜오디오 레벨 2) 70W 출력의 능력이 가감 없이 드러난다. 당연히 하이엔드의 앰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강력하고 세련된 사운드가 인상적. 근래 출시된 고가의 기종 못지않게 만듦새가 깔끔하며 성능도 우수하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한 대쯤 필수적으로 가져 봄 직한 기기이다.
수입원 사운드솔루션 (02)2168-4525
가격 112만원 구성 스테레오 네트워크 리시버 실효 출력 70W(4Ω) 디지털 입력 Coaxial×1, Optical×1, USB A×2 아날로그 입력 RCA×2, Phono(MM)×1 주파수 응답 5Hz-60kHz(+1dB, -3dB) 톤 컨트롤 ±6dB S/N비 106dB, 80dB(MM) THD+N 0.08% 네트워크 지원 튜너 지원(FM) 전용 어플리케이션 지원 블루투스 지원 크기(WHD) 27.5×8.7×28.3cm 무게 6.1kg
<월간 오디오 2017년 7월 호>